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몸’은 성삼문이 죽기 전에 잔혹한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된 몸. 그 몸이 죽게 되면 자기의 의지로 갈 것이다. 그리고 무엇이 되는 것도 자기의 의지로 되는 것이다. 蓬萊山봉래산은 不老不死불로불사의 약이 있다고 하는 전설상의 산이다. 신선이 산다고 하는 전설상의 산에 자신이 있다는 것은 죽음과 삶의 경계가 없어진 것. 그 경계가 없다면 삶이 곧 죽음이고 죽음이 곧 삶인 세계가 펼쳐진다. 그것이 곧 영원이라는 것.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한다. 落落長松은 가지가 척척 늘어진 크고 높은 소나무를 뜻하는데, 이런 소나무는 사실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소나무 숲에는 長松이 있고, 높은 봉우리에는 落落한 소나무가 있으나 비바람에 구부러진 모습이지 長松이 아니다. 낙락장송은 소나무숲의 소나무와 봉우리의 소나무를 합쳐놓은 이상적인 소나무로 시인의 창작이다. 이 세계에 白雪이 하늘과 땅을 가득 채우고 있다. 滿은 타동사로 해석함이 옳을 것이다. 백설이 천지를 가득 채우니 천지가 온통 흰빛이다. 시인이 현재 사는 세상이 그러하지 않을까. 새로운 왕이 등극하여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강력한 통치를 행사하며 흰눈이 압도하여 도무지 다른 것은 보이지 않는다. 성삼문과 같은 이들은 삼족을 멸하여 흰빛이 아닌 것은 지워버렸으니 백설이 만건곤한 세상이 아닌가. 하지만 이 눈이 언제까지나 있을 수는 없을 것. 흰눈이 녹고 감추어졌던 추한 세계가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언젠가는. 시인은 낙락장송이 되어 낙락장송도 천지를 가득 채우는 흰눈에 덮이겠지만 눈이 녹으면 세계의 추한 모습과는 달리 푸르고 푸른 모습이 드러나게 되리라. 獨也靑靑에서 獨也는 ‘홀로로구나’ ‘외롭구나’라고 번역할 수 있다. 낙락장송이 되려는 이는 없다는 것. 만건곤한 백설에 모두 묻혀버렸다는 것. 이것은 자의식 과잉의 상태가 아니다. 자기는 자기의 길을 가겠다고 하는 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