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0일(화) 성동21기 기우들이 만나는 이화회 모임을 가졌지.
이 모임이 결성된 이후 처음으로 우리들은 종로3가의 탑골공원 후문 쪽에 있는 형제기원에서 만남을 가졌는디,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었던 기원의 풍경은 으레 노인 몇 명이 고개 푸욱 꺾고 바둑판을 응시하는 한가로운 모습이었는데...
근디 이게 뭐여? 기원 문을 확 밀어 제꼈는디 앉을 자리 하나 없이 빼곡하니 노인들(당연 나 역시 노인이지)이 들어차 있는 게 아닌가? 그래도 용케 자리 잡은 데다 뒤늦게 올 친구들의 자리꺼정 마련해 두고 바둑을 열심히 두고 있던 형식군과 동택군이 반갑게 나를 맞이해 준다. 글고 뒤이어 당희군과 명준군이 들어오고...흠! 오늘도 꼴랑 다섯 명이 모인 조촐한 자리가 되었구만 그랴.
개인전 몇 판 후딱 해치운 다음 마지막으로 편을 나눠 연기바둑을 두었지. 형식군과 동택군이 편을 먹고 당희군과 내가 한 편이 되어 한판 대결을 벌였지만 실력이 형편없는 나 땀시 우리 편이 보기좋게 패배하고 말았다는 거...쯥! 누구든 나랑 편 먹으면 언제나 요런 사단이 벌어지고 말았더란 말이지. 당희군 미안하이!
기원을 나오면서 기료를 지불하는데, 허 참! 대명천지에 이런 경우도 있냐는 거 있지. 아 글쎄! 기료가 1인당 4천원이란 거 이거 믿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서초동 한일바둑이 입장료 1만원이고 우리가 지금까지 줄곧 싸다고 열심히 다녔던 서울교대역 부근 한국기원이 7천원인데, 여기는 얼라 껌값에 불과한 4천원이라니...하튼 여길 소개한 형식군은 아는 것도 많지?
오는 듯 마는 듯 내리는 저녁비 맞으며 밥 먹으러 가면서 또 하나 놀란 사실. 나만 여길 몰랐던 듯 다른 녀석들이 입을 맞춘 듯 거기 가자 하면서 성큼성큼 걸어가 뒷골목으로 들어가는데...기가 막힌 짜장면을 기본으로 탕수육 하나,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깜쪽같이 사라진 소주 네 병에 막걸리 두 병!
예서 말면 성동인이라 할 수 없지. 하튼 시골놈은 어디 가도 출신지를 숨길 수 없다더만 당구장에 들어서면서 축구장만한 크기에 또 한 번 놀란다. 명준군과 당희군이 편을 먹고 형식군과 내가 한 편이 되어 겜빼이(げんぺい)를 쳤는데...오호, 통재라! 아까 연기바둑맹키로 겜빼이 당구에서도 나 땀시 우리 편이 지고 말았네 그랴. 형식군 미안혀!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지만 우리 기쁜 날 이대로 헤어질 수 없다는 무언의 약속으로 포장마차에 들어가 곰장어구이와 계란말이를 안주삼아 또 소주 네 병을 깨끗하게 Bottoms up 하고 오늘의 행사를 마무리하였다네. 친구들 담달에 보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