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차.
예일대학의 셀리 케이건의 <죽음이란 무엇인가 Death>라는 책을 보면 '나는 왜 내가 될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쳅터가 있다. 나는 왜 나일수가 있는가는 나는 왜 나에게 고마워해야하는가와 그 맥을 같이하지않을까?
전 날의 설레임과 약간의 낯설음은 아침식사로 나온 미음과 건더기 전혀없는, 마치 금강에 산다는 큰빛이끼벌레가 떠 있는듯한 된장국을 먹고 마음식당을 나왔다. 식당이름이 마음식당이라...즉 먹는 것이 음식일지언정 마음을 달래는, 마음을 아는 머 그런 의도로 작명을 하셨다 이거겠지요. 그도 아니면 미음을 주는 미음식당인데 사람들에게 너무 미움을 받을까봐 아 자를 첨가해서 마음식당? 그도 저도 아니면 영화 <마음이>를 너무 인상적으로 본 주방장님의 작품? 아무튼 허전한 마음을 약간, 쬐끔, 약소하게 달래주는 미음을 먹고 식당을 나와서 어디로 갈꺼나....하다가 씩씩한 여성 두분이 윗쪽 산책로로 가길래 흑심을 품고 나도 따라걷기 시작. 지난 여름을 너무도 열심히 살고 이제는 바닦에 떨어진 낙옆들....미안하다 얘들아...밟아서 미안하다 하는 마음으로 슬슬 산길을 올라간다. 근데 헉!!! 두 여자분이 나를 내려다 보면서 기다리고 있다. 이건 아니다.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순간 , 한 여성분이 말을 건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윽........기다리고 있었다니? 혹시 전생에 무슨? 할 찰라에 그 분 말씀이 산길이 무서우니 동행을 하잔다. 흠...내 인상이 나쁘지는 않나보다, 산에 산적이 산단 말인가 등등 잡생각이 휘리릭 지나갔다. 그리고 다다른 조무슨 선생의 산소.가볍게 묵례함께 마음속으로 쉬고 계시는데 지나가서 죄송하다는 마음으로 산소를 지나갔으나 길이 없었다. 그리고 이 두분과 내려오면서 이런 저런 얘기. 자녀교육문제, 그 것참 문제는 문제다. 고3이었던 딸이 과외비로 차라리 엄마 명품백을 사라고 했다는 말씀, 기숙학교에 다니는 고2아들의 자유로운 행동, 남편의 상황정리 등등 ...자신의 마음, 자신의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 필요하다는 건방진 교훈을 감히 하고...쩝...결코 내 아이가 종로나 중앙 모의고사에서 간혹 충북1등을 한뒤 마침내 설경에 입학했고, 지금은 군제대말년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ㅋ 지금도 자랑질임) 부모의 욕심을 자녀에게 투사하지 말라고 교육학자들은 말하고 내 옆방의 교육학전공 박사 역시도 그 말을 확인한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이랴. 아이는 나의 분신 즉 나의 자존심이고 나의 부족함을 대체할 뉴페이스인데....그럼에도 이른바 지잡대에 다니지만 성격좋고 간혹 말술을 드시는 딸아이가 고교때와는 다르게 방문도 열어놓고 간혹 맥주도 한잔 해주는 것은........그렇다 아이들은 부모가 기다려준만큼 크는 것이다.
오전에는 휴식, 체조....반복되는 동작도 꽤있었는데 기억이 안난다. 특히 오전에는 기골이 장대한 분이 들어오셔서 이러저런 체조를 설명해주셨는데 거참 부담스러웠다. 차라리 나처럼 몸집이 작은 사람이 지구 환경에는 좋지 않을까 하는 잡생각을 명상중에 잠시했다. 모든 인간을 1/10로 줄이는 만화를 본 기억도 나고......우리 아이가 줄었어요 하는 영화도 있고...
오후에는 숲 치유산책이 있었다. 어렵쇼. 아침에 다녀온 그 산소...부인임씨와 합장을 한 곳으로? 볓도 좋고 바람도 부드러웠고 무엇보다 느낌이 좋았다. 아들 둘이 있는데 큰아들은 35세, 수능을 1만명이 만점받을 때 만점받고 연세대학밖에 못갔다고 자랑겸 약간 억울해하시는 흉아 할배는 상석위에 앉았다가 나랑 첫날 같이 택시를 타고온 여성분에게 디지게(?) 혼났다. 게다가 여기는 음식올리는 곳이 아니라는 말대꾸까지 했다가 더 혼났다.(죄송합니다. 어르신!!) 그 여성 참 멋있었다. 그렇다. 우리가 앞으로 물려줄 세상은 남녀가 평등하고 세대가 평등하면서도 공감과 소통하는 그런 사회가 아니랴? 말로는 소통과 평등을 말하면서(지하철에서 노인들이 막걸리 냄새 풍기면서 젊은 이들 피곤하게 퇴근하는데 자리양보해달라고 한다)도 막상 젊은이들에게는 나이가 몇이냐? 결혼은 했느냐 등 개인적인, 지극히 사적인 정보를 묻는 결례는 하지 말아야 할듯하다. 누군가가 오래도록(1992년에 이장을 한듯)잠든 산소옆에서 이러저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임나으리 선생님의 탁월한 선택도 좋았고, 아울러 바람이 , 햇살이 너무 좋았다. 몇년전 3월초에 건축가 정기용선생이 하늘도, 바람도, 햇볓도 고맙다는 말씀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장면이 떠오른다. 그 분이 설계한 전북 무주 안성면사무소의 목욕탕. 면사무소 1층에 목욕탕을 태양열로 만들어 안성면민들이 1년에 몇번 버스를 대절해서 대전으로 목욕가던 불편함을 덜어주셨던, 바로 그런 것이 전문가가 가질 자세이며 동시에 소통이고 공유가 아니랴.
아무튼 둘째날 부터 들어오신 임나리 선생님의 해맑은 웃음은 참으로 좋았다. 피부도 무척 고와서 실례를 무릅쓰고 비법을 물어보았다.(비법은 이 홈페이지에 있음) 그리고 이어서 자몽주스로 된 해독 주스마시고 헉...이것이 저녁이여~~ 말이 된당가~~ 호흡수련. 아...호흡이 이토록 중요하다니.......들숨, 날숨, .....생명이 우리말로 목숨이란다. 목숨. 내 예전에 인도철학을 배울때 숨은 들이마시고 뱉지 못하면 죽는거라는 것을 배웠건만........들이 쉬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내 뱉는 것, ........이렇게 중요한 숨을 그동안 막 쉬었다니....부끄럽다. (그러고 나니 부담스러워서 숨도 제대로 못쉬겠었음을 고백함. ㅋ) 아무튼 숨을 통한 명상은 태어나는 것만큼 어떻게 사는 것이 중요하며 동시에 어떻게 죽은것이 좋은가(Well dying)에 대한 고민을 안겨준다. 들숨만큼 날숨이 중요하다면 죽는 것 역시 사는 것 만큼이나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을까? 머 아님 말고.
둘쨋날 저녁은 치맥 생각이 덜났다. 새롭게 알게된 20명의 8기 동기생들과도 눈인사 정도는 하게되었고 더우기 같이 산책을 한 여성 두 분이 있어 한결 마음이 편했다. 이렇듯 사람은 같이, 어울려서 살아야 하나보다.
밤이 깊다. 휴대 전화 배터리가 한계가 있어 자주 켜진 않았다(일부러 충전기를 가져오지 않았다) 오늘은 <미생>을 하는날인데......아직 말생이라 드라마도 못보고.......조선생님과 임선생님은 좋겠다 드라마도 보고..... 물어보니 <미생>이 안나온다고...그런게 어디있어? 인터넷으로 보면되지 ㅋㅋㅋ 여기와서도 여전히 일상의 악습, 굴레를 못벗어나는구나.......불쌍한 중생....에구...쩝.
첫댓글 같이 어울려사는 세상 참 중요하죠. 여성분들과 산책도 하시고 차도 드시고^^
비밀을 지켜주시와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