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프네와 아폴론
아름다운 님프, 다프네가 쫓기고 있습니다.
뒤에서 쫓아오는 태양의 신 아폴론의 거친 숨소리가 목덜미에 가깝게 느껴집니다.
페니이오스 강둑,
다프네는 지쳐 쓰러지고, 두 팔을 들어 강의 신(神) 아버지에게 구원을 호소합니다.
"아버지 살려 주세요. 땅을 열어 나를 숨겨 줘요. 아니면 내 모습을 바꿔 주세요.
나의 아름다운 모습이 오히려 나를 이런 무서운 일에 빠뜨리다니...."
그녀의 몸은 굳어집니다.
가슴은 부드러운 나무껍질로 싸이고 머리카락은 나뭇잎이 되고 팔은 가지가 되었습니다.
다리는 뿌리로 뻗어 땅속에 뿌리 박았습니다. 얼굴도 공포에 질린 그대로 가지 끝에서 떨고 있습니다.
뒤쫓아온 아폴론은 깜짝 놀라 나무로 변한 다프네를 망연히 바라봅니다.
줄기를 만져 보니 딱딱한 나무 껍질 밑에서 그녀의 몸이 떨고 있습니다.
그가 나무를 끌어안고 키스를 하려고 하자 다프네가 그의 입술을 피합니다.
마음의 상처를 입은 아폴론은 말합니다.
" 그대는 이미 나무로 변했으니, 이제부터 영원히 사랑하는 그대를 나의 나무로 삼겠소.
사철 푸른 당신의 나무로 내 왕관을 만들고, 화살통을 장식하겠소.
위대한 로마의 장군들이 카피톨리움 언덕으로 개선할 때, 나는 그들의 이마에 그대의 잎으로 엮은 화관을 씌우리라. ."
신화의 나라 이탈리아 사람답게 스파눌로 쥬제페는 신과 님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황동(黃銅)으로 조각하여,
올림픽이 열리는 나라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이곳에 세웠습니다. .
월계수로 변신한 다프네의 키는 2.6 m,
"빗질을 하지 않아도 머리카락이 저렇게 아름다우니, 곱게 빗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별처럼 빛나는 눈,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는 몸매 !!! "
사랑에 눈 먼 아폴론이 칭송하던 다프네의 아름다운 몸은 딱딱하고 거친 월계수로 변해서,
공포에 질린 얼굴과 벌린 입, 비바람에 찢겨나간 고목처럼 가지로 바뀐 손과 발은 갈라져 몸보다 훨씬 크게 뻗어 있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다프네의 비명소리가 터져나옵니다 …… .
* 뒤 얼굴
내 해설을 듣는 사람들의 표정이 나무가지로 변한 왼 팔과 오른 팔, 얼굴로 옮아가며 신화 속에 빠져 들면,
나는 기다렸다는 듯, 큰 비밀 하나를 털어 놓습니다.
" 여러분 ! 이 작품의 뒤에 가서 다프네를 다시 한 번 보세요 ! "
뒤쪽에도 공포에 질린 다프네의 얼굴이 또 하나 있습니다. 그러니까 앞뒤로 얼굴이 하나씩 있는 것입니다.
공포에 질린 얼굴이 두 개니까, 그 공포의 충격이 갑절로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아폴론과 다프네에게 벌어진 이런 비극적 결말은 우리들에게 큰 충격을 주지는 못합니다.
신과 님프의 이야기는 바로 우리 인간들의 이야기와 똑 같으니까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그 수 많은 신들과 님프와 영웅들의 이야기,
사랑하고 미워하고 변신하고 질투하고 싸우고 상처 입고 병 나고 방황하고, 그리고 아들딸 낳는 이야기 모두가 바로 인간들의 삶입니다.
퓌톤이라는 큰 뱀을 화살로 처치하고 의기양양해 있던 태양신 아폴론은,
사랑의 신 에로스가 들고 다니는 사랑의 화살을 비웃으며 놀립니다.
화가 난 에로스는,
아폴론의 가슴에 사랑을 일으키는 뾰족한 황금화살을 쏘고, 다프네의 가슴에는 사랑을 거부하는 무딘 납화살을 쏩니다.
사랑을 놓고 쫓고 쫓기는 이 신화를 놓고 혹시 어떤 '교훈'을 꺼낸다면 이야기는 삭막해 집니다.
작가는 올핌피아드를 개최하는 대한민국 서울이 바로 신들의 고장이며, 사람들의 땅이며,
우승자의 머리에 씌워주는 월계관과 월계수의 신화가 재현되는 곳,
그래서 어느 민족 어느 나라처럼 '사랑 싸움'을 벌이는 신성한 영토라는 점을 <다프네>를 통해서 선언하고 있습니다. ****
첫댓글 해설과 같이 감상하니 이해가 빠릅니다. 선생님 삶도 그런걸까요? 어른들의 충고가 해설일진데,,전 그해설을 듣고싶지 않았어요,,다녀갑니다
조각 해설 글 쓰느라 자료도 찾고 구상도 하고 바쁘지만, 새 분야를 개척한다는 마음으로 애 쓰고 있다. 소식 들어 반갑구나.
저는 지금 사회복지학과에 다니고 있습니다 카페도 운영하고요,,,바쁘게 살아도 뒤를 돌아보고 하네요,,,선생님 건강하세요 그리고 저의 카페도 한번 방문, 구경해보세요 참고로 저의 학교는 성덕대학교이고요 경상북도 영천시에 있습니다 cafe.daum.net/sdc09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