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예정자의 사정 발생과 삼일절 비 소식에 하루 당겨 27~28일 충남 장곡지-행정지 다녀옴. 같이하기로 한 매제까지 날씨 탓하며 배신하는 바람에 결국 혼자~ 27일 아침, 큼직한 닭 한 마리 사들고 우선 당진 대호만으로... 상류는 다 녹아 물낚시는 물론 보트까지 뜨고... 포인트마다 차댈 자리 없이 빼곡하다. 그런데 하류는 아직도 얼음낚시 중.. 이런~ 얼음끌을 내던지고 왔는디.. 그러나 아침부터 따사로운 햇살을 보니 불안해 보이는 얼음판 위로 들어가고픈 마음은 별로 생기지 않는다.. 해빙기는 그저 안전안전...ㅎㅎ 미련을 접고 돌아나와 천수만과 장곡지를 놓고 갈등하다가 장곡지로 쓩.. 천수만은 평일이라도 이미 시장처럼 붐빌 것이 불보듯 환한지라... 창문을 활짝 열고 상쾌한 바람 맞으며 국도를 달려달려 드디어 장곡지 도착... 1년 전 강송마을 시조회 했던 곳.. 본류는 아직도 두꺼운 얼음이나 상류 수로는 다 녹아 있다. 그때 내가 자리했던 본류와의 합수지점.. 수심은 넉자에서 다섯자 정도.. 널찍하고 평평하여 차대기 좋고 전 펴기 좋은 데다가... 오메 오늘 따라 희뿌윰한 게 물색까지 좋아라.. 좋다 여기닷... 이미 정오가 지난 시각... 급할 거 없이 전을 편다. 어제 종일, 마누라 가재미눈 무시하며 줄 맞추고 찌 맞추고 바늘 맨 거~ 오늘 바로 써 먹어야지.. ㅎㅎ 배고픔을 잊고 전을 편다. 받침틀 받침다리 받침대 그리고 10대에 이르는 4칸부터 2칸까지 낚싯대.. 이 즐거움을 그 누가 알리오... 드디어 다 펴고 어묵탕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담배 한 대 빤 후 텐트까지 지어 놓으니 아방궁이 따로 없구나.. 그러나 좋은 물색과는 달리 입질은 없다. 아직 이른가.... 저 얼음 밑구녁에서 이넘들이 기어오르려면 좀 시간이 필요한 건가.. 그렇게 기다리는 사이 조금 지루해질 무렵, 드디어 지내림 윗바늘을 물고 한념이 찌를 솟구친다. 채 보니 제법 힘을 쓰는 토실한 6치... 아쉬우면서도 나름 기대가 되는 사이즈다... 좀 이어 다시 비슷한 넘으로 또 1수... 이제 어두워 온다... 큼직한 닭 한 마리-오늘의 양식-아마도 내일까지 먹어야 할 사이즈다. 마늘 몇 알 곁들여 코펠에 넣고 삶기 시작한다. 그 사이 다시 고만고만한 넘들 두어 수... 어둠이 밀려온다. 상류 쪽으로 두엇 남아 있던 낚시꾼들은 어느새 다 사라지고 이제 나 혼자다.. 해가 떨어지면서 급격히 기온이 떨어진다. 옷을 아래위로 하나씩 더 껴입고, 닭백숙으로 저녁을 대신한다. 워낙 큰 넘이라 내일 아침까지도 다 먹을 수 있을까 싶다. 어둠 사이로 오르내리는 찌불들... 간간이 올라오기는 하는데 해지기 전의 그 사이즈를 넘지는 못한다. 조금 아쉽기는 하나 이 계절에 찌불 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삼는다. 밤 10시경 늦게 떠오른 열여드렛날 달빛에 낚싯대가 하얗다... 달빛에 비친 게 아니라 성에가 달라붙은 거다. 맨손으로 쥐면 마치 얼음 막대기를 쥐는 듯... 텐트 문을 최소한으로 작게 열어놓고 찌불을 바라보면서도 이젠 입질이 무섭다. 텐트 밖으로 나가기가, 그리고 저 차가운 대를 만지기가... 난로는 정확히 3시간 반마다 가스의 수명을 다한다. 깜빡 졸다가도 어느 순간 딸깍 가스 떨어지는 소리가 나면 거짓말처럼 추워오고 선잠을 깬다. 그렇게 밤새 4번 가스를 갈아주자 동이 터 온다. 특별한 일은 없었다 그저 고만고만한 넘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씨알은 더 잘아져 나중에는 4치까지 달려들었다. 동이 트고 얼마 지나지 않아 1톤 트럭 하나가 다가와 서더니 보트를 내린다. 동네 낚시꾼인 모양인데 어디가 얼마나 수심이 되는지, 지난 겨울낚시에 얼마만한 씨알이 얼마나 잡혔는지.. 채비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며칠 전 얼음판이 꺼져 사람 빠져 죽은 이야기까지 묻지도 않은 얘기들을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술술 잘도 풀어 놓는다. 그는 보트를 띄워 막 녹아들어가는 얼음 옆에 붙이더니 역시 고만고만한 씨알을 끄집어내기 시작한다. 멀지 않은 곳에 보트가 떠서인지 수심이 얕아서인지 보트가 뜬 뒤로는 입질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 심심해져서 뭣 좀 없나 논둑을 살펴봐도 아직 봄나물들은 고개를 내밀기 전이다. 잔챙이만 나온다고... 죽전이나 가볼 걸 그랬다고 계속 투덜대며 잔챙이 타작을 하던 보트꾼이 다시 보트를 싣고 사라져간 뒤로도 한참동안 움직이지 않는 찌를 해와 마주하며 바라본다. 문득 잠에서 깬 듯 근처 행정지를 가보고 싶어진다. 남은 닭죽을 마저 후르르 이른 점심 삼아 들이키고 전을 접는다. 시간은 이미 2시가 넘어서 있다. 행정지는 장곡지와는 반대로 본류는 다 녹았는데 상류 일부분이 아직 얼음으로 덮여 있다. 수몰나무 사이 녹은 골자리마다 부지런한 낚시꾼들이 보인다. 사람들과 좀 떨어져 적당히 아무 데나 앉아 본다. 2칸, 2.5칸, 3칸 딱 석 대.. 맞바람에 2칸대 던지기도 만만찮은데 버드나무 가지가 바닥 곳곳에 깔려 있어 열에 일곱은 바늘이 걸려 버린다. 수심이 기껏 두자 남짓 되는 데서 걸린 바늘 빼내느라 휙휙대다 보면 고기는 다 도망갈 것도 같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머지 긴 대는 던질 엄두도 못내고 2칸대 하나만 적당히 쑤셔박아 둔다. 바람을 즐기며 남은 담배 개피 세어가며 이제 이거 다 피우면 집에 간당.... 하며 콧노래를 부르다가 문득 찌를 보니 바람에 흘렀는가? 햇살 받은 빨간 찌끝이 두어 마디 올라온 채 삐딱하니 서 있다. 젠장, 또 나뭇가지에 걸렸군 하고 살며시 들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쿨렁거리며 나뭇가지째로 끌려나오는데 큼직한 것이 좌우로 흔들거리며 힘겹게 다가온다. 그런데... 얼럴러? 나뭇가지 사이로 제법 굵은 누우런 붕어 한 마리가 숨어 있다. 이넘이 나뭇가지를 인 채로 좌우로 째는 것이었다. 그나마 물가 수초에 다시 걸려 바둥대는 것을 떨어든지 말든지 마구잡이로 줄을 잡아 끌어당긴다. 그 많은 탈출 기회를 다 놓친 놈은 결국 뭍으로 끌려나오고 만다. 손뼘으로 재보니 대충 8치는 실하다. 것참.. 맘먹고 노린 데서는 기껏 밤새 잔챙이잔치 했건만 엉뚱하게 지나가다 들른 데서 실한 손맛을 보네그려... 나와 손뼘을 마주친 넘은 조용히 물 속으로 도로 들어간다. 잠깐 짬낚시에 살림망에 다시 비린내 묻히기는 싫었음이다. 이후로도 남은 담배 다섯 대 다 피울 동안 고만고만한 넘들 서너 수가 제각각 낯짝을 보여주고는 이내 고향으로 돌아갔다. 내일 눈비가 온다더니 바람이 점점 더 세진다. 요즘은 예보도 정확하다. 오후 4시... 예전 같으면 남도 어느 섬에라도 가서 해바라기를 할 시간이지만 기름값 따따블로 비싸진 지금은 쉽게 내기 어려운 용기다. 이젠 돌아가야 한다. 내가 대 접는 걸 어찌 알았는지 마누라의 메시지가 도착한다. 무섭다. 역시나... 오는 길에 예산 사과 한 상자 사 오랍신다. 젠장, 예산 사과 싼 것도 옛말이지, 인제 넘 비싸다. 그러나 마누라님 말씀 잘 들어야 새나라의 착한 조사다. ㅠㅠ 다음 주면 얼음이 다 풀리것지?? 가보고 싶은 곳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지나쳐 간다. 아...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 낼모레면 또 개학인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