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대게만 진짜는 아닌기라예”
국도 7호선 따라가는 대게 별미 기행
강원도 묵호항에서 몸통 길이 9~10cm의 자잘한 대게의 다리 살을 빼 먹으며, 대게 별미 기행을 시작했다.
경북 울진의 후포항에서는 야들야들한 대게의 속살을 맛보고,
영덕 강구항에 이르러‘박달게’ 게장에 밥을 비벼 먹으며 마무리한 대게 여행 대장정.
항구에서 대게 사고 찜집에서 쪄먹고
新 대게포구, 묵호항
‘딸랑, 딸랑’경매사가 종을 울리면 순식간에 대게 박스 주위로 중개인과 상인이 몰려든다.
모자에 18번을 단 중개인이 작은 나무판에 분필로 금액을 썼다 지웠다 여념이 없다.
큰 놈들은 10마리씩, 작은 놈들은 13~14마리씩 들어있는 스티로폼 상자는 경매가 끝나기가 무섭게 횟집으로 운반된다.
사실 오징어가 주인공인 묵호항에서 대게는 조연일 뿐이다.
새벽 6시 30분에 시작하는 오징어 경매가 끝나고 나서도 한참이 지난 10시, 곰치나 청어, 골뱅이 따위가 매물로 나오는 잡어 경매가 되서야
그나마 얼굴을 볼 수 있다.
입에서부터 항문까지 11~13cm 사이인 중간치도 많지 않다.
기껏해야 9~10cm 정도인 자잘한 놈들이 판을 친다. 연안에서 잡혀 연한 선홍빛을 띠는데 아직은 살도 80%밖에 안 찼다.
경매가는 마릿수에 따라 매겨진다. 작은 것은 마리당 3000원 선부터 시작하고 중간치는 6000원부터 1만원이 넘는 것까지 다양하다.
일반인이 살 때는 작은 것이 5000~6000원, 12cm 정도 되는 것은 1만원 꼴이다.
대게는 설날 즈음이 절정인데 그때는 살이 꽉 찬 튼실한 놈들이 많이 올라온다.
위판장(경매장)을 지나 항구 끝 쪽으로 가니 오징어와 잡어, 대게를 파는 노점이 즐비하다.
노점 중에는 대게잡이 어선의 선주가 직접 운영하는 집도 종종 볼 수 있는데 잡은 것들중 절반은 경매에 붙이고 나머지 반은 직접 판매한다.
“값이 헐해서 50% 이상은 경매 못 붙인다 아이가. 그래 하면 남는 게 별로 없으니께.”
대게잡이 어선 해성호 선장 최영산(54) 씨는 노점 뒤에서 그물을 손질하고, 그의 부인은 경매 후에 남은 대게를 판다.
이곳에서 대게 몇 마리를 저렴하게 사서 찜집에서 쪄 먹으면 된다.
묵호항을 나와 큰길 하나만 건너면 묵호시장이 나오는데 골목에는 찜만 쪄주는 집이 모두 열네 곳이다.
쪄주는 값이 1만원, 거기에 1인당 2000원을 내면 야채 등이 함께 나온다. 가격은 열네 집이 모두 동일하다.
물론 잡어나 오징어 등도 회로 떠준다.
국내 최대 대게산지
죽변에서 후포까지, 울진 대게
7번 국도를 따라 1시간여를 달려 죽변항에 이르면 항구 앞에 일렬로 늘어선 60여 곳의 대게집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유혹한다.
연안에서 잡힌 12~13cm의 먹을 만한 국산대게가 마리당 1만~1만5000원 선.
같은 가격의 수입산 대게는 국산에 비해 훨씬 크고 박달게처럼 우람하게 생겼지만, 국내산에 비해 껍질이 두껍고 당도가 약하며 덜 쫄깃하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게 먹고 싶은 사람들은 일부러 수입산을 주문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수입산과 국내산을 어떻게 구분할까. 겉껍질을 자세히 보면 수입산에는 하얀 석회성분이 점점이 붙어있다.
하지만 이것도 쪄 놓으면 잘 보이지 않아 전문가도 구분하기 힘들다. 그러나 요즘은 국내산과 수입산을 속여 파는 일은 거의 없다.
“대게 먹으러 오는 손님은 매년 꾸준히 와. 대게 맛 아는 사람들한테 속여 팔았다간 장사 못하지.
올해는 작년보다 물량이 많아서 손님들 먹기는 더 좋지, 뭐.”
대게집에서는 수입산과 국내산을 구분해서 판다. 후포항 인근에는 백암회센터, 후포수산물센터 등 5~6개의 대게 타운이 띄엄띄엄 늘어서있다.
후포항에서는 매년 4월경 울진대게 축제가 열린다. 영덕보다는 명성이 덜하지만 대게 맛을 아는 사람들은 굳이 사람 많은 영덕까지 가지 않는다.
후포항에서는 매주 일요일(셋째 주 일요일 제외) 아침 8시 30분에 일반인을 위한 이색경매 행사도 진행된다.
경매시간 전까지 현장에서 접수하면 되고 간단한 설명을 들은 후에 경매에 참여할 수 있다.
경매는 최하 열 마리 단위부터 진행되는데 횟집에서 파는 것의 반 정도 가격에 살 수 있어 쏠쏠하다.
경매 참여 신청 인원이 20명은 넘어야 행사가 진행된다.
럭셔리 대게의 대명사
찜 쪄 먹고 회 떠 먹는 영덕 박달게
8시 30분에 시작하는 강구항 경매는 그 규모부터 다른 항구와는 사뭇 다르다.
20톤 이상의 큰 배들이 며칠씩 조업을 나갔다가 돌아오면 11~13cm의 큼지막한 대게를 1000여 마리씩은 쏟아낸다.
평일 거래되는 대게는 대략 4000마리, 이 중 박달게는 700여 마리에 불과하다. 주말에는 거래량도 2배로 늘어난다.
박달게는 주로 영덕에서 많은 양이 거래된다.
단가가 비싸다 보니 상대적으로 손님이 많지 않은 작은 항구의 대게집에서는 쉽사리 가져다 놓을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래서 영덕에서 제대로 된 게를 먹고 왔다는 사람 말을 들어보면 1인당 10만원이 넘게 들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굳이 박달게를 주문하지 않고 12cm 정도 되는 국내산 대게를 주문하면, 4명이 10만원에 양껏 먹을 수 있다.
게장에 참기름과 깨소금을 넣고 게딱지에 밥을 비벼주는 것으로 대게 식사는 마무리된다.
박달게는 겉모습이 북한산과 흡사해 구분이 어렵지만 국내산 박달게의 다리에는 수협에서 인증하는 빨간 꼬리표가 붙어있다.
꼬리표에는 배와 선주의 이름까지 적혀 있으니 믿을 만하다.
더러는 횟집에서 임의로 붙여놓은 꼬리표를 달고 박달게 행세를 하는 것도 있으니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요즘은 뜨내기손님이 아닌 단골 손님을 상대로 장사하는 집이 많아 강구항 인근 100여 개의 횟집에서도 국내산과 수입산을 확실히 구분해서 판다.
단 노점은 믿기 어렵다.
저렴하게 먹는 것이 목적이라면 항구 끝자락으로 가자. 동광 어시장 빌딩 1층에서는 대게를 저렴하게 팔고,
2층과 4층에서는 5000~1만원에 사온 대게를 쪄준다(1인당 2000원 별도).
그 앞으로 들어선 40여 개의 난전에서는 가격이 저렴한 반면 큼직한 북한산이나 러시아산 대게,
다리가 떨어져나가 상품가치가 없는 국내산 대게를 싸게 판다.
박달게와 비슷한 크기의 북한산 대게는 5마리, 작은 것은 10~12마리가 5만원 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