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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호패스를 넘어 내려다본 요호계곡.
푸르다 못해 옥빛 띤 ‘멋있는’ 호수
로키에는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절경이 많이 있다. 그 호수 색깔이 푸르다 못해 옥색이다. 비시주(브리티시컬럼비아)쪽의 ‘멋있다’는 뜻을 가진 요호(Yoho) 국립공원 안에 아예 ‘에메랄드’라 이름을 붙인 호수가 있다. 그 호수 물 색깔이 에메랄드 보석과 같기 때문이다.
밴쿠버에서 운전해 간다면 로키를 거의 다가서 필드(Field)라는 조그마한 마을을 지난다. 거기는 오른쪽으로 길옆에 공원 안내소가 있어서 로키에 관한 각종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필드를 지나 2.6km 지점에서 좌회전해 에메랄드 로드(Emerald Rd)를 따라가면 8km 거리에 호수가 있다. 가는 길 중간에 내추럴 브리지(Natural Bridge)라 하여 바위 사이로 흘러내리는 강물을 보는 곳이 있으니 잠시 들러도 좋다.
▲ 옥빛 에메랄드 호수에서 뱃놀이를 즐기는 탐방객들.
▲ 숲 우거진 산비탈을 오르는 하이커들.
‘호수에 바람 드니 산등성이 춤을 춘다. / 내 마음 물결 따라 저 산 보며 장단 치니 / 시샘 난 구름자락이 산허리를 휘감는다.’
1,6km를 지나 호수가 끝나는 곳에서 산길은 왼편으로 갈라져 자갈길로 들어선다. 왼편 골짜기에서 흘러내려온 자갈과 토사가 계곡을 덮고 있다. 이 토사가 호수를 향해서 조금씩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계곡에서 흐르는 개울을 건너는 징검다리와 판자가 깔린 나무다리가 군데군데 있어 신을 벗을 염려는 없게 해 놓았다.
이 근처에서 말 탄 사람들을 만났다. 안내인을 따라 일렬로 늘어선 말 탄 사람들이 꺼덕거리면서 로키의 산속에서 기분을 내고 있다. 지루한 자갈길을 가는 중이라 호수 입구에서 말을 타고 산 밑까지 가 말은 돌려보내고 산행한다면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다. 호수가 끝나는 곳에서 왼쪽 길을 택해야 한다. 호수를 일주하는 길이 있어서 그쪽으로 따라가면 요호 패스(Yoho Pass)로 가는 길을 지나칠 수 있으니 호수 끝에서는 주의해야 된다.
▲ 마이클 피크와 마이클폭포를 끼고 너덜지대를 오르는 하이커들.
이 바이스 프레지던트라는 산 이름은 데이빗 맥니콜(Davit McNicoll)이라는 퍼시픽(Pacific) 철도회사의 부사장을 기리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산중에 길을 낸 인물을 기억하고자 하는 역사적인 정신의 일부가 산중에 남아 있다. 호수 이름도 사람들이 이름을 붙여 놓은 것이 많이 있다. 세계 10대 절경 중에 하나라는 루이스(Louise) 호수의 ‘루이스’는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넷째 딸 이름이다. 그녀는 캐나다 총독의 아내였다.
폭포를 건너다보며 오르는 산길이 산비탈에 나 있다. 호수는 많이 작아져 있다. 큰 산속으로 들어와 있는 것이다. 영겁을 말없이 견뎌온 큰 산 앞에 서면 나는 왜 자꾸만 작아지는가. 잡다한 세상사도 작아지기 시작한다.
▲ 요호패스를 오르면서 보는 에메랄드 호수.
풍광에 취해 호된 신고식을 치러
산꽃이 피어 있다. 인디언 페인트부러시라는 붉은 꽃, 이름도 모르는 산꽃들이 어우러진 꽃밭을 지난다. 로키의 여름은 짧아 산꽃들은 바쁘다. 자라면서 꽃을 피우지 않으면 열매를 맺을 수 없기 때문이다. 꽃들은 바닥에 깔린 채 우리를 반긴다. 큰 나비 한 마리 꽃 사이를 노닌다.
‘아내여 / 여기 와 나비를 만나자 / 잊어버린 추억들을 찾으러 먼 길 떠나는 범나비 있으면 / 옛날 우리가 만나 주고받았던 아련했던 그 첫 눈길을 한번 찾아 보라하지 않으련-.’
해발 1,814m에 있는 요호호수는 당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호수로 알려졌고, 웝타산 절벽이 남쪽으로 내려와 있고, 바이스 프레지던트의 지맥에서 솟은 마이클피크가 호수 북서쪽으로 보인다. 호수변의 캠프장에서 점심을 한다. 그리고 숲속 길을 따라 나서면 새 천지가 눈앞에 전개된다. 요호계곡으로 들어서는 것이다.
▲ 타카카우 폭포. 아이스라인에서는 폭포 위쪽의 빙하까지 볼 수 있어 장관이다.
이 쪽 산에서는 폭포 아래에서 보지 못했던 폭포 위의 빙하도 덤으로 건너다보는 게 장관이다. 만년빙하가 녹은 눈물방울이 큰 폭포를 이룬다면 그 빙하는 얼마나 클 것인가. 큰 산 위에 빙하가 평원을 이루고 있으며, 그 가장자리에 폭포가 걸려 있다.
새로운 산들이 얼굴을 내민다. 끝없이 이어지는 산군이다. 이쪽 산비탈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산길이 하이라인(Highline)이고, 가지를 뻗어 북쪽으로 뻗은 것이 아이스라인(Iceline)이다. 그 길로 들어서면 20km가 넘는 산길이 새로 시작된다.
98년 밴쿠버산우회 회원들이 처음으로 로키에 들어가 산행을 시작하는 첫날 이 요호계곡을 택했다. 목표는 요호계곡 끝에 있는 트윈(Twin)폭포를 보고 온다는 계획이었으나, 폭포를 보고나서 그 폭포 꼭대기에 오르게 됐고, 거기서 이어지는 웨일백(Whaleback)으로 들어섰다. 경치에 이끌려 산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처음에는 기분이 넘쳐 노래를 부르고 불곰이 있다는 계곡에선 호루라기를 불어대며 구령에 맞추어 소리도 질러댔다. 그러다가 기운이 진하고 해는 기울어 길이 헷갈렸다.
13시간 산길에서 지치고 마지막에는 모두들 기진맥진하여 가까스로 호스텔에 도착해 울고불고 했던 산길이다. 모르면 용감하다고, 겁도 없이 로키 산속을 헤집고 들어가 단체가 호되게 신고식을 치렀던 계곡이 바고 여기 요호계곡이다.
▲ 1.아름다운 꽃밭이 종종 나타나는 요호패스 트레일. 2.토사 지대의 실개천에 걸린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하이커들.
폭포 가까이 접근해 본다. 물보라를 일으키면서 내리꽂히는 폭포가 간담을 서늘케 한다. 요호 패스를 넘어 11km를 걸었다.
오늘은 인자도 되고 지자도 되고자 산행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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