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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신부님은 탐정》
## 제16화 ― 「시장 분수대에 떨어진 별」
은솔시장 중앙에는 오래된 분수대가 하나 있었다.
누가 만들었는지,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었다. 여름에는 아이들이 손을 담갔고, 겨울이면 상인들이 귤 상자를 기대놓는 곳이었다.
분수는 몇 년 전부터 고장 나 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이상한 일이 시작되었다.
매일 밤 열한 시가 되면 말라 있던 분수대 바닥에서 푸른빛이 솟아올랐다.
빛은 물결처럼 흔들리다가 정확히 열한 시 십오 분이면 사라졌다.
처음에는 시장 상인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청년회에서 조명을 달았나 보지.”
“요즘은 시장도 사진이 잘 나와야 손님이 온대.”
그러나 청년회장은 그런 조명을 설치한 적이 없다고 했다.
다음 날 아침, 분수대에 물이 가득 차 있었다.
밤새 비가 내리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그리고 물속에서 별 모양의 푸른 유리 조각과 낡은 묵주 하나가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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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묵주는 제 겁니다.”
채소 가게를 운영하는 나정순 데레사가 말했다.
그러자 생선 가게의 강춘자 루치아가 곧바로 끼어들었다.
“무슨 소리예요? 저건 내가 젊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묵주예요.”
떡집의 배영숙 아녜스도 물러서지 않았다.
“십자가 뒤에 작은 흠집이 있죠? 그거 제가 떨어뜨려서 생긴 거예요.”
마지막으로 그릇 가게의 조말순 글라라가 두 팔을 걷어붙였다.
“세 분 다 기억이 잘못된 거예요. 저 묵주는 원래 제 남편이 사준 겁니다.”
분수대 주변에 모인 상인들이 수군거렸다.
묵주는 하나인데 주인은 네 명이었다.
오미자 안나는 작은 수첩에 네 사람의 이름을 적으며 비장하게 말했다.
“용의자가 네 명이군요.”
최병철 베드로 사무장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 범죄가 일어났다고 확인된 것도 아닙니다.”
“주인이 네 명이나 나타난 게 범죄죠.”
“그건 기억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최 사무장님은 추리의 긴장감을 너무 모르세요.”
마침 시장을 취재하러 온 한서윤 세실리아 기자가 푸른 유리 조각을 촬영했다.
햇빛을 받은 유리에서는 별 모양의 그림자가 생겼다.
한서윤이 김맑음 신부에게 물었다.
“신부님, 정말 하늘에서 별이 떨어졌다고 생각하세요?”
“한 기자님, 별이 떨어졌다면 시장 지붕부터 무사하지 않았을 겁니다.”
“유성 조각일 가능성은요?”
“유성에 구멍을 뚫어 철사를 매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김맑음 신부는 유리 조각 한쪽에 남은 작은 구멍을 가리켰다.
그때 경찰 통제선을 설치하던 이도현 형사가 다가왔다.
사람들 앞이었으므로 그는 정중하게 말했다.
“신부님, 이번에는 분수대 안으로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이 형사님, 저도 들어갈 생각은 없습니다.”
“지난번 폐역에서도 들어갈 생각은 없으셨다고 하셨습니다.”
“그때는 문밖에 서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창고까지 가셨잖습니까?”
바로 그 순간 분수대 안에서 오미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신부님! 여기 문이 있어요!”
김맑음 신부가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
“오 회장님은 왜 들어가 계십니까?”
오미자는 치맛자락을 걷어 올린 채 분수대 가운데 서 있었다.
“수사하려고요.”
이도현이 단호하게 말했다.
“오 회장님, 즉시 나오십시오.”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바닥에 손잡이가 있어요.”
오미자가 이끼 낀 철제 고리를 잡아당겼다. 분수대 바닥 일부가 덜컹거리며 들렸다.
그 아래로 어두운 계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들이 동시에 탄성을 질렀다.
오미자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보셨죠? 제가 문을 찾았습니다.”
장태식 요셉 관리장이 혀를 찼다.
“위험하니까 나오시라는 말씀도 좀 들으세요.”
“위험할까 봐 제가 먼저 확인한 거예요.”
“회장님께서 먼저 위험해지셨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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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주변은 즉시 통제되었다.
시청에서 나온 직원이 오래된 시장 설계도를 확인했지만 분수대 아래의 공간은 어디에도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장태식이 휴대용 조명을 비추자 계단 아래로 좁은 통로가 나타났다. 벽에는 굵은 전선과 오래된 수도관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도현이 먼저 내려갔고, 경찰관 두 명이 뒤따랐다.
김맑음 신부가 계단 앞에 서자 이도현이 올려다보았다.
“신부님께서는 위에서 기다려 주십시오.”
“그러겠습니다.”
한서윤이 의심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정말 기다리실 거예요?”
“이 형사님께 그렇게 말씀드렸습니다.”
그때 통로 안에서 이도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신부님, 잠깐 내려와 보셔야겠습니다.”
김맑음 신부가 한서윤을 돌아보았다.
“부르시는군요.”
“기다리신 시간이 십 초도 안 됐습니다.”
“그래도 약속은 지켰습니다.”
계단 아래에는 작은 지하실이 있었다.
벽면을 따라 낡은 나무 선반이 놓여 있었고, 바닥에는 푸른 유리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다. 천장에는 여러 가닥의 전선이 얽혀 있었다.
벽 한쪽에는 사람 키만 한 별 모양 구조물이 세워져 있었다.
수십 개의 푸른 유리 조각을 이어 붙여 만든 커다란 별이었다. 그러나 가운데 부분은 텅 비어 있었다.
이도현이 물었다.
“신부님께서 보시기에는 무엇 같습니까?”
김맑음 신부는 안경을 고쳐 쓰며 별을 살폈다.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와 비슷한 방식으로 만든 것 같습니다.”
“시장 분수대 아래에 왜 이런 것이 있을까요?”
한서윤이 어느새 계단을 내려오며 대답했다.
“옛날 시장 장식물이 아닐까요?”
이도현이 돌아보았다.
“한 기자님은 누가 내려오라고 했습니까?”
“신부님이 내려오시기에 취재도 허용된 줄 알았습니다.”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내려왔으니 조심하겠습니다.”
“그런 논리로 기사를 쓰시면 안 됩니다.”
지하실 구석에는 작은 전동펌프와 푸른 조명등이 설치되어 있었다. 시장 공용 전선에서 끌어온 전기가 두 장치에 연결되어 있었다.
장태식이 차단기를 살펴보았다.
“누군가 밤마다 펌프를 돌려 분수대에 물을 올렸습니다. 조명도 같은 시간에 켜지도록 맞춰놨어요.”
한서윤이 물었다.
“그럼 푸른빛은 이 유리별을 통과한 조명이었군요?”
“그런 것 같습니다.”
김맑음 신부는 유리 조각 하나를 조명 앞에 들어 보였다.
푸른빛이 벽에 작은 별을 만들었다.
“누군가 별을 떨어뜨린 것이 아닙니다. 땅속에 감춰둔 빛이 올라온 겁니다.”
그때 최병철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신부님, 시장 상인회에서 문제가 하나 더 발견됐습니다. 지난 석 달 동안 모은 공용 전기료가 사라졌답니다.”
“얼마나 됩니까?”
“삼백만 원가량입니다.”
지하실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단순한 기념물의 문제가 아니었다.
누군가 시장 전기를 몰래 사용했고, 그 전기료를 내려고 모은 돈까지 사라졌다.
이도현이 굳은 얼굴로 전선을 바라보았다.
“이제부터는 정식 절도 사건으로 조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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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회 사무실에서 네 명의 묵주 주인이 다시 마주 앉았다.
나정순, 강춘자, 배영숙, 조말순.
네 사람 모두 육십 대 후반에서 칠십 대 초반이었다. 평소에는 친자매처럼 지내다가도 장날의 좌판 자리 문제만 생기면 남보다 더 크게 다투는 사이였다.
이도현은 묵주를 투명한 증거 봉투에 넣어 책상 위에 놓았다.
“네 분께서는 모두 이 묵주가 본인 것이라고 주장하셨습니다.”
나정순이 말했다.
“틀림없이 제 겁니다.”
강춘자가 맞받았다.
“내가 스무 살 때부터 기도하던 묵주예요.”
“스무 살 때는 세례도 안 받았잖아요.”
“스물아홉도 스무 살이지, 뭐.”
이도현이 두 사람을 진정시켰다.
“한 분씩 말씀해 주십시오. 묵주의 특징을 설명해 주세요.”
배영숙이 먼저 말했다.
“십자가 뒤에 흠집이 있어요.”
조말순이 말했다.
“묵주알 세 개의 색깔이 조금 다릅니다.”
강춘자가 말했다.
“성모패 뒤에 ‘ㅂ’ 자가 새겨져 있어요.”
나정순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묵주를 담아두던 주머니는 자주색이고, 끈 한쪽이 풀려 있습니다.”
확인해 보니 네 사람의 말이 모두 맞았다.
이도현이 물었다.
“한 개의 묵주를 네 분이 어떻게 이렇게 자세히 알고 계십니까?”
네 사람은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김맑음 신부는 탁자 위에 놓인 주보를 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말씀하기 어려운 사연이라면 억지로 여쭙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범인으로 의심받는 상황입니다. 지금은 진실을 말씀해 주시는 것이 다른 분을 지키는 길일 수 있습니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마침내 조말순이 입을 열었다.
“원래 우리 네 사람의 묵주였습니다.”
“공동으로 사용하셨다는 뜻입니까?”
“삼십 년 전 시장에 큰불이 났어요.”
시장 건물 절반이 피해를 입었고 네 사람의 가게도 모두 사라졌다. 네 사람은 분수대 아래의 지하 대피소에서 한 달 가까이 함께 지냈다.
그때 은솔성당의 한 수녀가 그들에게 묵주 하나를 건넸다.
“네 사람이 하루씩 번갈아 가지고 기도했어요. 가게를 다시 열게 해달라고, 우리 아이들 굶지 않게 해달라고.”
나정순이 묵주를 바라보았다.
“가게가 다시 생긴 뒤에도 매주 돌려가며 사용했습니다.”
강춘자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십 년쯤 전에 묵주를 잃어버렸어요. 누가 마지막으로 가지고 있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죠.”
배영숙이 한숨을 쉬었다.
“서로 자기가 잃어버렸다고 미안해할까 봐, 그냥 각자 자기 것이었다고 말한 겁니다.”
이도현이 확인했다.
“그럼 네 분 모두 거짓말을 하신 겁니까?”
김맑음 신부가 대답했다.
“이 형사님, 네 분 모두 진실을 조금씩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다만 중요한 부분을 숨기셨을 뿐입니다.”
“경찰 조사에서는 중요한 부분을 숨기는 것도 문제가 됩니다.”
“그 점은 저도 동의합니다.”
네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숙였다.
오미자가 문밖에서 엿듣다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럼 묵주 사건은 해결된 거네요.”
이도현이 물었다.
“오 회장님은 언제부터 거기 계셨습니까?”
“방금 왔어요.”
장태식이 뒤에서 말했다.
“십 분 전부터 문에 귀를 대고 계셨습니다.”
“관리장님은 왜 제 행동만 보고 다니세요?”
“회장님께서 너무 눈에 띄게 하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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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전기료를 관리한 사람은 상인회 총무 고재식 바오로였다.
고재식은 오랫동안 시장 철물점을 운영한 성실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사라진 돈에 관해 묻자 얼굴이 창백해졌다.
“제가 가져간 것은 맞습니다.”
상인회 사람들이 술렁였다.
이도현이 물었다.
“어디에 사용하셨습니까?”
“지하실을 복원하는 데 썼습니다.”
고재식은 삼십 년 전 시장 화재 때 자신의 아버지가 만든 푸른 유리별에 관해 이야기했다.
당시 상인들은 화재를 이겨내고 시장을 다시 열면서 분수대 위에 커다란 유리별을 달았다. 별의 조각마다 가게를 다시 일으킨 상인 가족의 이름을 새겼다.
하지만 시장을 보수하는 과정에서 별은 철거되었고,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잊혔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말씀하셨습니다. 별은 없어진 게 아니라 분수대 아래에 보관되어 있다고요.”
고재식은 우연히 지하실 입구를 찾아냈다. 안에는 깨진 별과 화재 당시 사용했던 물건들이 남아 있었다.
그는 시장 개장 기념일에 맞춰 별을 몰래 복원하려 했다.
“전기료로 모은 돈을 잠깐 빌려 재료를 사고, 다음 달에 제 돈으로 다시 채워놓으려고 했습니다.”
이도현의 표정은 단호했다.
“돌려놓을 생각이었다고 해서 허락 없이 가져간 일이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공용 전선을 무단으로 연결한 것도 위험한 행동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김맑음 신부가 물었다.
“묵주는 어디에서 찾으셨습니까?”
“별의 가운데 부분에 들어 있었습니다.”
삼십 년 전, 네 여인은 시장이 다시 문을 열던 날 묵주를 유리별 가운데에 잠시 걸어두었다. 감사기도를 바친 뒤 가져가려 했지만, 별이 예상보다 빨리 높은 곳에 설치되면서 묵주까지 함께 올라가 버렸다.
나중에는 서로 누가 가져갔다고 생각했고, 세월이 흐르면서 기억이 뒤섞였다.
고재식이 별을 옮기던 중 가운데 유리가 깨졌고, 그 안에 있던 묵주가 분수대 물속으로 떨어진 것이었다.
김맑음 신부가 물었다.
“왜 혼자 하셨습니까?”
고재식이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사람들에게 별을 복원하자고 몇 번 말했습니다. 하지만 다들 바쁘다며 다음에 하자고 했습니다. 시청에서도 기록이 없으니 지원하기 어렵다고 했고요.”
“그래서 돈을 몰래 가져가셨군요.”
“별을 먼저 보여주면 모두 이해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좋은 뜻으로 시작한 일이더라도 다른 사람의 것을 허락 없이 사용하면 그 뜻까지 가려질 수 있습니다.”
고재식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신부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김맑음 신부는 부드럽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에게만 말씀하실 일이 아닙니다. 시장 상인들에게 사실대로 밝히시고 책임을 지셔야 합니다.”
“그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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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식은 상인회 회의에서 모든 사실을 밝혔다.
사용한 돈은 자신의 적금을 해약해 되돌려놓았다. 전기 설비도 안전 점검을 받고 철거했다.
상인들은 처음에는 크게 화를 냈다.
특히 오미자는 본당 임원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해 누구보다 크게 한숨을 쉬었다.
“말을 했으면 우리가 도왔을 텐데 왜 혼자 일을 벌여요?”
최병철이 옆에서 물었다.
“오 회장님께서요?”
“저는 마음으로 도왔겠죠.”
“고 총무님이 필요한 건 복원 비용과 일손이었습니다.”
“마음도 중요한 일손이에요.”
그러나 지하실에서 복원 중인 푸른 유리별을 본 상인들은 조금씩 마음을 바꾸었다.
유리 조각 뒤에는 삼십 년 전 시장을 다시 세운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유명한 사람도, 큰돈을 낸 사람도 아니었다.
생선을 팔던 사람.
리어카를 끌던 사람.
시장 바닥을 청소하던 사람.
국수를 나누어준 사람.
그리고 불이 난 날, 밤새 대피소에서 아이들을 돌본 네 여인의 이름도 있었다.
나정순 데레사.
강춘자 루치아.
배영숙 아녜스.
조말순 글라라.
네 사람은 자기 이름이 새겨진 유리 조각을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았다.
강춘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 이름이 여기 있었네.”
배영숙이 눈가를 훔쳤다.
“우리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김맑음 신부가 말했다.
“어려운 때에 서로의 곁을 지킨 것도 큰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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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뒤, 푸른 유리별은 시장 분수대 위에 다시 설치되었다.
시청과 상인회가 정식 복원 절차를 밟았고, 안전한 조명도 새로 달았다. 분수대 아래 지하실은 화재 당시의 기록을 보존하는 작은 전시공간으로 꾸미기로 했다.
점등식이 시작되기 전, 김맑음 신부는 상인들과 함께 짧은 감사기도를 바쳤다.
“주님, 어둠 속에서 서로의 빛이 되어준 이들을 기억하게 해주십시오. 우리도 혼자 빛나려 하지 않고, 이웃과 함께 희망을 밝히게 해주십시오.”
“아멘.”
불이 켜지자 푸른 별빛이 시장 지붕과 골목에 번졌다.
아이들은 바닥에 생긴 별 그림자를 밟으며 뛰어다녔다.
네 여인은 되찾은 묵주를 어떻게 나눌지를 두고 다시 실랑이를 벌였다.
“이번 주는 내가 갖기로 했어요.”
“옛날 순서대로 하면 내 차례예요.”
“옛날 순서를 누가 기억해요?”
“그래서 내가 먼저 갖겠다는 거잖아요.”
김맑음 신부가 네 사람 사이로 다가갔다.
“한 주씩 돌아가며 기도하시면 어떻겠습니까?”
조말순이 말했다.
“누가 첫 번째냐가 문제예요.”
오미자가 자신 있게 나섰다.
“제가 공정하게 정해드리죠.”
네 사람이 동시에 대답했다.
“회장님은 빠지세요.”
분수대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이도현이 웃음을 참았다.
사람들이 모두 점등식 무대로 이동하자 김맑음 신부와 이도현만 잠시 남았다.
이도현이 푸른 별을 올려다보았다.
“맑음아, 좋은 뜻이면 잘못된 방법도 용서받을 수 있을까?”
김맑음 신부가 잠시 생각한 뒤 대답했다.
“용서받을 수는 있겠지. 하지만 책임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야.”
“고 총무는 벌을 받게 될 거야.”
“알아. 그래도 사실을 밝히고 제자리로 돌려놓기 시작했잖아. 빛은 잘못을 감춰주는 게 아니라, 제대로 보게 해주는 거니까.”
이도현이 친구를 바라보았다.
“가끔은 정말 신부 같은 말을 하는구나.”
“도현아.”
“왜?”
“나는 정말 신부야.”
그때 복례가 멀리서 외쳤다.
“신부님! 어묵 국물 식어요!”
김맑음 신부가 곧장 걸음을 옮겼다.
이도현이 뒤따르며 말했다.
“방금까지는 빛과 책임을 이야기하더니.”
“신앙생활에도 따뜻한 국물이 필요해.”
그날 밤 은솔시장에는 다시 푸른빛이 솟아올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무도 그 빛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땅속에 감춰졌던 것은 수상한 보물이 아니었다.
어려운 시절, 서로를 놓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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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회 예고
### 제17화 ― 「잠긴 온실의 마지막 손님」 제1부
은솔수목원 개원 기념미사가 열리기 전날 밤.
수목원 설립자이자 지역의 유명 자선사업가인 서강준 회장이 잠긴 온실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온실의 출입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고, 깨진 창문도 없다.
그러나 사라진 그의 휴대전화로 김맑음 신부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것은 말소리가 아닌 오래된 성가였다.
사람들 앞에서 이도현 형사가 정중하게 묻는다.
“신부님, 피해자와 마지막으로 통화한 것이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이 형사님.”
“어떤 이야기를 나누셨습니까?”
김맑음 신부가 잠시 침묵한다.
“고해성사의 내용과 관련된 질문이라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한서윤 기자에게 배달된 정체불명의 사진.
사라진 온실 관리인.
유리벽에 남겨진 세 개의 숫자.
그리고 사건이 일어나기 전날 은솔성당에 맡겨진 검은 씨앗 봉투.
둘만 남은 순간 이도현이 묻는다.
“맑음아, 네가 말할 수 없는 비밀 때문에 범인을 놓칠 수도 있어.”
김맑음 신부가 온실 안의 하얀 꽃을 바라본다.
“도현아, 말하지 않아야 할 것을 지키면서도 진실을 찾을 방법은 있을 거야.”
은솔시를 뒤흔드는 첫 살인 사건.
그리고 피해자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만나려 했던 ‘열세 번째 사람’.
제17화부터 제19화까지 이어지는 3부작 강력 사건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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