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⑴ㄱ. 대통령 주변이 특정 인맥 위주로 둘러쌓이다 보니 견제와 균형을 잃고 일방 독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ㄴ. 많은 인파에 에워쌓이다 보니 유세를 마친다 하더라도 지지자들과 악수를 해가며 인파를 뚫고 가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위의 사례들은 모두 일반인이 아니라 글 쓰는 일을 업으로 하는 기자들에 의해 작성된 기사문이라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둘러싸이다’나 ‘에워싸이다’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쓰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말 동사 ‘싸이다’와 ‘쌓이다’의 의미를 명확히 구분하는 일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있는바, 먼저 두 단어의 의미와 용례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단어 |
의미 |
싸이다 |
1. 물건을 안에 넣고 보이지 않게 씌워 가려지거나 둘러 말리어지다. 例. 그녀는 고운 포장지에 싸인 조그만 물건을 불쑥 내밀었다. 나는 신문지로 싸여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무척 궁금했다. 2. 어떤 물체의 주위가 가리어지거나 막히다. 例. 일본은 사면이 바다로 싸인 섬나라이다. 3. 헤어나지 못할 만큼 어떤 분위기나 상황에 뒤덮이다. 例. 수심에 싸인 그의 표정은 한없이 어둡기만 하였다. 4. 사람들과 함께 잘 어울리다. 例. 요새 들어 아이는 동네 아이들과 싸여 노느라 얼굴 보기가 어렵다. |
쌓이다 |
1. 여러 개의 물건이 겹겹이 포개어 얹히어 놓이다. 例. 발밑에는 옷이 한 무더기 쌓여 있었다. 2. 물건이 차곡차곡 포개어 얹혀서 구조물을 이루다. 例. 쉬지 않고 벽돌을 올리자, 담은 점점 높이 쌓여 갔다. 3. 밑바탕을 닦아서 든든하게 마련되다. 例. 학문의 기초가 쌓임에 따라 그는 공부하는 데 점점 재미를 느꼈다. 4. 경험, 기술, 업적, 지식 따위를 거듭 익혀 많이 이루어지다. 例. 수양이 쌓인 만큼 이해의 폭도 넓어졌다. 5. 재산, 명예 또는 불명예, 신뢰 또는 불신 따위가 많이 생기다. 例. 그 둘 사이에는 나날이 신뢰가 쌓여 갔다. 6. 해야 할 일이나 걱정, 피로 따위가 한꺼번에 많이 겹치다. 例. 남편의 눈꺼풀 위에 피로가 덮개를 이루듯 쌓여 있다. |
이와 같은 사전의 의미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싸이다’와 ‘쌓이다’는 각기 다른, 상당히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음이 특징입니다. 그렇다면 ‘둘러싸이다’를 구성하는 어휘소인 ‘싸이다’는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그야 물론 “어떤 물체의 주위가 가리어지거나 막히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권력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인맥의 양상과 관련하여 ‘둘러싸이다’나 ‘에워싸이다’는 단어는 쓸 수 있지만, ‘둘러쌓이다’ 또는 ‘에워쌓이다’라는 단어는 쓸 수 없음이 특징입니다. 다만, 요즘처럼 한겨울도 되기 전에 자꾸만 눈이 내리는 때라면 흰 눈이 ‘쌓이어’ “겹겹이 포개어 얹히어 놓이고 있는 때.”라고 할 수 있으니, 이와 같은 언어적 사실을 잘 기억하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