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부제인 배경과 주제인 대상이라는 부분으로 나눠진다. 배경을 여백으로 잘 이용해도 되고 필요에 따라 대상을 흐릿하게 사용할 수 있다. 배경이 너무 어지러우면 대상이 흐려지는 경우가 있으므로 배경을 단순하게 찍는 것도 대상을 부각시키는 한 방법이다. 그리고 한 사진을 두고 여러 가지 시를 써 보고 제일 좋은 디카사를 발표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대상을 보고 창의적 발상을 하며 때로는 발상의 전환을 하고 대상을 확산시켜 나간다. 그리고 대상을 개인사와 연관시킬 것이냐 사회현상이나 이념과 연관시킬 것이냐에 따라 디카시가 각기 다른 메시지를 던져준다. 디카시를 보면 작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러면 대상을 어떻게 창의적 발상을 하고 발상의 전환을 함으로써 대상을 확산시켜 나가는 것을 살펴보기로 하자.
생환 / 김왕노
나는 새를 보라
찌그러진 깡통을 들지 않았지만
어디 새인가
이 땅에서 죽지 않고
살아 돌아가는 각설이지
불법체류자 / 김왕노
온갖 고초 다 겪으며
키웠던 코리아 드림
끝내 버렸으나 무사히 돌아간다.
그간의 일을 고하려
본국으로 돌아간다.
영웅본색 / 김왕노
고고한 채 물 위를 수놓지 마라
허기지면 모든 것을 팽개치고
울면서 먼 길을 떠나가지 않는가.
동행 / 김왕노
높이 날고 낮게 날고
앞장서고 따라나서고
티격태격 가야만
완성되는 하늘길 하나
고향 유정 / 김왕노
잊었다 했는데도 더 뚜렷해지는 하늘길
고향 가는 길이
까마득하나 저리 빛날 줄이야.
비상 / 김왕노
무거운 슬픔을 나누어 가지고 날아가니
갈 수 없는 곳이 하나도 없는 세상이다.
그리움은 죄 / 김왕노
천년 날아도 끝이 없는 하늘이여
그리움이 죄라지만 끝없는 하늘처럼
끝맺을 수 없는 그리움이여
그래 그리움이란 죄에는 공소시효가 없다.
무소유 / 김왕노
무거워 무거워 세상은 그대로 두고
맨몸으로 떠나는 해탈의 먼 먼 길
하늘꽃 / 김왕노
날개를 활짝 펴는 것도
하늘로 꽃으로 피는 일이라
풀잎이 파르르 떨었다.
광교호수에 파문이 일었다
우주가 잠깐 들썩했다.
노래들 / 김왕노
도라시솔라도라시솔라로
하늘을 노래로 물들이는 새
가는 길이 수 만리지만 짧다.
아직도 멀었나 / 김왕노
조금만, 조금만 더 가자니까
우리가 지쳐 날개를 접는 곳이
신천지고 고향이니 조금만 더
꿈꾸는 것 / 김왕노
꿈꾸는 것은 찾아 나서야 해
꿈꾸는 것은 다가오지 않아
심신이 지쳐도
널자 날아서 찾아가자꾸나.
물질적 사랑 / 김왕노
사랑한다는 한마디 말보다
한잔의 커피가
더 뜨거운 사랑일 수 있다.
독작 / 김왕노
상처라도 끓여 혼자 홀짝이니
미운 사람 하나 없는 세상이다.
독대/김왕노
한겨울 지난다고 날 선 가슴
오랜만에 독대하니
만월로 차오르는 마음이구나.
참회 / 김왕노
고개 들어라.
너보다 더 죄 많은 나도
이렇게 떳떳하게
네 앞에서 웃고 섰는데
희망/ 김왕노
울지마, 밖으로 나가자
제발 나가자니까.
우리가 벗어 던진 옷도
벌써 꽃이 되었다.
청산의 어머니 / 김왕노
눈 감고 고개 숙이니
떠오르는 것이 청산
그리고 그리운 청산의 어머니, 어머니
아버지 / 김왕노
자식 살아갈 세상이 개판이라
뿔난 아버지, 백정의 망치가
정수를 때리더라도
상관없다며 울부짖는 아버지
묵정밭 / 김왕노
도시는 묵정밭이 아닌가
묵정밭으로
어슬렁어슬렁 봄이 오게
쟁기날 깊게 내리려는 아침
뜻하지 않는 / 김왕노
나로 인해 누가 울었다면
나를 위해 운 누구보다
나는 더 울어야 해
소가 되어 응응 울어야 해
그리움이란 불벼락 / 김왕노
날개를 접었다 해
그리움을 접은 게 아니다.
밤새 그리움으로
속도 겉도 다 검게 탔다.
새벽의 의미 / 김왕노
허기로 지샌 밤
배를 채우라며
서서히 밝아오는
새벽 산대저수지
짝/ 김왕노
너 떠났다 해 미워하지 않는다.
어디 가든 부디 행복하게 잘 살길
내게 남은 일은
짝 잃은 물새로 울고 우는 것
대상의 창의적 발상과 발상의 전환 발상의 확산에 따라 디카시의 수준이 좌지우지된다는 것을 보았다. 어떤 감정이입을 하고 어떤 주관적인 해석을 하느냐로 디카시의 생명이 좌지우지됨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