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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빗물은 많지만 쓸 물은 없다?
물은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중요한 자원으로 모든 수자원의 시작은 빗물입니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2006년 기준 우리나라의 수자원 총량은 1년에 1,240억 톤이며, 이 가운데 723억 톤(58%, 가용수자원량)이 하천으로 유출되고 517억 톤(42%)이 손실됩니다. 수자원 총 이용량은 337억 톤(27%)입니다. 총 이용량 중 하천 유지용수(하천의 유수가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물)를 제외한 생활, 공업, 농업용수 이용량은 262억 톤으로 가용수자원량의 36%를 취수하고 있으며 이는 고(高) 물스트레스(40%)에 가까운 상황입니다.
한국의 연평균 강우량은 약 1,300mm 정도로 세계평균인 약 900mm 보다 훨씬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비는 6~9월의 4개월 동안 1년에 내릴 비의 60% 이상이 쏟아집니다. 그 중에서도 장마철인 7월 강우량은 연평균 강우량의 30%를 차지할 만큼 집중도가 높습니다. 또 우리나라는 전 국토의 70%가 암반으로 이루어진 산악지형이라 내린 빗물이 땅속에 침투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빗물을 땅에 저장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런 강우 패턴과 지질학적 특징은 빗물관리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하천 취수율 | 물 스트레스 구분 | 국가 |
10% 이하 | 저(低) | 뉴질랜드, 캐나다, 러시아 등 |
10~20% | 중(中) |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터키 등 |
20~40% | 중(中)~고(高) | 한국, 인도, 이탈리아, 남아공 등 |
40% 이상 | 고(高) | 이라크, 이집트 등 |
▶ 하천취수율에 따른 물 스트레스 국가 구분
출처: 수자원장기종합계획 (국토해양부, 2006)
▶ 우리 조상들의 빗물 관리
☞ 저수지 : 빗물관리 및 농업용수 확보
▶ 김제 벽골제 비 및 제방 출처: 장서각 소장 국학자료 ☞ 바로가기 |
김제 벽골제, 제천 의림지, 상주 공검지는 모두 삼한시대부터 존재한 저수지입니다. 이들 저수지는 고대 수리관개시설로 과거의 농경문화를 알려주는 유산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인 벽골제는 서기 330년, 너른 평야에 진흙을 이용해 제방을 쌓아 만들었습니다. 벽골제는 고대 농경사 및 문화와 토목 건축적 의의가 인정되어 국가 사적 제111호로 지정 관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물이 있는 풍경 대신 약3km에 이르는 제방만 남아 있어 아쉬움을 남깁니다. 의림지는 정확한 연대를 알 수는 없지만 삼한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농업용수가 넉넉하지 못한 주변 지역에 물을 공급하고 있는 의림지의 규모는 만수면적 13만㎡, 최대 수심 13.5m입니다. 의림지는 제방 위에 조성된 소나무와 버드나무 숲이 있는 제림과 주변의 정자가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간직하고 있는 명승지로 현재 제천시가 관리하고 있습니다. 삼한시대 벼농사를 위해 조성된 공검지는 지금도 일부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또한 공검지에는 멸종위기 동물인 말똥가리와 원앙, 황조롱이 등 천연 기념물 7종, 식물 79종, 포유류 11종, 조류 63종 등이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생태계의 보고로 평가 받으며 최근 국가 지정 논습지로 정해졌습니다.
☞ 다랑이 논 : 턱을 높여 빗물을 고이게 한 계단식 논
다랑이 논은 우리 조상들이 산간지역에서 벼농사를 짓기 위해 산비탈을 깎아 만든 농지입니다. 다랑이 논은 계단식 구조를 통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시간을 자연스럽게 지체시켜 홍수를 막고, 지하수위를 보충하며, 생물 다양성 확보, 토양침식 방지 등 다목적으로 쓰입니다. 남해에 있는 가천마을 다랑이 논은 명승 제15호로 45도 경사 비탈에 108개 층층계단, 680여 개의 논이 바다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3평 밖에 안 되는 작은 논부터 300평짜리 논까지 크기가 제각각으로 한 평이라도 논을 더 내려고 턱을 쌓은 조상들의 손길이 고스란히 배어 든 지형입니다. 기계가 들어가지 못해 소와 쟁기로 농사를 지어야 하는 곳이 많지만 아름다운 경관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관광지로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한편 논은 단순히 쌀만 생산하는 곳이 아니라 빗물 저장, 홍수조절, 지하수 보충, 대기 정화, 대기 냉각 등의 기능으로 사람과 지구 모두에게 이로운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촘항 : 빗물을 받아쓰는 항아리
▶ 촘과 촘항 출처: 멀티미디어 제주민속관광 대사전 ☞ 바로가기 |
제주도는 연평균 강우량이 약 1,800mm에 이르는 등 우리나라 안에서도 비가 많이 오는 지역입니다. 그런데 한 시간에 100mm 이상의 집중 호우가 내려도 제주도에는 폭우로 인한 피해가 거의 없습니다. 이는 물이 한라산 백록담을 정점으로 방사상으로 형성된 수많은 골짜기를 통해 곧장 바다로 흘러내리기 때문입니다. 또 현무암 지질의 특성으로 많은 물이 지하로 스며든 후 해안 저지대에서 용출되어 주민들이 식수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강이 없고, 구멍이 많은 현무암 지질의 특성은 제주도를 물이 귀한 섬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더욱이 제주도의 중산간 지역은 해안과 달리 용천하는 곳이 적어 생활용수를 빗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때문에 주민들은 식수를 얻기 위해 ‘촘항’이라는 치수 시설을 고안해 사용해 왔습니다. 촘항은 큰 나무에 떨어진 빗물을 항아리에 받아 집안에서 쓰는 전통적인 집수방식으로 나무껍질과 띠풀은 정화와 여과 기능이 있어 수개월 동안 깨끗한 물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 빗물에 대한 오해
☞ 빗물은 지저분하다?
빗물을 연구하는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한무영 교수는 빗물에 대기오염의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비가 내리고 20분 정도 지나면 오염물질이 다 씻겨 내려가므로 안전하다고 합니다. 물 1ℓ에 얼마나 많은 이물질이 녹아있는지를 수치로 나타낸 것을 총용존고형물(TDS : Total Dissolved Solids)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1ℓ의 증류수에 설탕 0.5g을 넣은 뒤 증발시키면 설탕 0.5g이 남습니다. 이때 물의 TDS는 500㎎/ℓ이고 이를 500ppm이라고 표시합니다. 우리나라는 먹는 물의 수질기준을 500ppm으로 규정하고 있고, 수돗물은 50~250ppm입니다. 그런데 빗물에 있을 수 있는 오염물질은 10~20ppm 정도로 거의 증류수에 가까운 깨끗한 물이라고 합니다. 한무영 교수는 빗물을 받아서 사용할 때 집수면을 깨끗하게 관리하고, 흙탕물 같은 것이 좀 섞여도 깨끗한 위쪽 물만 따로 보관해서 쓰면 괜찮다고 빗물 사용을 권하고 있습니다.
☞ 빗물을 모아두면 썩는다?
물이 썩으려면 고여 있다는 조건 외에도 유기물, 미생물, 햇빛이 있어야 합니다. 이 가운데 하나만 제거하면 물은 썩지 않는데, 빗물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유기물이나 미생물은 어디에나 있으므로 모아둔 빗물에 햇빛이 들지 않게 관리하면 그 물을 식수나 생활용수로 쓸 수 있습니다. 아파트 옥상의 물탱크에 고인 물이 썩지 않는 건 햇빛이 차단된 상태가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 오염된 대기가 녹아든 비, 괜찮을까?
빗물은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갔던 것이 다시 땅으로 떨어지는 것입니다. 이런 물의 순환 과정을 고려하면 빗물은 깨끗한 증류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 깊은 산속에 있는 물은 깨끗하다고 여깁니다. 산속의 물은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든 다음 침천 과정을 거치기도 하고, 또 산속에는 공장 폐수 등 다른 오염물질이 녹아들 기회가 적기 때문에 실제로도 깨끗합니다. 한편 산속과 달리 도시에서 오염물질이 녹아든 비나, 빗물을 받는 집수면이 오염됐을 경우에는 초기 빗물 배제장치를 설치하면 걱정할 게 없다고 합니다.
산성비는 건축물을 부식시키고, 땅 위의 식물이나 동물에게 해를 입힌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가 산성을 띠기 때문에 비는 산성일 수밖에 없습니다. 깨끗한 공기를 통과한 빗물의 pH가 5.6을 띠고, 산성비는 pH가 5.6 아래인 비를 뜻합니다. 이산화탄소와 같은 자연 상태의 산성 물질 외에 이산화황이나 질소산화물 같은 오염물질이 많으면 빗물의 pH가 낮아지고, pH가 낮을수록 산성은 더욱 강해집니다. 그런데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생활용품 중에는 산성비보다 더 산성을 띠는 것도 많습니다. 샴푸 pH4∼7, 녹차나 커피 pH5∼6, 오렌지주스 pH3.5 등입니다. 이에 대해 한무영 교수는 빗물이 피부에 좋지 않다고 여기는 건 잘못된 고정관념이며, 산성비가 피부나 소화기 등에 미치는 영향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빗물을 모아 하루 정도 두면 칼슘이나 마그네슘처럼 땅 위나 먼지 중에 있는 알칼리성 물질과 섞여 pH는 금방 중성이 된다고 합니다.
▶ 빗물 관리 및 활용 사례
인천, 대전, 전주, 제주, 수원 등 5개 월드컵 경기장에는 빗물 저장 시설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200~1350톤 정도의 빗물을 저장 수 있는 규모로 잔디장, 조경, 소화 용수 등으로 사용합니다. 또한 2011년 6월 9일부터 신축되는 공공기관 청사에는 빗물을 생활용수 등으로 쓰는 ‘빗물 이용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합니다. 한편 빗물은 수돗물과 달리 언제든 얻을 수 있는 자원이 아니기 때문에 빗물 관리가 생활화 되어 있어야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 전주 코끼리 유치원의 빗물저금통
빗물저금통은 비가 올 때 빗물을 받아서 모아 두었다가 여러 가지 용도로 재활용 하는 것입니다. 물은 마시는 것뿐만 아니라 세척용, 농업용, 공업용 등 다방면으로 쓰이기 때문에 빗물저금통의 활용도 또한 높아집니다. 빗물저금통을 설치한 전주시 코끼리 유치원에서는 모아둔 빗물로 설거지를 하고, 걸레를 빨아 청소하는데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빗물에 있는 성분이 수돗물과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기 위해 화단을 만들어 직접 실험 해본 결과 빗물로 가꾼 화단에서 자란 식물이 훨씬 더 잘 자랐다고 합니다. 이는 사람이 거른 수돗물 보다 자연에서 순환하는 빗물이 식물의 생장에 더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 빗물을 생활용수로 재활용하는 ‘스타시티’
서울시 광진구에 있는 스타시티는 2006년에 완공된 주상복합 단지로 건물 4개 동에 1,310가구가 입주해 있습니다. 스타시티 건물 지하에는 옥상 빗물, 바닥면 빗물, 비상용수를 저장하는 1,000톤짜리 콘크리트 탱크 3개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스타시티는 이렇게 모은 빗물을 단지 내 중앙공원의 조경용수, 분수, 실개천과 공용화장실 용수로 씁니다. 1년간 재활용한 빗물은 4만 톤 정도로 이는 단지 내 1,310가구에서 1년간 쓰는 수돗물 20만 톤의 20% 정도 규모입니다. 이런 빗물 탱크 덕분에 수돗물 값으로 연간 2,000만 원 정도를 절약하는 셈이며, 스타시티 주민들의 평균 수도요금은 200원 이하라고 합니다.
일본 시민단체인 ‘빗물 이용을 위한 시민 모임’과 유엔환경계획(UNEP) 관계자들이 견학하러 올 만큼 뛰어난 빗물 재활용 사례로 거론되는 스타시티지만 처음부터 계획한 일은 아니라고 합니다. 빗물 이용 시설 도입을 제안한 건 관할 광진구청으로 스타시티가 들어서 시멘트와 아스팔트가 깔려 땅으로 스며들지 않은 빗물로 발생할 침수 피해를 우려했습니다. 서울시 ‘친환경 건축 기준’에 따르면 신축 건물이 건축면적의 5%(또는 대지면적의 2%) 이상인 용량으로 빗물 탱크를 짓는 경우 기준용적률의 4%이내에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스타시티는 용적률 3%를 인센티브로 얻고, 4억 6천만 원을 들여 빗물을 모으는 장치를 설치했습니다.
☞ 침수방지용 빗물 저장시설 설치 ‘해운대 센텀시티’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 인근 도로 지하에 침수방지를 위한 빗물 저장시설이 설치됐습니다.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약 2만 톤의 빗물을 저장할 수 있도록 대비한 덕분에 시간당 평균 63mm가 내린 폭우에도 물난리를 겪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영강 인근에 있는 이 지역은 빗물 저장시설이 없던 2009년 7월 두 차례 집중호우 때 침수피해를 입은 지역입니다. 부산시는 부산외국어대 신축캠퍼스 부지, 금정초등학교 운동장 등 도심 4곳에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장치를 추가로 건립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모은 빗물은 필요에 따라 청소용, 조경용으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이 같은 빗물저장시설로 부산시는 침수방지와 수자원 확보라는 두 가지 효과를 한꺼번에 얻을 수 있습니다.
☞ 수원시의 레인시티 프로젝트
수원시는 지난 2009년 기후변화에 따른 물 부족에 따른 대책으로 ‘레인시티’를 조성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레인시티’는 빗물을 흘려보내는 대신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신개념 도시를 뜻합니다. 수원지는 조례로 대지 2,000㎡, 연면적 3,000㎡이상 건축물의 경우 빗물 저장시설 설치를 권장하고 있으며 빗물을 모아 조경수나 화장실에 사용하도록 주문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설비용 지원, 용적률 상향, 세금감면 등의 혜택을 주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으며 각종 지원 사업으로 관공서, 학교, 공공시설, 공원 등 10곳을 선정해 1,000만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수원시의 ‘레인시티’ 프로젝트는 경기도의 녹색성장 100대 사업 중 최우수 사업으로 선정됐습니다.
▶ 빗물 모으기 및 빗물 이용 효과
☞ 수자원을 확보해 물 부족 사태를 대비할 수 있습니다.
☞ 상수처리비용을 절감함으로써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 도시홍수 발생을 줄임으로써 홍수조절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 자연재해 시 상수도 시스템의 파괴에 따른 비상 용수원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 빗물을 잘 관리하면 자연스러운 물 순환을 복원하고 생태계를 살릴 수 있습니다.
※ 참고문헌 및 참고사이트
ㅇ 『빗물과 당신』한무영, 강창래 지음, 알마, 2011
ㅇ SNOW STORY (네이버 블로그) http://a308501.blog.me
ㅇ 빗물박사 (다음 블로그) http://blog.daum.net/drrainwater
ㅇ 맛있는 水多 (네이버 블로그) http://www.blogkwate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