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8주 강의를 시작하며
지난주에 우리는 로렌츠 변환 공식까지 배웠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시간이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동일한 빠르기로 흐르고, 막대의 길이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관찰된다고 믿었던 절대 시간과 절대 공간의 개념이 알고 보니 사실이 아니었고, 그 어렵다는 상대성 이론에서 시공간의 개념도 배우고 보니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으리라고 믿습니다. 절대 시간과 절대 공간의 개념아래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광속이 일정하다는 실험 결과를, 오히려 광속이 불변양이라는 것이 더 우선된 진실이라고 놓고 시간과 공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니 특수 상대성 이론의 새로운 개념들이 술술 이해되었으리라고 믿습니다.
틀림없이 존재하리라고 믿었던 빛의 매질이 실험으로 확인할 수가 없었고, 오히려 광속이 일정하다는 이상한 실험 결과를 놓고, 이미 알고 있던 이론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고심하던 학자들과는 달리, 오히려 광속이 일정하다는 것을 더 중요한 진실이라고 생각한 아인슈타인의 뛰어남이 돋보입니다. 그렇게 하여 도저히 의심할 수 없었던 절대 시간과 절대 공간의 개념이 수정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일단 올바른 진리를 발견하게 되자, 그 영향은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특수 상대성 이론의 여러 개념들을 논리적으로 확장해 나감으로써 새로운 많은 진실들을 밝혀낼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제대로 된 이론의 위력입니다.
이번 주에는 특수 상대성 이론의 결과를 기하적으로 해석한 민코브스키의 이론을 소개합니다. 기하란 공간의 여러 가지 성질에 대해 공부하는 분야입니다. 기하로 유명한 것은 우리가 잘 아는 유클리드 기하입니다. 유클리드 기하는 평면에서 성립하는 2차원 유클리드 기하, 그리고 우리 주위 공간에서 성립하는 3차원 유클리드 기하 등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2차원 유클리드 기하에 의하면 평면에 그린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180도입니다. 기하에서는 몇 가지 공리로부터 시작하여 기하의 여러 가지 정리들이 나옵니다. 아인슈타인이 초등학교 시절, 대부분의 학과목에서는 점수가 좋지 않았지만, 기하 과목은 뛰어난 성적을 보였다고 합니다. 기하는 논리에 의해 설명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민코브스키는 특수 상대성 이론의 결과들이 단순히 3차원 공간을 공간에 시간을 더한 시공간이라는 4차원 공간으로 일반화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을 보였습니다. 물론 기하의 기본 성질이 유클리드 기하와 약간 다른 점도 가정하여야 하였습니다. 그래서 유클리드 기하 또는 유클리드 공간에 대하여 4차원 기하를 민코브스키 기하 또는 민코브스키 공간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유클리드 공간의 성질을 어떻게 일반화하고 어떤 점을 바꾸면 민코브스키 공간을 설명할 수 있는지 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 어떻게 특수 상대성 이론의 개념들이 공간의 기하적 성질로서 설명될 수 있는지도 보게 될 것입니다.
지난 주 강의에서 로렌츠 변환이 4차원 공간의 회전에 해당한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우리는 민코브스키 공간에서 로렌츠 변환이 바로 그러한 회전에 해당하는 것임을 그냥 말로가 아니라 수식으로 똑똑히 볼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서로 등속도 관계인 두 관성계가 실제로 시간 축과 공간 축을 회전한 것에 대응한다는 의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민코브스키가 4차원 시공간에 대한 기하적 이론을 발표하였을 때, 아인슈타인 자신은 그렇게 크게 감명 받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오히려 물리적 의미들을 무미건조한 수학적 표현으로 바꾸었다고 심드렁하게 생각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수학적으로 표현한 것은 일반화시키는 것이 쉬워집니다. 그리고 물리적으로는 여러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도 그 밑바탕에 흐르는 수학적 구조는 같아서 한 가지로 설명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구체적인 물리적 설명에 비하여 논리적이고 부호에 의한 수학적 설명이 더 그럴듯한 것입니다.
제17장 공간과 시간의 기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