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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옆집 할머니
기로가 '둔터니'로 이사를 와서 며칠을 지내고 있다 보니, 다 쓰러져가는 듯한 그 옆집엔 귀까지 먹으셨다는 할머니 한 분이 살고 계셨다. 물론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범상으로부터 이미 들어서), 별 관심이 없었던 기로였지만... 막상 와서 지내다 보니, 언뜻 그 할머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추운데, 저렇게 늙으신 할머니 혼자 사시다니......'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처음엔, '보일러 문제' 등 기로 자신이 추워서 그 쪽까지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한두 번 스치다 보니... 저절로 관심이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며칠 전 강진장에 봄나들이를 갔다오면서 귤까지 드리게 되면서는, 더욱 친밀감까지를 갖게 되었는데......
a, 호숫가 마을
b, 웬일?
c, 천사 역할은...
b, 웬일?
c, 새식구
a, 호숫가 마을
*
저녁 무렵이 되자 쌀쌀해졌다. 그러면서 호수는 반갑지 않은 찬바람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렇잖아도 해가 질 무렵은 뭔가 불안하고 걱정스러운데, 호수마저 이렇게 쌀쌀한 바람을 몰아치니... 나는 걱정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서둘러 군불을 지폈는데, 오늘따라 시간만 잡아먹었지, 화력이 약하기만 했다.
그러다 보니 저녁을 하기도 귀찮아서, 낮에 범상 처 식구들이 사와서 먹다 남은 빵과 라면으로 저녁을 때우기로 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오늘은 옆집 할머니가 안 보였다.
'일요일이라 교회에 가셨나? 한 번 가볼까?' 하다가 불이 꺼져있어서 관뒀다.
그런데 내가 막 라면을 끓이고 있었는데, 저녁 시간인데도 범상의 다른 한 친구 부부가 왔다.
그들은 지난번에도 한 번 왔던 사람들인데,
"이 집에 축대를 쌓았다는 말을 듣고, 심심해서 둘러보러 온 겁니다." 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나는,
'축대 하나 쌓는 일로 동네방네 다 알렸나 보네?' 하는 달갑지 않은 생각이 들었는데,
그 부인이 불쑥 나에게 상자에 넣어진 부드러운 빵을 내놓으면서,
"그냥 오기가 뭐해서... 사왔어요." 하는 거 아닌가.
그러자니 내 입장에서는 그걸 넙죽 받기도 애매하기만 했는데,
어쨌거나 저녁을 먹어야만 해서,
"죄송하지만(내가 그들에게 죄송할 이유가 있었던가?) 라면이 불 것 같아... 저 혼자 먹어야겠습니다." 하고 그들에게 양해를 구했는데,
"그러셔야지요!" 하고 황급하게 대답했던 그들은,
"그럼, 어서... 식사하세요! 우리는 축대만 둘러보고 돌아가겠습니다." 하고 자리를 피해주는, 어쨌거나 서로가 좀 곤란한 상황에 빠졌던 것이다.
그러니, 나는 이미 식기 시작한 라면을 먹으면서도,
'이 부드러운 빵은(케익 같이 크고 둥근 카스테라도 있었다.), 옆집 할머니께 드리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3 . 23
다음 날이었다.
오후에 기로가 '夢想?'의 마당을 조금 고르고 있는데,
"이 봐!"
어디선가 가느다란 소리가 들려왔는데, 고개를 두리번거리다 보니,
옆집 할머니였다.
요 근래 이 집에 축대를 쌓아서, 그 집과는 높이의 차이가 더 나는 것 같은데, 그 집에서는 이 집과의 경계를 무궁화나무를 심어 놓았는데... 할머니는 거기에 지팡이를 들고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서 있었다.
"할머니, 웬일이세요?"
깜짝 놀랐던 기로가 묻자,
할머니는 손으로 기로를 불렀다.
그래서 그 쪽으로 가니, 할머니 손에는 웬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는데,
휙!
'夢想?'의 마당으로 던지는 것이었다.
"튀밥여!"
"예?"
"내가 심심할 때 먹을라고 튀긴 거여... 먹어."
"예? 아, 예...... 할머니 드시지 않고......" 순간적으로 기로는 가슴이 찡해 왔다. 그저께 기로가 준 귤에 대한 보답의 의미였을 것이었다.
순간, 기로에게는 어젯밤에 범상의 친구 부부로부터 받았던 '카스테라 빵' 생각이 났지만,
멈칫!
'지금은 아닌 것 같아.' 하면서 잠시 생각에 빠지고 있었다.
비록 거동은 한다지만, 너무 늙어 몸이 불편하고 마음마저 의지할 데 없는 홀로 사는 할머니였다.
그런데 자식은 많다는데, 다들 전주나 객지에 나가 있고, 그들도 생활이 어려워 할머니를 잘 돌보지 않는다며,
"자식이 많으면, 무슨 소용이겠어요?" 하고 반장이 말했었다.
그리고 친구 범상도,
그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그 쓰러질 것 같은 집은 철거되기로 돼 있다면서,
"이미 그 집은 개인의 재산에도 들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러니까 그 안에서 할머니는 혼자 밥도 해 먹고(아직은 그러실 수 있다는 것 같다.), 엊그제는 집 앞에 있는 텃밭도 혼자서 깔끔하게 매 놓기도 했던데,
'근데, 저렇게 생각마저 멀쩡하신 분이,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난 것도 그렇고, 이제는 또 이따금 얼굴만 내미는 자식들로 인한 현실에 얼마나 가슴이 아프실까? 어쩌면, 이제는 그저... 죽음만을 기다리고 계실지도 모르는데......' 하는 생각에, 기로 역시 가슴이 아프기까지 했다.
다만, 그나마 한 가지 긍정적인 것은,
그 할머니께서는 열심히 교회를 다니신다는 사실이었다.
그저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보다는, 교회에 나가 최소한 마음의 위안을 받을 수는 있을 테니까......
허긴, 그 사이에도 보면... 이따금 교회 사람들의 발길이 닿는 것도 볼 수는 있었으니까.
아무튼,
땅에 떨어져 있던 튀밥 봉지를 집어 들고 서 있던 기로는, 안타까움에 멍 하고 서 있었다.
그러면서 보니, 이미 할머니는 방으로 들어가셨는지 보이지 않았다.
# 쓰레기
수도가 개통되기 전에 물을 길어 먹던 집의 키큰 아저씨가 '夢想?' 쪽으로 슬슬 걸어오면서,
"어? 이게 뭐여?"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날 바라보면서는,
"당신이 했을 리는 없고......" 하는 걸로 보면, 이 키큰 아저씨도 나에 대한 호칭이 애매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신’이 했을 리는 없고...... 하는 말씀이......
어쨌거나, 내가 그 쪽으로 가면서,
"무슨 일인데요?" 하고 물으니,
"이 것 좀 봐. 어떤 죽일 놈이 여기다 쓰레기를 버리고 갔네!"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가보니,
언덕 아래에 폐비닐 장판 한 묶음이 있었습니다.
"아니, 어떤 놈이!" 나에게서도 바로 욕이 튀어 나왔습니다.
"이런 쳐 죽일 놈들이 있다고, 글쎄...... 아마 어제 밤에 차로 싣고 와서 버리고 갔겠지, 뭐." 하시는데,
나는 기가 막혔습니다.
바로 통나무집 앞 길가 언덕 아래에 큼직한 폐비닐 장판 한 묶음이 버려져 있는 것입니다.
며칠 전 이 집에 축대를 쌓은 뒤, 잔뜩 주변을 깨끗하게 정비하고 있던 상황에 그런 일이 벌어졌던 것입니다.
물론 그 사실과는 상관없이 벌어진 일이라지만,
이런 시골마을까지 그런 일이 벌어지다니...... 더구나 이곳은 일급 상수원 지역인데......
갑자기 울화통이 치밀었습니다. 그래서,
"그러게, 이 막다른 길에 차들이 못 들어오게 해야 하는데......" 말을 했더니,
"그 게 무슨 소용이여? 그런다고 안 오나? 살짝 와서, 아무도 몰래 버리는 놈들을 어떻게 당혀?" 하고 키큰 아저씨가 혀를 찼습니다.
최소한 이 곳의 지형을 어느 정도는 아는 사람의 소행일 것이라는 말과 함께요.
그 분의 말로는, 도시에 사는 놈들이 이런 쓰레기 처리가 안 되니까, 차로 실어다 살짝 버리고 가는 거라고 했습니다.
물론 이건 얌체 짓인데요,
'에이! 이렇게 전국이 쓰레기장이 되어도 좋다는 사람들이 이 세상엔 존재하고 있단 말이지?' 하면서 화를 내봤자 아무 소용도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주변엔, 내가 아니라고 모두가 다 그런 것을 삼가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똑 같은 사람인데도, 그런 걸 일부러 저지르는 사람도 있다는 말이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TV 프로를 보면, 가끔, CCTV에 찍혀서 잡혀오면서까지 오리발을 내미는 사람이 어디 한두 사람입니까? 아주 비양심적인 사람들 말입니다.
아, 이럴 땐 정말 아무런 방법이 없는 것입니다.
내가 서울 아파트 주변에 살면서도 그런 일로 화가 치민 적이 있었는데,
이런 시골에 와서까지 나는 그런 일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피해자’지요. 어차피 내가 사는 집 앞에 있는 쓰레기니, 내 손으로 치워야 하니까요......
참, 나쁜 짓인 줄을 버젓이 알면서도 행동을 일삼는 사람들이 이 세상엔 존재하고 있다는 얘긴데,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하는지... 그런 행동을 하면서도 어떻게 버젓이 살아가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정말!
지금 내 심정요?
만약 내가 이 나라의 왕이라면, 그런 사람을 끝까지 추적해서 잡아다가, 무인도에다 그들이 쓰레기를 버리듯 그렇게 버리고 싶습니다.
그런 곳에서 계속 쓰레기를 버리면서 그 속에 묻혀서 살라구요......
그런 사람들은 쓰레기일 뿐이니까요.
이런 시골에 와 살면서도, 그런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
결코 바람직하지도 즐겁지도 않군요......
3 . 24
b, 웬일?
오후가 깊어가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기로는,
'내가 언제 이런 노가다 일을 해봤어야지. 그래도, 적어도 이 마당만큼은 내가 고르리라......' 하고 허리를 펴고 있었다. 그러면서 이미 정리를 끝낸 호수 쪽 모서리에 있는 ‘쉼터’를 보니, 볼수록 정이 가는 것 같아 흐뭇하기까지 해서 스스로 미소를 짓기까지 했는데,
어쨌거나 기로 자신이 '夢想?'에 와서 자기 손으로 직접 만든 두 번째 작품이었던 것이다.
첫 번째는 마당에 돌을 심어 놓은 ‘징검다리’였고, 두 번째는 ‘쉼터’...... 순간,
'아, 아직은 완성 되지 않은 ‘솟대’도 있는데?' 언뜻 그런 생각이 들어, 여전히 통나무 집 벽에 세워둔 솟대를 돌아보면서는,
'저건, 세 번째 작품인가?' 하고 있는데,
"어이!"
어디선가(마을 입구 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무슨 소리지?' 하며 고개를 돌려 보니,
둔터니로 꺾어지는 마을 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응?' 하고, 기로가 다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건,
산장집 닭장 쪽에 있는 밭뙈기에서 '산장 아저씨' 박 만석이 서 있는 것 아닌가.
잘은 모르지만, 그 양반 역시 일을 하다가 쉬는지, 한 손은 연장을 들고 있었고 또 다른 손은 허리에 올려놓은 모습이었다.
순간,
'뭐, ‘어이!’라고?' 기로의 입장에서는, '웃긴다!'는 생각부터 스쳤다. 그리고 뒤늦게,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저 양반이 나를 부르다니?' 하기도 했지만, '근데, ‘어이!’라고?'
정말 우습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그렇긴 하지만,
'허기야, 옆집의 키큰 아저씨도 나를 그렇게 부르니, 저 주변머리 없는 양반이야... 그 호칭을 어디서 들었는지, 아니면 자기들끼리 내 얘길 했는지는 몰라도... 그걸 따라 부르는가 보네?' 하고 그 짧은 순간에도 그런 생각까지 들었지만,
어쨌거나 기로 역시 대꾸는 해주어야만 할 것이었다.
"예!" 했지만 당연히, "안녕하세요?" 하고 큰 소리로 인사를 했는데,
그 소리마저 의외로 커서... 호수를 타고 정답게 울려 퍼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그들은 채 100m도 안 되는 거리를 두고, 조금 안쪽으로 휘어진 마을길을 사이에 둔 채, 둘 다 도톰한 언덕에 서서 인사를 교환한 꼴이었다.
그런데 박 만석이,
"쉬어가믄서 혀!" 하니,
"예?" 하고 기로는 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아니, 저 양반이 웬 일? 마치, 친한 사람끼리 하는 얘기처럼......' 하고 당황하기까지 하면서, '근데, 언제부터 저렇게 친절했다지?' 하는 생각 역시 아니 들 수가 없었다.
그러니 차라리 콧방귀라도 뀌고 싶은 기분이었는데,
"쉬엄쉬엄... 허라고!" 하니,
이제 기로의 입장에서는, 웃다 못해 놀라 뒤집어질 지경이기도 했다.
'이거, 무슨 일이야?' 하면서도,
"아, 예! 그렇지만... 하던 일이고, 가능하면 빨리 끝내버려야지요." 하고, 나름대로의 그 이유에 대해, 세심하게(?) 대꾸를 해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랬더니,
"그려..." 하고, 고개를 잠시 끄덕이는 것 같던 박 만석은, 다시 연장을 잡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기로는 뭐라 대꾸해주기도 애매해서, 잠시 멀뚱하게 서 있다가... 통나무집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런데,
'저 양반, 정말... 웃기네! 아마, 내가 일하는 걸 죽 지켜보고 있었던가 부지?' 하는 생각이 아니 들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뭐, 날더러 쉬면서 하라고? 풋!' 웃음이 절로 튀어나오고도 있었다.
'그렇게나 친절한(?) 사람이, 어찌 그 동안엔... 나를 '소, 닭 보듯' 했을까?' 하다간, '아냐! '소, 닭 보듯' 한 건 아닌 게 분명해!' 할 수밖에 없었던 건,
기로가 잘은 몰라도, 그 산장집의 웬만한 곳에서는, 그러니까 어느 틈으로든, 기로가 '夢想?'에서 통나무집을 오가는 건 물론, 마당에서 무슨 일을 해도 훤히 보이기 때문에,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숨어서(?) 표시 안 나게 관찰할 수도 있을 조건이라는 게 머릿속에 그려졌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은 기로 역시 충분히 짐작이 가능한 일이었다. 두 건물의 구조상이거나 상황만을 봐도.
다만, 여태까지는 기로가 그런 일까지 관심 둘 일이 없었을 뿐, 얼마든지 일어났을 법한 일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렇다면?... 그것도 희한한 일이네!' 하게 되었는데,
지금 같은 경우야 인사를 먼저 해온 박 만석 본인이 여기서도 훤히 보이는 닭장 쪽 밭에 나와 있기 때문에, 기로 역시 그 양반을 볼 수 있었지만,
'아마... 아니, 어쩌면 저 양반이... 그동안에도 나를 숨어서 엿봤을 가능성이 농후해!' 하는 확신까지 갖게 되었던 것이다. 그건 직감이었다.
'더군다나 요즘엔 내가 오전과 오후 두 차례나 몇 시간씩 마당에 나가 일을 하고 있으니까. 설사 저 양반이, 굳이 일부러 그러지는 않았을지라도, 이 마을의 모든 일을 손바닥에 꾀고 있을 만한 사람인 데다가, 우리가 초면도 아니고(몇 년 동안 어디 우리가 한두 번 마주쳤던가?), 지난번 보일러 문제로 왔다가, '추운디, 어떻게 잘라고?' 하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던 사람이니, 그동안 내가 어떻게 그 냉방에서 생활해 왔을 것인지 등이 궁금했을 수도 있겠는데, 그래서 틈틈이 내가 어떻게 지내며 뭘 하는지 고개를 돌려가며 바라봤을 수도 있다. 그리고 또... 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모친인 '산장 할머니'와 처인 '김 순임'을 통해서도 나에 대한 그동안의 얘기(나와 그들과의 이야기)는 들었을 것도 분명한데, 그러면서는, 내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충분히 전해 들었을 터고, 더이상 자신이 피해 도망가지 않아도 될 사람이라는 나름대로의 확신이 섰던 모양이라... 나를 부른 거 같은데?'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건 물론 기로 역시, 여태까지는 박 만석의 특성이 사람에게 쉬 다가가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큰 기대를 걸 수도 없어서, 자신의 이사 초기의 분주하고도 산만했던 생활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고, 또 다른 이웃주민들(예를 들어 반장이거나 키큰 아저씨)이 있기 때문에, 그들로부터 시골 생활에 대한 정보거나 살아가는 방식을 배우고도 있었기에, 박 만석에 대한 관심도 없이 지냈던 것인데... 게다가 어쨌거나 이 마을에서 살아가자면, ‘시골 생활의 달인(?)’이라는 박 만석과의 관계 없이는 말이 되지 않을 거라는 건 기로 역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인데, 다만 그 시기가 언제냐는 것이 의문처럼 남아 있었을 뿐이다.
아니면, 더구나 이 마을의 터줏대감이란 분이 그렇게 언제까지 꼬리를 감추고 있지만은 않을 거라는 건 기로 역시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 나에게 말을 걸어올 줄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 뿐만이 아닌 것 같았다.
'가만 있어 봐라! 지금 이 상황이... 예삿일은 아닐 것 같은데......' 하는 생각도 스쳐, 뭔가 의미를 부여해도 될 것 같아 곰곰이 생각해 보니,
기로 자신은 무덤덤하게 둔터니 생활에 적응해가고 있을 뿐이었는데, 박 만석이 자청해서 기로와의 어떤 대화의 물꼬를 터왔다는 사실이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어이’라는 호칭도, ‘쉬어가믄서 혀’라는 말도... 관심조차 없는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닌 게 분명하니까.
그러니 기로의 입장에서는, 조금은 섣부른 생각인지는 몰라도... 어쩐지 박 만석과의 대화가 이제부터 물꼬가 터지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드는 순간이자 징조였다는 것이다.
비록 아주 짧은 두어 마디의 대화였을 뿐이지만, 어쨌거나... 기로에게는 '획기적인 사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어차피 이 마을에서 발붙이고 살 거라면 박 만석과의 교류는 필수적이라 치면,
여태까지는, 뭔가 한쪽이 꽉 막혀 있는 것 같은 답답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 양해를 구합니다.
지금 제가 이 소설을 작성(새롭게 편집)하다 보니, 그 양이 너무 많아서... 저 자신도 글의 순서가 헷갈리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글의 전체적인 내용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이, '마, 웬 일?'은, 원본의 경우엔 날짜가 없어서, 제 실수로 여기서는 2-3일 뒤로 밀려나게 되었기에, 이점을 수정하려고 합니다. 그러니까 '마, 웬 일?'이 앞으로 이동해 '다, 웬 일'로 옮길 것이고, 그 뒤로는 하나씩 밀리는 것으로, 내일(9. 13) 수정해 놓겠습니다. 이점 여러분께 용서를 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