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기의 모험과 언어, 공포와 두려움의 세계
유년기는 무의식에 존재하지만 그 언어는 아직도 완성되지 못한 언어다. 유년기의 언어는 미완성의 언어로서 상상계와 상징계를 넘나드는 잠재기의 언어이기 때문에 어쩌면 인간 본연의 존재에 더 다가설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언어는 실재를 죽이고, 그 위에 대신 비이성적 언어가 들어서는 것이다. 이것은 실재와 허구의 관계를 재정립시켜준다. 그것은 괴물을 생성해 내는 언어도 마찬가지다. 괴물은 김나인 소설에서 가장 핵심적이며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유인소이다. 김나인은 소년의 언어로서 그의 소설 곳곳에 잠복해 있는 욕망을 자극하는 암호들로 괴물을 저장시켜 두었다. 그리고 독자들을 그 세계 속으로 유인하여 몰입하게 한다. 그렇지만 이 암호 속에서 성인의 생각으로, 이성의 언어로 괴물의 맨 낯을 발견할 수 없다. 말하자면 이성적 언어로 괴물을 포착한다는 것은 상상을 접고 이성적 접근을 한다는 것인데, 이럴 때 진정한 소통은 장벽에 가로 막힌다. 처음부터 괴물은 이성의 언어로서는 포착하지 못하는, 실재와 허구의 사이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성인에게 괴물은 환상이거나,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다. 그래서 이성은 한 번도 괴물을 본적이 없다. 그래서 이성적 언어로서는 괴물을 지각할 수 없으며 가령 지각한다고 해도 그 괴물을 온전하게 재현하지 못할 것이다. 괴물의 생성과 소멸은 전적으로 괴물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상상 또는 환영으로 존재하며, 그것에 대한 구현은 유년기의 언어로서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나인 소설가는 충남보령출생이며, 경기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및 동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 졸업을 했다. 2004년 《순수문학》에 「배꼽아래」소설 당선, 소설집 『배꼽아래』『파리지옥』『개미지옥』『나체주의자의 음란소설』『정육점의 비밀』, 시집『술 취한 밤은 모슬포로 향하고 있다』『그 잔인한 사랑, 그 속성에 대하여 나는 죽도록 사랑한다』『각시붓꽃 목에 낮달이 뜨다』가 있다. 제 39회 경기학술문예 소설부문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저자의 말
다시 오지 않을 소년기와 그 소년기에 철없이 누렸던 모험과 우리들만의 언어가 이제는 낯설고, 나 자신이 그러한 것들을 통제하고 감시하고 절제하고 있다. 성인이 된다는 것, 그리고 그 세계에서 박제화 된 삶을 살면서 유일하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소년기의 단어는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그것은 열정적인 꿈, 그것이다. 어떠한 종류의 꿈을 꾸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꿈이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의 존재는 가치가 있다. 소년기의 모험과 언어, 꿈을 함께 공유했던 친구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2013년 2월 대천바닷가를 산책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