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930년대 당시 경성(서울)의 모습은 어떠했을까요? 선생님이 제시하는 아래 단서를 바탕으로 추측하여 이야기해 보세요.
-----------------------------------------------------------------
<단서>
· ‘광화문, 종로, 을지로, 동대문’ 등에 이르는 사람들의 이동 방식
· 사람들의 ‘주거 공간’
· 식수의 공급 방식과 어두운 밤 시간대의 활동
· 사람들이 여흥을 즐기는 방식(구체적인 장소)
· 조선 최초의 백화점이었던 화신상회
· 사람들의 가치관 변화
------------------------------------------------------------------
정철원: 전차를 타고 이동했고, 새로운 주거형태가 생겼을 것이다. 그리고 다방이나 술집같은 공간에서 유흥을 즐겼을 것이다.
최윤상: 사람들이 더이상 타인을 신뢰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을 것이다. 사람들이 점점 개인주의적 가치관을 지니기 시작했기 때문이에요.
김평안: 주거공간이 전통식 한옥에서 일본식 가옥이나 콘크리트식 건물이 세워졌을 겁니다. 공해문제도 제기되었을 것이고 청계천 같은 공간도 많이 오염됐을 것이다.
최윤상: 장터문화가 사라지고 사람들이 점차 백화점을 이용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김평안: 전문적으로 한 물품만을 파는 상점들이 사라지고 다양한 물품을 취급하는 종합상점이 출현했을 것이다. 백화점이 생기면서 사람들은 점점 돈의 가치에 대해 눈떴을 것이다.
2. 소설가 박태원은 어떠한 이유로 ‘안정된 직업이 없고 결혼도 하지 못한 지식인 청년인 구보씨’를 주인공으로 설정했을까요?
정시진: 자주 언급되는 단어가 '행복'인데......구보는 '행복'을 찾을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구보의 삶이 결핍과 부족으로 가득차 있는데, 작가는 불행한 삶이 물질적 부족에서 기인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나타내려 한 것 같습니다.
김평안: 이 소설은 급격한 근대화로 인해 달라진 경성의 모습을 포착하고 묘사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작가의 의도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인물로는 가진 것 없고 관찰력이 풍부한 지식인 유형의 인물이 적합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물질의 혜택을 누리는 부유한 자본주의 시대의 인물과 구보는 명확하게 대조되어, 전자의 인물들의 삶을 뚜렷이 부각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태희: 소설가 박태원 자신의 모습이 많이 반영된 것 같고 자본주의적 가치관의 유입으로 인해 물질적 삶에서 밀려난 구보씨의 삶 자체를 자세하게 표현하고 싶어한 것 같아요. 덧붙이자면, 전문 작가로서 성공하고 싶은 구보씨의 이상적인 꿈과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적 삶 사이에서 갈등하는 구보씨의 내적갈등을 그리고, 현실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구보의 삶의 모습을 통해, 새롭게 도래한 자본주의 사회의 냉혹성을 묘사하려고 한 것 같아요.
양 쌤: 소설가 박태원은 자신의 분신이나 마찬가인 구보씨란 인물을 설정함으로써 자신의 인생관과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를 아주 자세하고 솔직하게 나타내려고 한 것 같습니다.
3. 276쪽 자세히 언급은 되어 있지 않지만, 소설가 구보 씨의 어머니는 평소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자신의 아들이 변변한 일자리 없이 결혼 또한 못하는 것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합니다. 구보 씨가 정해진 일상 없이 매일 어디론가 외출할 때마다 어머니께서는 한숨을 쉬시며 아들의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죠. 이 날도 아마, 어디 가서 밥을 굶지 말고 좋은 일자리나 혼처 자리가 나면 적극적으로 알아보라는 등, 걱정 어린 말씀을 아들에게 했을 텐데요. 이런 상황에서 ‘구보’의 마음 상태는 어떠했을까요? 자유롭게 상상해 보세요.
정철원: 자신을 보고 아무 말도 못하고 한숨 밖에 쉴 수 없는 어머니를 보면서 구보는 마음이 찢어지고 자책감이 들었을 것이며, 죽고 싶었을 것이다.
최윤상: 자신을 한심하게 생각하고 회의감이 들었을 것이다.
정성화: 자신은 유학까지 다녀온 지식인인데, 자신을 원하는 곳이 한군데도 없다는 데서 화가 나던 참에, 어머니의 걱정 근심으로 인해 더더욱 짜증이 났을 수도 있다.
김평안: 늙으신 어머니의 걱정을 하루빨리 덜어 드려야겠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매우 강했을 것입니다.
김선호: 어머니의 걱정 근심에 마땅한 해결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구보 스스로 많이 답답했을 것이고, 이제까지 내가 뭘 이루었나 하는 심한 회의감이 들었을 것입니다.
이태희: 자신을 이렇게 초라한 처지로까지 내몬 사회에 대해 많은 원망을 느꼈을 수도 있다.
4. 277쪽에서 소설가 구보 씨는 마치 급한 일이 있는 것처럼 걸음걸이를 꾸미며 집밖으로 나서다가, 시끄럽게 떠들어대며 집 앞을 지나가는 여학생들의 눈치를 보기도 하고, 얼마 안 가서는 우두커니 멈춰 섭니다. 구보 씨는 왜 이런 행동을 나타낼까요?
최윤상: 자신의 현재 모습과 처지가 부끄러워서 길을 지나가던 여학생들에게도 피해의식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리고 여학생이 무척 섹시해서 쳐다 보았을 것입니다. (농담이에요)
정성화: 자신이 직장이 있고 바쁜 사람처럼 보이게 위장하기 위해서 그런 것 같아요. 아직까지도 여자가 없는 구보씨는 여성들에게 자신이 못난 사람으로 인정될까봐 무척 신경이 쓰였을 것입니다. (타인의 시선을 민감하게 인식했다는 의미)
이태희: 어머니의 걱정어린 당부말씀에 제대로된 대답도 못하는 자신의 초라한 모습에 대한 죄책감 때문인 것 같아요.
김선호: 잠시 멈칫거린 것은 내가 할일이 없는 데도, 마치 바쁜 것처럼 행동해야 하는 자신의 우스꽝스러운 모습 자체에 심한 회의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5. 왜 작가는 ‘주인공 구보가 할 일이 없는데도 이리저리 돌아다니도록’ 소설의 이야기를 구성했을까요? 그 의도에 대해 자유롭게 설명해 보세요.
정철원: 이리저리 정처없이 돌아다니는 구보의 모습을 통해, 일제시대 방향성을 상실한 지식인의 모습과 암울한 내면을 드러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