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황지연못 전설과 구문소의 엄종한 전설은 언제부터일까
우리지역의 황지연못 설화나 구문소 엄종한의 전설은 구전되어 오던 것이다. 문헌으로 근래에 현대어로 정리했으니 내용상 활용단어등의 단서를 통해 발생시기를 유추하고 원형을 추론해 내기는 어렵다.
깊은 물이 있는 곳 치고 용과 용왕이 살았다는 전설이 없는 곳이 없으나 구문소전설중 엄종한의 전설은 일단 지역 고유의 전설이라고 하더라도, 황지연못 설화는 뒤돌아보다가 소금이 되었다는 성서의 "소돔과 고모라"와 중에게 두엄을 퍼주다가 벌을 받는다는 "옹고집전"등의 유사한 이야기들 뿐 아니라, 황지연못 설화와 거의 유사한 장자못 설화가 도처에 깔려 있어서 이런 설화류는 인류보편의 문화적 산물이라고 생각되어 진다. 두 전설의 발생시기에 관해 나는 막연하게 황지연못전설은 장자못 설화로서 한말이후에 태백으로 이식된 것이고, 엄종한 전설은 이보다 좀 더 오래되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을 뿐 "언제부터 발생되었는지"를 유추할 객관적인 자료가 없어 궁금증만 가지고 있었다.
다음은 숙종조의 권만이라는 사람이 태백지역을 둘러보고 지은 시다.
<黃池歸路。又登穿川> - 權萬 -
< 황지로 돌아오던 길에 또 구문소를 오르며> -권만 작, 태백시청 윤순석 역 -
一嘯登臨芍藥顚 飄然飛下逐長川
가쁜 숨으로 작약봉(함백산)에 올랐다가
바람처럼, 나는 듯이 긴 냇물을 따라 내려왔다.
人間異事黃池湧 天下奇觀孔壁穿
인간세상에서 기이한 일이라면 황지연못 샘솟는 일
하늘아래 기막힌 볼거리가 있다면 절벽뚫은 구멍이라네
長者無家惟古木 嚴丁有墓亦荒煙
장자(세력있는 자)가 살던 곳에는 집은 간 곳 없이 고목만 남아있고
엄가 장정도 묘는 있을 터이나 역시 황량한 먼지에 덮여 있겠지
玆行只欠支機石 不减張生溯漢年
이번 여행은 발원지 끝까지 답사했다는 증표(지기석支機石 베틀을 고정시키던 돌)만 없을 뿐
장건이 황하강 발원지인 은하수에 들어간 날짜와 딱 맞았다는 옛말에 빠지지 않네
지은이 권만權萬(1688년 숙종14~ 1749년영조25)은 조선 숙종사람으로 봉화쪽에 살던 선비로 34살이나 되서야 사마시에 합격하고 38살이 되서야 과거(대과)에 합격하니 중년까지는 관운이 없던 사람이다. 이 사람이 불우한 젊은 시절(숙종은 재위 46년간이나 통치했으니 권만의 젊은시절은 숙종년간이라 생각됨. 대략 1710년대 이후)인 숙종연간에 낙동강 발원지인 지금의 태백지역을 지나 삼척으로 시모임을 가는 일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황지지역에 대한 시를 많이 지었는데 그 중에 위에 인용한 시는 그 당시의 황지연못과 구문소 엄종한의 전설을 언급하고 있다.
한시에서는 전고典故라는 것을 쓴다. 전고는『미리 알고 있어야 하는 고사성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이 시에서는 황하강 상류가 있는 곳에서부터 서쪽 이슬람세계까지 비단길을 연 장건에 대한 전고를 알고 있어야 한다.
실크로드는 세 갈래로 북쪽부터 천산북로, 천산남로와 타클라마칸 사막아래쪽의 서역남로가 있다. 이 각 각의 길들이 중국에서 서역으로 나갈 때는 같은 지점에서 출발하게 되니 그 곳이 바로 감숙성 옥문관, 돈황일대이고 또한 황하강 상류이기도 하다. 그래서 황하강 발원지를 이야기 할 때는 장건에 얼힌 고사(이야기)도 많이 언급되는데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등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
『한漢 나라 때 장건張騫이 사명使命을 받들고 서역西域에 나가던 길에 떼를 타고 황하黃河의 발원지를 보려고 거슬러 올라가다가 상류지역 한 곳에서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들 말이 "해마다 8월이 되면 부사浮槎(땟목)가 오고가는데 이곳을 지나는 시기를 어기지 않는다" 하므로 호기심에 한없이 배를 타고 10개월 만에 성곽城郭과 궁실宮室이 있는 성시城市(도시)에 이르러 보니, 한 여인은 방 안에서 베를 짜고, 한 남자는 소를 끌고 강물을 먹이고 있으므로, 그들에게 묻기를, “여기가 어느 곳인가?” 하자, 그 여인이 지기석支機石(베틀을 고정시키던 돌) 하나를 장건에게 주면서 말하기를, “촉蜀지방 성도成都(도시이름)의 엄평군嚴君平에게 가서 물어보라.”고 하여 나중에 이 돌을 가지고 엄평군嚴君平에게 보였더니, 그가 말하되, “아무날 객성客星이 견우성牽牛星을 범하더니 그대가 은하에 올랐었군.” 하기에 그 년월年月을 헤아려 본 즉 바로 자기(張騫)가 은하수에 당도한 그 날이었다. 』라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
옛 사람들은 아득한 지평선 끝자락의 희미하게 보이는 산이 새파란 하늘과 접해 있고 그곳에서 바다와 같은 황하강물이 흘러내려오는 것을 보고, 하늘의 은하수가 지평선에서 하늘과 붙어있다고 보이는 땅으로 흘러 내려오는 것으로 상상했었던 것 같다. 그러길래 이태백의 시에『군불견황하지수천상래 君不見黃河之水天上來 분류도해불복회奔流到海不復回(그대는 아는가 황하의 물이 하늘위에서 내려와 바다까지 내달려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을..)』라는 구절도 이러한 관념에서 생겨났지않았나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태백지역은 은하수가 인간세상으로 내려오거나 하늘로 배저어 올라갈 수 있는 하늘과 통하는 체널이고 대단히 신성한 곳이다.
이 시를 통해 보면, 황지연못 전설과 구문소 엄종한 전설은 현재와는 원형이 같지 않겠으나 숙종시대 권만이라는 선비에게 전해졌으니 숙종조이전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은 명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