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시인과 농부[poet and peasant].11. 빈들, 그 詩를 읽다

[namukun]

시인과 농부  

[poet and peasant]

                 雲海 김 상 진

11. 빈들, 그 詩를 읽다

눈 내리지 않는 小雪 언저리

추수 그 가장자리에서

무수히 늘려 있는 詩를 뒤적거린다

말라버린 고춧대의 고랑에는

여름철의 소나기가 두드리고 간 부러진 가지에서

생존의 전쟁을 치르고 난 지친 병사의 군홧발 소리 

여기저기 버려져 뒹굴고 있는 들깻대에는

밤하늘 셀 수 없는 작은 별들 숨어들어

익어가며 속닥이던 밀어의 겉껍질에서

짙은 옛사랑의 향기를 맡는다

탐스런 붉은 감이 주렁주렁 달려있던

잎 진 감나무 빈 가지 끝

까치가 쪼다 남겨둔 몇 알의 말라버린 감꼭지에

진홍빛 글씨로 쓰인 아버지 은혜와 사랑 이야기가 낮달로 걸려 있고

겨울바람 훑으며 쓸고 간 이랑과 이랑 사이 빈 골마다

갈무리된 땀방울의 감사의 詩語들 수북수북 쌓여서

굿거리장단에 덩실덩실 신명 잡힌 저 감잎 낙엽들의 춤사위,

얼쑤

2024년 11월 25일

樵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