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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 용어 '신 세계질서' (5) : 비판들
New World Order (conspiracy theory)
4.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신 세계질서' 수립의 배후세력
심리학자 G. 윌리엄 돔호프(G. William Domhoff: 1936~ )에 따르면, 비밀스런 욕망을 갖고 음모를 꾸미는 엘리트 도당들이 미국을 배후에서 지배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러한 사람들이 말하는 비밀스런 엘리트들이란 미국 정부나 미국이 단일한 세계정부(world government)의 통제 하에 놓이도록 변화를 추구한다는 이들을 말한다. 과거에 '음모의 가담자들'(conspirators)이라고 하면 주로 미국을 공산주의 세계정부의 지배 하로 종속시키려는 구 소련(Soviet Union) 등의 비밀 공산당원들(crypto-communists: USSR)을 의미했다. 하지만 1991년 소련의 해체와 더불어 이러한 주장은 근거가 약화됐다. 돔호프에 따르면, 대부분의 음모론자들(=음모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그 이후 '신 세계질서'(New World Order)의 통제 세력으로서 유엔(UN: 국제연합)에 초점을 맞추는 쪽으로 변했다고 한다. 하지만 유엔이 보여준 무기력함 및 미국의 기성체제(Establishment, 기득권 진영)에서 심지어는 온건파들조차 [유엔에] 제한적인 역할 외에는 그다지 힘을 실어주지 않는 모습을 보이자, 이러한 주장 역시 근거가 약해졌다고 한다.(주52)

가령 ['포린 폴리시 그룹'(The FP Group)의 CEO 겸 편집장인] 정치학자 데이빗 로스코프(David Rothkopf)는 2008년 <슈퍼 클래스: 지구촌 파워 엘리트와 그들이 만드는 세계>(Superclass: The Global Power Elite and the World They Are Making)라는 저서를 출판했다. 그는 이 책에서 '신 세계질서' 음모론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긴 했지만, 지구상의 엘리트 개인 6천명이 60억명의 인구를 지배한다고 주장했다.
로스코프에 따르면, 20세기 말까지만 해도, 가톨릭 교회(Catholic Church, 천주교)의 교황(Pope) 같은 국제적 운동의 몇몇 수장들과 로스차일드 가문(Rothschilds) 및 록펠러 가문(Rockefellers) 같은 소수의 기업인들과 더불어, 강대국(great powers) 정부들이 슈퍼 클래스 구성원의 대부분을 공급했다. 하지만 21세기 초에 들어와 국제교역과 해외여행, 그리고 통신의 폭발적인 팽창에 힘입어 경제적 영향력이 지배력을 강화하자, 정치인들이 비주류 권력 중개인(power broker)의 지위로 격하되고 국민국가(nation-state)의 권력은 감소했다고 한다. 그에 따라 재계, 금융계, 방위산업 분야의 지도자들이 슈퍼 클래스의 주도적 위상으로 부상했을 뿐만 아니라, 자국 정부의 고위직으로 자유롭게 이동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그들의 사생활은 대부분 --- 미국 의회를 포함하여 --- 선출직 입법기관들의 인지 범위를 넘어서고 있는데, 각국 입법기관들이 자국 국경선을 넘서서는 사안들에 관해서는 지독한 무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로스코프는 슈퍼 클래스가 국내 정치에 미치는 불균형적 영향력이 건설적인 특성을 지니지만, 항시 사리를 추구하는 경향을 지닌다고 단언한다. 또한 슈퍼 클래스의 영향력이 전세계에 걸쳐지면서 부정부패 및 억압적인 정부에 대한 반대가 적어지자, 그들이 그러한 국가들에서 사업을 펼쳐나갈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주86)
음모론자들은 세계사를 비밀결사들(secret societies) 사이의 전쟁사로 간주하면서, 로스코프를 비롯한 세계 파워 엘리트(power elite) 전문 연구자들보다 한걸음 더 나아간다. 음모론자들은 [상속으로 물려받은] "올드 머니"(old money)를 소유한 기성체제의 상류층 가문들이 전체주의(totalitarian)의 특성을 지닌 '신 세계질서' 체제를 구축하려는 일루미나티(Illuminati, 광명회[光明會]) 소속 음모의 기획자들이라고 주장한다. 음모론자들은 이들 가문들이 빌더버그 그룹(Bilderberg Group), 보헤미안 클럽(Bohemian Club), 로마 클럽(Club of Rome), 외교관계협의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 CFR), 로즈 신탁기금(Rhodes Trust), [예일대학 학생 동아리인] 스컬 앤 본즈(Skull and Bones: 해골과 뼈), '삼변회'(Trilateral Commission, 삼각위원회), 그리고 이와 유사한 여타 싱크탱크들이나 사교 클럽들에 재정을 후원하여 권위주의적 세계정부를 수립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음모론자들에 따르면, 그러한 세계정부의 시행 정책들을 통제하는 것은 유엔 및 [세계 중앙은행 역할을 맡는] 국제결제은행(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BIS)이며, 금융 자본주의(finance capitalism) 즉 '경제의 자본화'(financialization of the economy)를 통해 정치 권력을 유지한다고 한다. 또한 이러한 세계정부는 언론 통폐합(concentration of media ownership 혹은 media consolidation: 언론매체 소유권의 집중화), 대규모 감시망(mass surveillance, 매스 서베일런스), 국가 테러(state terrorism: 국가에 의한 폭력적 테러)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면서, [음모 기획자들의] 꼭두각시 지도자를 위한 개인 우상화(cult of personality) 및 [단일] 세계정부를 이념적으로 역사 발전(=진보)의 극치로 선전하기 위해 전방위적 선전선동(propaganda)도 행할 것이라고 주장한다.(주6)
맑스주의자들(Marxists: 좌파)은 우파 포퓰리즘(right-wing populism: 우파 대중주의) 계열 음모론자들이 펼치는 주장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이들 역시 지구의 엘리트들이 그 진심에서는 모든 이들을 위한 최선의 이익을 위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면서, 여러 국제 기구들이 민주주의 결손(democratic deficit)으로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맑스주의자들은 슈퍼 클래스가 신 자유주의(neoliberalism)나 신 보수주의(neoconservatism)의 새로운 세계질서를 부과하는 데만 뻔뻔한 관심을 지닌 금권주의(plutocracy) 일당들이라 주장한다. 이러한 세계질서가 다국적 기업(transnational corporation: TNC)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경제 및 군사적 강제력을 통해 지구화 자본주의(global capitalism)를 실행해나간다는 것이다. 맑스주의자은 이러한 일이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Proletarian internationalism), 즉 '국제 사회주의'(international socialism)에 근간을 둔 단일 세계정부가 수립될 가능성을 체계적으로 잠식하는 것이라고 본다.(주87) 맑스주의자들은 현재의 세계가 미 제국주의(American Empire)에서, 미국 제국 내에서 출현한 지구적 통치계급의 지배로 넘어가는 이행기의 한 가운데 서 있다고 주장한다. 맑스주의자들은 우파 포률리즘 계열 음모론자들이 반공(anti-communism)에만 매몰되어 있다면서, 그 때문에 그들이 "신 세계질서"라고 악마화시키는 내용이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수호하고자 하는 자본주의(capitalism) 경제체제 그 자체의 정점에 서 있는 단계라는 점을 보지 못한다고 지적한다.(주87)
5. '신 세계질서' 음모론에 대한 비판
'신 세계질서' 음모론에 회의작인 이들은, 이 음모론을 주장하는 이들이 의심증의 오류(furtive fallacy)에 빠져 있다고 비판한다. '의심증의 오류'란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실들은 반드시 사악한 '컨스피래이시즘'(conspiracism: 음모론적 세계관)이라고 보는 믿음이며, 역사적 전개과정에 대해 사회 경제적 힘보다는 음모론에 중심적인 위상을 부여하는 세계관이고, 그 어떤 정보 원천으로부터도 마구잡이로 공포를 흡수하는 '퓨전 파라노이아'(fusion paranoia: 혼합형 편집증)이기도 하다는 것이다.(주6)
심리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돔호프는 권력(power)에 관한 이론을 연구해왔다. 그는 2005년 3월 <음모는 존재하지 않는다>(There Are No Conspiracies)라는 논문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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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적 견해(conspiratorial view)는 몇가지 문제점을 지닌다. 그것은 권력구조에 관해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 맞지 않는다. 첫째, 이러한 관점은 소수의 부유하고 고도로 교육받은 이들이 왠지는 모르지만 권력에 대한 극단적인 심리적 욕망을 발전시켰다고 보고 있다. 그리하여 그들이 하기엔 어울리지 않는 일을 하도록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부유한 자본가들이 더 이상 이익을 창출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일 세계정부를 만드려 한다는 것이다. 혹은 [선거로 선출된] 선출직 관리들이 독재권력을 취하기 위해 헌정을 중단시키려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종류의 주장들은 지난 수십년 전부터 존재했고, 그럼에도 항상 "바로 이제부터"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되곤 한다. 그렇지만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제까지 그러한 주장들이 잘못된 것으로 판명된 것은 수십 차례에 이른다. 따라서,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일상적 명분을 위해 행동한다고 가정하는 것이 보다 의미 있는 방식이 될 것이다. 가령, 이윤추구적 동기라든지, 선출직 공무원으로서의 제도적 역할 같은 것이 그에 해당한다. 물론 그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한 가능한 한 많은 돈을 모으고자 할 것이고, 매 선거 때마다 큰 득표수 차이로 이기고자 할 것이다. 또한 그들은 악취나는 여러 가지 일들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단일 세계정부를 만들거나 헌법을 유예시키는 방식으로 경기장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주52) |
정치학자 마크 패트리지(Mark C. Partridge)는 국제관계학 저널인 <디플로매틱 커리어>(Diplomatic Courier: '외교문서 전령')의 객원 편집자이기도 하다. 그는 2008년 12월 동 저널에 기고한 논문 <단일 세계정부: 음모론인가 필연적 미래인가?">(One World Government: Conspiracy Theory or Inevitable Future?)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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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기드온 래치먼(Gideon Rachman: 1963~ )이] 상정하고 있는 것처럼 "글로벌 거버넌스"(global governance: 지구적 차원의 통치행정)가 "[향후 200년보다] 훨씬 일찍 올 것"이라는 데 대해 나는 회의적이다. 우선, 세계정부에 대비되는 민족주의가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세계 일부 지도자들이나 일부 국민들은 지난 20여년간 이어진 미국의 단극체제(unipolarity)에서 빚어진 미국의 꾸중과 오만함에 분개해왔다. 러시아는 스스로를 "강대국"으로 재구성했고, 금년 여름 중국이 베이징 올림픽을 주최할 때 그들이 보여준 국가적 자부심을 보지 못한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Hugo Chavez: 1954~2013) 및 그 동료들은 반미적 수사법을 동원해 민족주의적 열기를 불태우는 데 신이 나 있다. 부시(Bush) 행정부의 출범은 이러한 민족주의의 약화를 초래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경제적 불확실성은 언제나 반대 효과를 가져온다. (중 략)
또 다른 측면은 지구적 정부의 수립 및 지구적 합의 시도들이 절대적으로 실패해왔다는 점이다.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 라운드(Doha Round) 협상은 수장되어 버렸고, 교토 의정서(Kyoto Protocol)는 주요 오염유발자 중 많은 이들을 배제하면서 타협을 위한 위원회 설치에도 실패했다. 또한 법인세(corporate taxes) 측면에서 봐도 기존의 지구적 차원의 틀보다는 밑바닥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또한 초국적 거버넌스 구조가 존재해도, 그 관료주의 및 비효율성에 관해 주목해야만 한다. 가령, 유엔은 미국이 주도하는 이라크 침공이나 [수단에서 발생한] 다르푸르(Darfur) 학살을 막지 못했고, 짐바브웨(Zimbabwe)의 느린 붕괴와 이란의 계속되는 우라늄 농축을 저지하지도 못했다. 나는 그것을 본질적으로 여기고 있지만, 그것이 그러한 구조를 하찮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상의 결점들은 모두가 눈여겨 볼 지점이다.(주68) |
일부 문화비평가들은 '신 세계질서'에 관한 슈퍼 음모론(Superconspiracy theories: [역주] 복수의 음모들이 위계질서 하에서 상호간 관련을 맺는 구조를 지닌 음모론)을 "포스트모던 메타-내러티브"(postmodern metanarratives: 포스트모던 거대담론)로 여긴다. 즉, 그것은 정치적으로 자율권을 부여해주는 것으로서, 평범한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주변 환경에 대한 질문을 던질 때 사용할 수 있는 서술적 구조를 제공해준다는 것이다.(주88)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 회의적인 이들은 '컨스피래이시즘'(=음모론적 세계관)이 사람들을 냉소적이거나 난해한 사고방식으로 이끌며, 설령 그들이 음모의 기획자들이라고 알려진 이들을 맹렬히 비난한다고 할지라도 희망 없는 느낌만 갖도록 만드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한다.(주89)
라디오 토크쇼, 서적, 웹사이트, 다큐멘타리 비디오, 각종 회의 등 음모론자들의 활동은 부지불식간에 엄청난 에너지 및 진지한 비판과는 거리가 먼 노력들을 불러 일으킨다. 그리고 실재하거나 현재 진행중인 국가 범죄(crimes of state) 및 그 제도적 배경에 대한 행동주의(activism)를 추동하기도 한다. 가령 주류적인 대중적 담론에서 소외된 참다운 좌파 진보주의가 지닌 진지한 비판적 규범과 활동가들의 활동에 비해, 케네디 암살 음모론, UFO 음모론, 9/11 진실 운동(9/11 Truth movement) 등 음모에 초점을 맞춘 운동들이 권력 중추로부터 보다 관대한 대우를 받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주14)
[2004년에 창당된] 미국 '사회주의 해방당'(Party for Socialism and Liberation: PSL) 당원들 같은 맑스주의자들은 일반적으로 음모론을 거부하고 있고, 허위의식(false consciousness)과 컬티즘(cultism: 극단적 종파주의)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특히 '신 세계질서' 음모론을 반대한다.(주87) 그들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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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에 관한 "이론들"은 매일 수십억명의 사람들을 억압하며 작동하는 체계적인 계급적 동력에 관해 참다운 분석을 완벽히 결여하고 있다. 그들은 제국주의나 자본주의를 주된 문제로 지목하지 않는다. 그 대신 사회적 병폐들을 제국주의 국가들의 소수의 지도자들 탓이라고 돌리고 있다. 그러한 지도자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가 살아가는 계급 체제의 위에 존재한다. 그러한 "이론들"은 그릇될 뿐만 아니라, 반-맑스주의적인 것이며, 역사에 관한 참다운 환원주의이기도 하다. 즉, 이 세계를 억압하고 있는 실제적 원인이 되는 체제에 대한 분노와 증오심으로부터 사람들을 격리시킨다는 점에서, 그러한 이론들은 참으로 위험한 물줄기 전환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주87) |
맑스주의자들의 결론에 따르면, 참다운 해법은 우파 대중주의 계열 음모론자들이 단 한번도 주장하거나 고려하지 않았던 방식이다. 그것은 바로 민주 사회주의(democratic socialism)이다.(주87)
[음모론 연구의 대가인 정치학자] 마이클 바쿤(Michael Barkun: 1938~ )은 '신 세계질서' 음모론들 대부분이 지닌 즉흥적 천년주의(improvisational millennialism)가 고독한 늑대들(lone wolves: 론 울프들)로 하여금 지도부 없는 저항(leaderless resistance)에 나서도록 만들어 오클라호마 시 폭탄 테러(Oklahoma City bombing)와 같은 [미국] 국내 테러사건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걱정하면서,(주90) 다음과 같이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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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자극하거나 정당화할 수 있는 행동에 비하면, 그들이 지닌 믿음들은 보다 덜 위험한 것이다. '신 세계질서'가 거의 현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 한에 있어서, 이 음모론들에 헌신하는 이들은 자신들의 활동을 선전선동에 제한시킬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 예언된 악마의 날에 실제로 도달하면 그들의 행동이 더욱 더 예측하기 힘들게 될 것이란 점도, 그들이 믿어야만 할 것이다.(주6) |
[음모론 연구자이기도 한 탐사보도 전문 언론인] 칩 벌렛(Chip Berlet: 1949~ )은 선동가들(demagogues)이 이끌고 있는 우파 대중주의 운동이 미국 민주주의에 부과하는 위협을 경고했다. 그러한 선동가들은 음모에 대한 공포심을 착취하면서 우민정치(mob rule 혹은 ochlocracy) 또는 심지어 파시즘(fascism) 혁명을 위해 지지자들을 동원한다는 것이다. 벌렛은 다음과 같이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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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 대중주의 운동은 사회에 심각한 해를 미칠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그들이 종종 인종혐오주의, 권위주의, 희생양삼기, 컨스피래이시즘(=음모론적 세계관)을 대중적으로 유포시키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주류사회의 정치인들로 하여금 표를 끌어모으기 위해 이러한 주제들을 채택하고, 차별(혹은 심지어 폭력까지)을 합법화시키며, 파시즘 같은 혁명적인 우파 대중주의 운동에 문호를 개방하며, 개량적 대중주의 운동 세력들을 채용하도록 유혹할 수도 있다.(주14) |
종교학자 리차드 T. 휴즈(Richard T. Hughes) 교수는, 세계정치의 모습을 심오할 정도로 부정적인 방식으로 그려내는 데 있어서, 그 어떠한 종교적 관념도 "신 세계질서"보다 더 큰 잠재력을 갖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2011년 2월에 출판한 <계시, 혁명, 폭압적인 신 세계질서>(Revelation, Revolutions, and the Tyrannical New World Order)에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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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퍼즐에서 결정적인 한 조각은 '신 세계질서'를 이끌고 촉진시킨다는 인물이 지닌 반-기독교적이며 폭압적인 정체성이다. (중 략) 여러 해 동안, [종말론적 성향을 지닌] 휴거(rapture) 신학자들은 구-소련을 적(敵) 그리스도(Antichrist)로 규정해왔다. 하지만 '9.11 사태' 이후 그들은 적-그리스도가 아랍 세계 및 무슬림 지역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특정하는 단계로 접근했다. 너무도 단순한 이야기지만,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휴거 신학자들이 보기엔 폭압적인 "신 세계질서"의 심장부에 이슬람교가 서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신 세계질서"라는 관념이 세계정치를 심오할 정도로 부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일 잠재력을 가진 이유를 정확하게 발견할 수 있다. 휴거 신학자들이 이슬람 세계와의 전쟁을 환영하는 일은 전형적인 일이다. [저명 언론인이자 평론가인] 빌 모이어스(Bill Moyers: 1934~ )가 휴거 신학자들에 관해 서술한 바 있듯이, "[그들에게] 중동에서 이슬람과의 전쟁은 두려워할 일이 아니라 환영할만한 일로서, 구원을 향한 길에 필수불가불결하게 발생하는 대화재일 뿐인 것"이다.
더욱이, 휴거 신학자들은 미국을 자신들의 우주관을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 보고 있다. 즉, 신(하나님)께서 적-그리스도 및 정의의 적들을 처단하는 데 있어서, 미국을 도구로 사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 복음주의 목사로서] '종말의 시기'(end time: 마지막 때)에 관한 일련의 베스트셀러 시리즈물의 공동 저자이기도 한 팀 라헤이(Tim LaHaye: 1926~ )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 및 점령에 강력한 지지를 보낸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라헤이는 이라크 전쟁 덕분에 이라크가 "종말의 시기 사건들의 중심점이 됐다"고 믿었다.
심지어 더욱 충격적인 것은 휴거 신학자들이 핵 대참사의 문을 여는 일에 대해서조차 축복을 한다는 점이다. 휴거 신학자들은 '종말의 때'에 아마겟돈(Armageddon)에서 벌어진 [선과 악의] 대전투(Great Battle)에서 신(하나님)이 자신의 적들을 파괴할 것이라고 항상 주장해왔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그들은 점차 '아마겟돈'을 핵무기라고 여기게 됐다. 그에 따라 핵무기에 의한 인류절멸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 불가피성에 관한 성경적 근거를 빌려주게 된 것이다. 한 예언적 작가는 그것에 관해 "핵전쟁의 대참사는 예언들을 완성하게 해줄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주24)
[역주] 여기서 말하는 '휴거 신학자들'이란 일반적으로 "몇월 며칠에 휴거가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하는 보다 과격하고 기묘한 형태의 개신교 이론가들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극단적 형태의 휴거 주창자들을 비판하기도 하는 신학자들로서, 소위 '복음주의' 계열의 신학자들을 일컫는다. 하지만 이들 역시 그 시기만 특정하지 않았을 뿐, 궁극적으로는 그 사고방식이 종말론 신학의 연장선에 서 있으며, 오늘날 미국 보수 개신교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 개신교계에서도 이들 미국 '휴거 신학자들'의 영향력이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
'신 세계질서' 음모론자들에 대한 비판은 그들 내부에서도 나타났다. 여러 우파 대중주의 계열 음모론자들은 스스로를 "자유의 투사들"(freedom fighters)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권신학(=지배신학, Dominion Theology 혹은 Dominionism: [역주] 미국을 기독교 신정국가로 만들어야 한다는 신학)이나 백인 우월주의(white supremacism), 혹은 심지어 제거주의(eliminationism, 배제주의: [역주] 정치적 반대파를 제거해야 한다는 극단주의 이념) 등 자유주의(libertarianism)와는 양립 불가능한 견해들도 갖고 있다.(주14)(주91) 이러한 역설적 상황은 [음모론 작가인] 데이빗 이케(David Icke: 1952~ )로 하여금 한 '기독교 애국자'(Christian Patriots) 단체에서 다음과 같이 공개적인 발언을 하도록 만들기도 했다. [이케는 '기독교 애국자들'만이 '신 세계질서'에 관한 진실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미국인들이라고 주장하는 인물이며, 그가 생각하는 '신 세계질서'란 소위 "바빌로니아 형제단"(Babylonian Brotherhood)이라 불리는 파충류 외계인(reptilians: 렙틸리언) 종족이 지배하는 세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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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떤 것을 더 싫어하는지 모르겠다. '[바빌로니아] 형제단'이 지배하는 [단일정부] 세계를 더 싫어하는지, 아니면 여러분들이 ['신 세계질서'를] 대체하여 수립코자 하는 세계를 더 싫어하는지 말이다.(주6) |
참조할만한 관련 항목들
더 읽어볼만한 자료들
다음의 문헌들은 '신 세계질서' 음모론에 관한 서적들로서, 자비출판이 아니며 논픽션이 아닌 문헌들의 목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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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r, William Guy (1954). Pawns in the Game. Legion for the Survival of Freedom, an affiliate of the Institute for Historical Review. ISBN 0-911038-29-9.
Allen, Gary (1971). None Dare Call It Conspiracy. Buccaneer Books. ISBN 0-89966-661-2.
Allen, Gary (1974). Rockefeller: Campaigning for the New World Order. American Opinion.
Allen, Gary (1987). Say "No!" to the New World Order. Concord Press.
Still, William T. (1990). New World Order: The Ancient Plan of Secret Societies. Huntington House Publishers. ISBN 0-910311-64-1.
Cooper, Milton William (1991). Behold a Pale Horse. Light Technology Publications. ISBN 0-929385-22-5.
Kah, Gary H. (1991). En Route to Global Occupation. Huntington House Publishers. ISBN 0-910311-97-8.
Martin, Malachi (1991). Keys of This Blood: Pope John Paul II Versus Russia and the West for Control of the New World Order. Simon & Schuster. ISBN 0-671-74723-1.
Robertson, Pat (1992). The New World Order. W Publishing Group. ISBN 0-8499-3394-3.
Wardner, James (1994) [1993]. The Planned Destruction of America. Longwood Communications. ISBN 0-9632190-5-7.
Keith, Jim (1995). Black Helicopters over America: Strikeforce for the New World Order. Illuminet Press. ISBN 1-881532-05-4.
Jones, Alan B. (2001) [1997]. Secrecy or Freedom?. ABJ Press. ISBN 0-9640848-2-1.
Cuddy, Dennis Laurence (1999) [1994]. Secret Records Revealed: The Men, The Money and The Methods Behind the New World Order. Hearthstone Publishing, Ltd. ISBN 1-57558-031-4.
Marrs, Jim (2001) [2001]. Rule by Secrecy: The Hidden History That Connects the Trilateral Commission, the Freemasons, and the Great Pyramids. HarperCollins. ISBN 0-06-093184-1.
Lina, Jüri (2004). Architects of Deception. Referent Publishing. ASIN B0017YZELI.
Tedford, Cody (2008). Powerful Secrets. Hannover. ISBN 1-4241-9263-3.
Whitemiller, Michael Vincent (2012). the book of truth. Escape Artistr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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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로써 우리 카페가 진행중인 "음모론 연구"의 기초작업으로서..
아주 거대한 개괄적 스케치가 끝난 셈입니다..
특히 이 마지막의 비판 부분은 우리로 하여금 많은 것을 시사해줍니다.
21세기의 미국 정치에서 군산복합체와 함께,
복음주의 개신교 근본주의자들이 점점 더 미국 정치에서 영향력을 늘려가는 이유를 약간은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군부와 안보세력, 그리고 근본주의 개신교가 준동하는 한국 정치와
작금의 미국 정치가 매우 닮아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음모론 연구에 있어서..
그 다음 단계는..
당분간 미국의 현존 개신교계의 지형을 살펴보는 쪽으로 나아갈 예정입니다..
아마도 미국의 복음주의 보수 개신교계를 연구해보면..
오늘날 한국 개신교계가 어떤 지형을 갖고 있는지도
새로운 각도에서 드러나게 될 것이라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앞으로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한 인류의 이성에 이토록 소중한 정보를 정리해준
<위키피디아>에 대해서도 진심어린 감사를 표명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