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대륙 안에서 '그레이트' 수식어가 앞에 붙는 명소는 딱 두 군데가 있는데 퀸즐랜드 주를 감싸고 있는 해양 자원의 보고 '그레이트 베리어리프(Great Barrier Reef)'와 멜번 근교에 장대한 절벽들이 펼쳐져 있는 이 '그레이트 오션로드(Great Ocean Road)'죠! 누군가 호주에서 가장 경의로운 '한 컷'을 제게 물어본다면 아직도 주저 없이 억겹의 세월 동안 거친 파도가 절차탁마하며 빚은 걸작품 '그레이트 오션로드'를 꼽습니다. 이 곳은 멜번을 방문할 때 선택이 아닌 '무조건' 필수로 가야 하는 지역입니다.
해안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키아누 리브스와 페트릭 스웨이지가 서핑 대결을 벌였던 걸작 영화 <폭풍 속으로>의 엔딩 장소가 나옵니다. 영화에서는 이 벨스 비치(Bells Beach)에서 폭풍이 불어 닥치는 바다를 상대로 서핑을 하다 파도 속에 묻히는 장면이 있는데, 그만큼 이 지역의 파도는 거세고, 이로 인해 안개가 짙게 깔리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태어나서 본 파도 중 가장 높고 강한 모습에 탄성을 자아내며 흥분하게 되겠지만 앞으로 펼쳐질 풍경에 비하면 작은 효시에 불과하므로 에너지를 아끼면서 둘러봅니다.
여행 tip
매년 부활절마다 세계 유명 서핑 대회(Easter Surfing Classic)가 열리는 장소!
서핑을 배우고 싶다면 2~3시간에 $40정도하는 강습 코스가 있음 서핑 장비를 대여할 수 있음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서핑 박물관이 있는 곳!
2. 메모리얼 아치
메모리얼 아치(Memorial Arch)는 그레이트 오션로드는 멜번에서 96Km 떨어져 있는 톨키(Torquay)에서 와남불(Warrnambool) 근처의 알란스포드(Allansford)를 잇는 약 214Km의 해안도로를 말합니다. 이 길은 16년 동안 퇴역한 군인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 졌는데 1차 대전 희생자들에 대한 내용과 더불어 이 길의 역사적인 사실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바로 그레이트 오션로드의 시작을 알리는 메모리얼 아치 입니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길에 대한 위대한 탐험을 시작하기 전에 이 장소에 잠시 내려 동상과 비석에 적힌 내용들을 한번 읽어 본 후 정문을 배경으로 인증 샷을 찍고 가는 것도 나름 의미있는 출발이 될 것입니다.
여행 tip
네비게이션 지명으로는 Eastern View 검색
론(Lorne)의 공원에는 무료 바비큐 그릴 시설이 있습니다.
차로 10분 더 가면 키네트 리버 (Kennett River) 나무 숲에서 야생 앵무새와 코알라를 만날 수 있습니다.
3. 아폴로베이
아폴로 베이(Apollo Bay) 지역에는 마을이 형성되어 있고 예쁜 카페와 맛 좋은 레스토랑들이 즐비해 있어 그레이트 오션로드 여행자의 대부분이 이 곳에서 점심 식사를 하게 되는데 보통 $10짜리 피시 앤 칩스가 인기가 높고 다양한 아시아 퓨전 요리도 많이 있습니다.
출발 전에는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안내 책자를 받아서 가는 동안 오션로드에 관한 정보를 좀 더 습득해 봅니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마리너스 전방대에 들리게 되면 드넓은 망망대해와 함께 7군데의 폭포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여행 tip
아마추어도 참가가 가능한 '그레이트 오션 로드 국제 마라톤 대회(Great Ocean Road International Marathon)'가 매년 5월에 이 곳에서 개최. 아폴로 베이(Apollo Bay) 호텔에서 출발하는 4개의 코스가 진행되고 대회 일주일 전까지 누구나 인터넷으로 접수가 가능합니다.
아폴로 베이에서 12사도 상까지 약 90km거리의 하이킹 코스가 있습니다.
4. 깁슨 스텝스
영화 배우 멜깁슨이 살았던 별장을 지나면 멜깁슨과는 전혀 상관없는 깁슨 스텝스(Gipson Step)라는 작은 간판이 나옵니다. 사실 이 곳은 내려가는 계단이 많아 시간 소모가 크므로 일반 투어 회사들이 조용히 건너뛰는 지역이지만 그냥 지나치기에는 그 풍경이 너무 아름다운 장소입니다.
이 주변의 파도는 아주 거세고, 이로 인해 안개가 짙게 깔리는 것으로 유명해 바다 밑에 발견된 배만 160여척에 가깝다고 합니다. 물론 서퍼나 항해사 자격이 아닌 관광객으로 방문했다면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파도와 바람, 안개들은 이 곳의 분위기를 더욱 황홀하게 만드는데 이러한 섭리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깁슨 스텝스 지역입니다. 드넓은 대양에서 몰아치는 거친 파도와 맞서는 기암 절벽, 그리고 그 주위로 비춰지는 아름다운 역광 풍경을 코 앞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 어느 정도 시간을 많이 소비해도 나쁘지 않습니다.
여행 tip
이 곳은 아주 로맨틱한 분위기가 나는 지역이므로 연인과 함께라면 필히 방문해보세요!
5. 12사도상
이제 그레이트 오션로드의 메인이라고 볼 수 있는 포트 캠벨(Port Cambell) 국립공원의 12사도상(Twelve Apostles)을 만나러 갑니다. 호주 달력과 엽서 등에 나오는 대부분의 그레이트 오션로드 풍경이 이 곳 전망대에서 잡힌 샷으로 사용될 정도로 긴 여정의 백미 입니다. 이 곳은 영국 이민자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12제자를 빗대어 12사도상이라는 이름을 지었으나 원주민들에게는 엄마 돼지와 아기 돼지들(Sow & pigrets)라고 불립니다.
지금은 많이 무너져 내려 7~8개 밖에 볼 수 없지만 이 하이라이트 풍경을 한 눈에 내려다 보고 싶다면 헬기 이륙장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합니다! 만일 10만원 내외의 헬기 탑승 비용이 부담되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게 되면 몇 일 아침을 굶어서라도 무리하길 추천합니다. 배고픔은 한 순간이지만, 수려한 풍경으로 인한 감동은 상당히 오랜 시간 내면에서 울릴 것이라 확신합니다.
여행 tip
트레킹 에코 투어 코스를 체험한다면 다양한 각도에서 12사도 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일출과 일몰 중 하나라도 이 곳에서 보게 된다면 더 큰 매력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헬기투어 : $95(10분), $145(15분)
6. 로크 아드 고지
개인적으로 그레이트 오션로드에서 가장 좋아하는 지역이고, 인물 사진을 찍을 때 이 지역에서 가장 사진이 근사하게 나오는 곳이 바로 로크 아드 고지(Loch Ard Gorge)입니다.
마치 보물선이 숨어있을 것도 같은 이 곳에서 병풍처럼 둘러싸인 바위 틈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장엄한 파도는 정말 심장이 쿵쿵거릴 정도로 큰 힘이 느껴집니다.
1878년에 이 곳에서 승객 54명을 태운 영국의 이민선인 로크 아드호가 멜번으로 가던 중 파도에 의해 난파되어 단 두 명만 목숨을 살리게 되었는데요. 협곡 안으로 밀려온 선원 톰 피어스가 18세 숙녀 에바를 구했고, 둘은 동굴에서 함께 밤을 보낸 후 다음날 구조되었다고 합니다. 호사가들은 성별이 다른 이들이 서로 정분이 날 것처럼 연일 예의주시하였지만 둘은 각자 영국으로 돌아가 따로 결혼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좌초된 배에서 발견된 일기장을 보면 '지옥 같은 적도에서 벗어나 남반구의 찬 바다까지 항해했다. 마치 귀에 바늘을 넣는 것 같이 힘겨운 항해다.'라고 적혀 있었을 만큼 목숨을 건 이동을 해야 했던 지역이었습니다.
여행 tip
이곳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만화영화 '붉은 돼지’에서 비밀 요새의 배경이 되었던 곳입니다.
2사도상에 감탄하다가 로크 아드 고지으로 가는 다른 갈래의 길은 그냥 지나치기 쉬우므로 주의!
7. 포트 캠벨
일몰을 12사도상에서 본 후 가장 가까운 포트 캠벨(Port Campbell)에서 숙박하는 걸 추천합니다. 이곳에 도착할 쯤이면 장시간의 이동으로 많이 지쳐있게 될 것입니다. 먼 길을 온 만큼 내륙으로 돌아가는 길이 만만치 않으므로 보통 1박 2일의 여정은 이곳에서 밤을 보내게 되는데 우리나라의 펜션 같은 분위기의 숙박들이 많이 있어 안락하게 쉴 수 있을 것입니다. 이곳은 지리적으로 그레이드 오션 로드 중심에 있고, 정원이 있는 예쁜 숙소부터 배낭 여행자들을 위한 YHA 유스호스텔, 그리고 그늘이 있는 캠핑장까지 다양한 숙소들이 있어 하루의 피로를 풀고 다음날을 준비하기에 적합한 장소입니다.
여행 tip
달이 뜨면 작은 펭귄들이 파도와 함께 출몰하는 모습을 보러 가야 합니다.
새벽에 절벽 사이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보러 가기에도 수월합니다.
둘째날
1.런던 브릿지
그레이트 오션로드는 그 웅장함만큼 각각의 지역마다 관광 스토리텔링이 참 많이 서려있는데요. 지난 1990년 1월, 침식과 파도로 인해 런던 브릿지(London Bridge)라 불리는 다리의 중간 부분이 무너졌을 때 이곳에 고립된 불륜 커플을 헬리콥터로 구출되는 장면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어 망신을 당했다고 합니다. 둘은 출장 간다고 속이고 밀월여행을 온 것이라 모든 인터뷰를 피해 줄행랑을 쳤다고 하는데 이들의 관계를 하늘이 노해 이 다리가 끊어졌다는 이야기도 늘 회자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바위들은 과학적으로 침식과 풍화작용에 의해 매년 조금씩 깎이기 때문에 우뚝
솟은 바위들이 언제, 누가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여행 tip
런던 브릿지라는 이름은 영국 여왕이 이 곳을 구경할 때 직접 지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심야에 이 곳을 찾는다면 작은 펭귄들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런던 브릿지 전에 버섯바위로 불리는 시스텍(Sea Stack)과 레이저백 (Razorback) 풍경도 멋집니다.
2. 와남불
와남불(Warrnambool)은 그레이트 오션로드의 종착 지역이며 19세기에 개척된 항구도시로 최근에는 도시 계획에 의해 잘 정리된 지역입니다. 과거 고래잡이 지역으로 명성이 높았던 곳이지만 포경이 금지된 이후에는 긴 여정을 마무리하는 쉼터 역할을 하는 곳으로 변모하였습니다.
여행 tip
항구 옆 플래그스태프 힐 마리타임(Flagstaff Hill Maritime Museum)에서 고래잡이 시절을 전시!
부활절 기간과 연말연시에는 숙소가 부족하고 가격이 오릅니다.
3. 로긴스
로긴스 해변(Logans Beach)에서는 새끼를 낳으러 남극에서 올라 온 고래들을 볼 수 있지만 5~10월에만 올라오기 때문에 때를 잘 맞춰야 합니다. 이제 여정을 마무리 하면서 멋진 풍경이 가득한 레이디 베이(Levy’s Bay)에 나가 물놀이를 하며 자유시간을 보낸 후 시내 중심가에 레스토랑이 많은 라이빅(Liebic St)에 가서 맛난 점심을 먹고 슬슬 멜번으로 향합니다. 돌아오는 동안은 이 전까지와 다른 풍경들을 만나게 되는데 무엇보다 엄청난 수의 동물들을 보고 깜짝 놀라게 됩니다. 단순비교는 되지 않지만 이러한 여정의 느낌은 마치 대한민국의 동해바다의 해안도로를 따라 달린 후 대관령으로 돌아오는 것에 작은 비유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행 tip
여행에 탄력 받았다면 오는 길에 골드러시의 근원지 발라랏 소버린 힐까지 가보세요! (북쪽으로 1시간반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