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세계(無形世界)가 유형세계(有形世界)보다 더 광대(廣大)하고 영원(永遠)하며 유형(有形)에서 오는 힘보다 무형(無形)에서 오는 힘이 더 강(强)하다는 것을 이미 말하였거니와 천문(天文) 지리(地理) 인사중(人事中) 형이상(形而上)과 형이하적(形而下的)인 것과 유형무형(有形無形)에서 작용(作用)하는 것을 총칭(總稱)하여 도(道)라 한다.
도(道)가 천지(天地)를 낳았다는 천지(天地)는 주재신(主宰神)의 조화처(造化處)를 들어 한 말이요 하나님을 말한 것은 아니다. 도(道)라 하는 것은 하나님을 대신(代身)하여 쓰이는 용어(用語)로서 천도(天道)니 지도(地道)니 인도(人道)니 하는 등등(等等)은 하나인 도(道)에서 한 부분(部分)을 지적(指摘)하여 하는 말이요 전체(全體)인 도(道)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도(道)는 체(體)와 용(用)이 다른 것이니 이것을 가르매를 타가지고 내 도(道)가 옳다 네 도(道)가 그르다 하여 시비분파(是非分派)를 지으니 동양(東洋)의 유불선(儒佛仙)과 서양(西洋)의 야소교(耶蘇敎)가 그 대표적(代表的)이고 그 외(外) 각(各) 민족간(民族間)에서 신봉(信奉)하는 도(道)들이 각기(各己) 그 일장(一長)이 있어 그런즉하나 유일(唯一)한 대전지도(大全之道)는 아니다.
옳은 도(道)를 갈고 닦아서 원점(原點)인 하나에 돌아가면 세계(世界)는 하나인 세계가 될 터인데 이 편편(片片) 파쇄(破碎)되어 갈린 도(道)를 어찌 하나에 돌아가게 할수 있는가. 어려운 문제(問題)다. 그러나 먼저 분파(分派)된 원인(原因)을 알아야 한다. 이것이 곧 제세(濟世)의 의통(醫統)인 진맥법(診脈法)이다.
어느 민족(民族)과 국가(國家)를 막론(莫論)하고 처음은 정교일체(政敎一體)의 시대(時代)로 천문(天文), 지리(地理), 인사(人事)가 합리화되어 평화(平和)가 넘쳤으나 폭군(暴君)들의 행패(行悖) 때문에 폐풍(弊風)[1]이 생기고 말았으니 동양(東洋)에서 보면 유불선(儒佛仙) 삼가(三家)가 분리(分離) 되면서부터 정교(政敎)가 분리(分離)되어 천문(天文)의 이론은 도가(道家)에 속(屬)하고 수기(數氣)는 정치분야(政治分野)에 전용(全用)되었다. 그 증거(證據)로 황극신(皇極神)이 오직 제왕(帝王)에게로만 관계(關係)되어온 공사(公事)의 내용(內容)을 참고(參考)하면 알 수 있다[2].
또 명산(名山) 풍수설(風水說) 때문에 백골(白骨)을 명혈(名穴)에 장사(葬事)지내면 산하영기(山河靈氣)를 받아 자손(子孫)이 부귀(富貴)한다는 구복지설(求福之說)은 마침내 인간정신(人間精神)을 명산(名山) 구(求)하는데만 전력(全力)으로 파고들게 하였으니 산하기령(山河氣靈)은 인도정신(人道精神)을 따라 심학(心學)의 자원(資源)에서 벗어나고 말았다. 지운(地運)은 인도정신(人道精神)을 따라 발동(發動)하는 것이니 그 증거(證據)로 대순전경(大巡典經)에 산하대운(山河大運)이 진귀차도(盡歸此道)란 공사(公事) 내용을 참고(參考)하라.
천문(天文)과 지리(地理)는 심학(心學)의 공정(工程)에서 벗어나고 인사(人事)만 남아 명맥(命脈)을 지키고 나올 뿐이다. 심학(心學)은 오로지 인사(人事)에만 전력(全力)하니 각양각색(各樣各色)의 공상적(空想的) 관념폐풍(觀念弊風)이 생기고 자유방종(自由放縱)의 길로 인간을 오도(誤導)하고 말았다. 천문(天文), 지리(地理), 인사(人事)의 삼화(三和)가 이루어지던 때는 심군(心君)이 주인(主人)이 되어 모든 인사(人事)에 정의윤리(正義倫理)를 바로잡고 질서와 양심(良心)을 지켜 자아(自我)의 완성수련(完成修鍊)과 인간질서(人間秩序)를 바로잡아 나왔다.
그러나 현대(現代)는 폐풍(弊風)에 젖은 인간상(人間像)이 활개를 치고 심학(心學)의 본연자세(本然姿勢)는 찾을 길이 없다. 정의(正義)와 질서를 착한 심군(心君)의 제율하(制律下)에서 벗어난 불만(不滿)이 많은 나 아닌 내 사심(私心)이 심군(心君)의 위치(位置)를 빼앗아 천상천하독존(天上天下獨尊)이요, 종횡무진(縱橫無盡)으로 방탕(放蕩)만 하니 이것이 객반위주(客反爲主)[3]라는 것이다. 이것이 곧 무엇이 나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새 질서를 희원(希願)하는 우리의 간절한 마음이다.
[1] 임신(壬申 1932) 삼월법석(三月法席)에 선사왈(先師曰) 오제지치(五帝之治)는 공화지치(共和之治)라. 군신부자부부(君臣父子夫婦)가 각수기직(各守其職: 각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성실히 수행)하야 상해상패(相害相悖)함이 무(無)한 고(故)로 국가(國家)나 사가(私家)나 상하무원(上下無怨)하여 각지소귀(各知所歸)하므로 공자(孔子) 소위대동시대(所謂大同時代)라 하시고 그 후로 수상탕(雖商湯) 주무(周武)의 성군(聖君)과 이부주소(伊傅周召)의 현신(賢臣)이 계승치국(繼承治國)하나 군주계통주의(君主繼統主義)로 인하여 전제정치(專制政治)로 변하므로 시대의 추이(推移)를 따라 국가(國家)에는 수 용군암주(雖庸君暗主)라도 전제심중(專制心中)으로 인하여 쟁신(爭臣)을 불납(不納)하니 조야(朝野)가 분한(忿恨)하여 살벌(殺伐)의 변(變)이 생(生)하고 사가(私家)에는 수 우매(雖愚昧)한 부형이라도 전제심중(專制心中)으로 인하여 간자(諫子: 아버지의 잘못을 간하는 자식)를 난용(難容)하니 상하분리 하여 패가(敗家)의 운(運)이 생(生)하고 사회에는 독재권(獨裁權)을 중심삼아 당파(黨派)를 조직하여 시비(是非)를 양성(釀成)하니 차(此)로 인하여 국가나 사가(私家)나 사회가 다 상극와중(相克渦中)에 함(陷)한지라. 그러므로 현재 전세계가 분한(忿恨)에 쌓에 병입골수(病入骨髓)되었으니 그 병세(病勢)가 점점증대(漸漸增大)되어 필경(畢竟) 세계대란을 양성(釀成)할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이다 하시니라. – 생화정경(生化正經) 53쪽
[2] 무신년(戊申年) 이 달에 고부(古阜) 와룡리(臥龍里)에 이르사 종도(從徒)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이제 혼란(混亂)한 세상(世上)을 바루려면 황극신(皇極神)을 옮겨 와야 하리니 황극신(皇極神)은 청국(淸國) 광서제(光緖帝)에게 응기(應氣)되어 있느니라 하시고 또 가라사대 황극신(皇極神)이 이 땅으로 옮겨오게 될 인연(因緣)은 송우암(宋尤庵)이 만동묘(萬東廟)를 세움으로부터 시작(始作)되었느니라 하시고 종도(從徒)들을 명(命)하사 밤마다 시천주(侍天呪)를 읽게 하시되 친(親)히 곡조(曲調)를 먹이사 며칠을 지난 뒤에 가라사대 이 소리가 운상(運喪)하는 소리와 같도다 하시고 또 가라사대 운상(運喪)하는 소리를 어로(御路)라 하나니 어로(御路)는 곧 임금의 길이라 이제 황극신(皇極神)의 길을 틔웠노라 하시고 문득 상씨름이 넘어간다고 외치시더니 이때에 청국(淸國) 광서제(光緖帝)가 죽으니라 – 대순전경(大巡典經) 4장 101절
[3] 객반위주(客反爲主): 손님이 주인행세를 한다는 의미인데, 사물(事物)과 일의 대소(大小), 경중(輕重)이 뒤 바뀐 것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