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⑴ㄱ. 작가 김수현은 '국민작가'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드라마계의 윗어른이다. ㄴ.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 간소화되어가다 보니 미리 성묘를 다녀오고 서둘러서 윗어른이나 친지들을 방문하는 경우도 많다. ㄷ. 그는 또 공사 구별이 분명해 업무상 잘못에 대해서는 '무서운 시어머니'에 비유되지만 사적으로 직원들의 대소사까지 챙기는 '따뜻한 윗어른'이란 게 주위의 평이다. |
위 문장들에서 잘못 쓰인 ‘윗어른’은 모두 ‘웃어른’으로 써야 맞는 말인데, 이러한 오류가 사실은 모두 언론의 기사문이라고 하는 점에서 ‘여탐’은 정작 일반 언중이 아니라 언론사의 기자들이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여겨질 정도입니다. 물론 ⑴과 같은 오류가 자주 나타나는 까닭은 ‘위아래’를 구별하고자 할 때 쓰는 말 ‘위’에 ‘사이시옷(ㅅ)’을 결합하여 만들어진 ‘윗-’의 변이형으로 ‘웃-’이 쓰이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위-’만 사용되기도 하는 복잡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으니 딴은 전혀 이해 못할 일은 아닌 듯합니다.
현행 <표준어 규정> 제12항에서는 “‘웃-’ 및 ‘윗-’은 명사 ‘위’에 맞추어 ‘윗-’으로 통일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규정에 따라 ‘위아래’의 구별이 있는 다음 단어들은 모두 ‘웃-’이 아닌 ‘윗-’을 선행요소로 쓰는 것이 올바른 표기입니다.
⑵ 윗넓이, 윗눈썹, 윗니, 윗도리, 윗몸, 윗바람, 윗배, 윗사람, 윗사랑, 윗수염, 윗잇몸, 윗자리 등.
그러나 ⑵와 같은 표기 원칙에는 예외가 있어서 ‘윗-’이 아닌 ‘웃-’을 선행요소로 하는 단어들이 없지 않은데 ‘웃어른’을 비롯한 다음 단어들이 그 예들입니다.
⑶ 웃국, 웃기, 웃돈, 웃비, 웃옷 등.
그렇다면 ⑵와 ⑶의 구별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요? 원칙적으로 ⑵의 예들은 모두 ‘위아래’의 대립이 가능한 단어인 데 반하여 ⑶의 예들은 그러한 대립이 불가능한 단어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예컨대 ⑵의 ‘윗사람’은 그에 대립되는 ‘아랫사람’이 있는 반면, ‘웃어른’이나 ⑶의 ‘웃국’(간장이나 술 따위를 담가서 익힌 뒤에 맨 처음에 떠낸 진한 국) 또는 ‘웃옷’(맨 겉에 입는 옷)은 ‘아래어른’이나 ‘아랫국’, ‘아래옷’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것이지요. 이와 같은 언어적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우리의 ‘여탐’ 대상은 어디까지나 ‘윗어른’이 아닌 ‘웃어른’이었음을 잘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