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맑은 공기 마시러 산으로 향했었지요. 그런데, 사고가 났어요!?
점심을 급히 먹고 바로 출발, 버스를 타서였는지 글쎄 안 하던 차멀미를 했지 뭡니까? 고통스러웠어요. 뱃속이 불편하고 어지럼증이 생기고, 뒤가 급해지는 거에요. 차가 언제 종점에 닿을지......드디어, 거여동 버스종점에서 기사들 화장실 빌려 쓰느라 시간을 꽤 허비했지요. 함께 간 친구 말이 얼굴이 새하야니 체한 것 같다며 손가락을 따야하지만 임시방편이라며 손가락마디마디를 꼬집으며(?) 고문을 하는 거에요...어이구야아아아....
에휴! 어쨌거나 그 덕도 있었는지.... 날 생각해서 오늘 산행포기하고 그냥 돌아가자는 친구를 안심시키며 억지로 출발했습니다. 한 십 오분쯤 걸었나...? ...더 이상은 갈 수가 없었어요. 등산로 옆, 배드민턴장 벤치에 누워서 하늘을 쳐다보며 쉬었습니다. 친구 혼자 산에 오르라 했지요. 그렇게 한 시간쯤 쉬었나 봅니다.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서문에 도착해서 성곽을 돌고 있는 중이라고요...지난 주에 바로 이 친구때문에 다 못 돌고 반만 돌았었거든요...ㅎㅎㅎ
나도 그제사 출발을 했습니다. 그런데, 앗차! 핸드폰 밧데리가 바로 그 때 끝나버리는 바람에 우리는 서로 연락도 못한 채 하루종일 따로따로가 되었습니다. 김밥과 커피와 쵸콜릿은 나한테 있고, 친구에게는 포도와 쵸콜릿만 있었을 터인데......ㅋㅋ 오늘 코스는 서문 오르는 코스 중에 제일 긴 벌성코스였지요.
등성이를 따라 살살 걸으며 이렇게 생각했어요. 아파트동네와는 한 차원 다른 훨씬 맑은 공기를 마시며 호젓한(?) 산길을 걸을 수 있으니 그냥 집으로 돌아가는 것보다는 그래도 많이 행복한거지! 하며 걸었습니다.
드디어 서문에 올랐고, 수어장대로 갔어요. 어디 한 열댓명 모여서 두좌법(물구나무서서 호흡하기)도 하고, 기합넣으며 장지르기도 할 만한 너른 공간이 없나 살피면서 말입니다. 11월 어느 토요일에 국선도 새벽수련 끝나면 도우들과 이 곳에서 야외수련을 겸한 단합대회를 갖기로 했는데, 내가 신경을 좀 써야 할 입장이어서...ㅎㅎ 아, 이 경황에도 장소물색을 하고 있네요..!! 내 생각에도 이런 내가 쬐끔 웃기긴 해요....... 수어장대 앞에 몰린 사람들을 피해 덜 북적이는 한 구석의 호젓한 야외테이블에서 보온병을 꺼내서 커피한잔을 만듭니다. 단풍이 막 들기 시작하는 가을정취를 느끼며 한참을 쉬었어요.
뱃 속은 괜찮아졌는데, 머리는 아직도 완전히 맑지를 않아요. 늘 지나치기만 했던 국청사
로 내려가서 절 내력도 읽어보고, 사진에도 좀 담고...한 곳엘 가니 이런 현수막도 있어요. [국악전도사 최종민교수, 주말음악회]...... 타이밍 잘 맞으면 토요일 낮 3시쯤에 야외에서 듣는 단소며 대금이며 피리소리에 생황에 아쟁에.... 아, 괜찮겠네요...... 그렇게 쉬고, 또 쉬다가
다시 서문을 거쳐서 비호부대로 내려왔습니다.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데, 또 멀미가 나는거에요.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한참을 가다보니 평소에 다니던 길이 아닌거에요. 올림픽아파트가 보이더니 둔촌동아파트까지 보여요...?! 아차, 3416을 탄다는 게 3316을 탔지 뭡니까?
그 놈의 거여동 종점에는 뭔 놈의 노선이 그리도 많은기여...?! 3313,3314,3315,3316,3415,3416.........어휴!
얼른 뛰어 내리는데, 뒷사람이 불러요. '장갑 떨졌어요,아저씨! ' 에휴, 별 짓 다했습니다.
집에 가는 차가 이 곳에서도 있으려나? 빨리 집에 가서 샤워하고 쉬고 싶다....
이 날따라 유난히 넓은 대로를 겨우 건너서 정류장을 찾으니 마침 버스 한 대가 오는데, [..수서역..]이 눈에 들어와요. 부랴부랴 올라탔지요. 헌데, 이게 또 직선으로 곧바로 가질 않고 올림픽공원 옆을 따라서 평화의 문까지 빠졌다가 거기서 좌회전, 잠실 사거리 롯데백화점까지 가서는 또 좌회전, 잠실대로를 따라서 석촌,송파,일신여상 앞, 가락시장...거기서 드디어 우회전해서는 수서역까지 가는거에요. 세 정거장 거리를 글쎄, 한 열 다섯 정거장도 더 지났지요. 멀미는 계속되지요. 참느라고 무던히도 애를 먹었습니다.
집에는 누가 있으려나....영은이가 모처럼 쉬는 토요일이라고 엄마랑 백화점엘 가자고 온댔는데...영주는 일요일에 들르려나..? 우리집 주말이면 시집간 애들 놀러온다고 음식준비가 제일 푸짐해요......아내가 주말이면 더 바빠요... 비빔밥재료 준비 다 해 놓았고, 육개장도 끓여놓았으니 저녁에 혹시 먼저 들어오게되면 미안하지만 혼자서 챙겨 먹기만 하면 된댔고.... 나는 친구랑 산에 가니 내려오다 막걸리 한 잔하게 되면 저녁도 해결이 될거라며 뭘 그런 걱정을 다 하느냐 했었는데........갑자기 처량한 저녁 풍경이 머릿 속에 그려지는 이 조화는.. 뭔 일이래...?......베낭 속 김밥은 아직은 쉬지 않고 잘 있겠지? 이 놈도 서둘러 처치해야 되는데... 몸이 나른하고, 땅에 주저 앉을 듯 무거운데...배는 왜, 여전히 고프지를 않은걸까? 그렇게 집엘 도착하니 우와아! 아내가 있는거다.............. 여보, 나 왔어...! 갑자기
눈물이 울컥!...까지는 아니어도 가슴이 따뜻하고 편안해져오는 것은 반가움과 고마움때문이겠지...! 아이들이 자꾸 뭘 사주겠다며 백화점가자는 걸 아내는 늘 거절한다. 회사 일 때문에 늘 집에만 있는데....옷이 뭐 필요하냐며...게다가 아이들 어렵게 고생하면서 번 돈들을 쉽게 쓰게 할 수 없다면서................. 완곡하게 거절을 계속한다......
속탈이니 죽을 끓여주겠다는 아내에게 이제는 괜찮아졌다며 그러지 말라 해 놓고, 샤워 하고 나오니 아내가 가게로 뛰어나가 수프를 사다 끓여놓았다. 속이 많이 편안해 진다. 소화제도 먹었다. 그리고는 서둘러 이불펴고 잠을 청한다. 아내의 전화소리를 들으면서.......아내는 혼자 있는 어르신들은 자주 들여다 보던지 전화로라도 자꾸 얘기를 시켜드리는 것이 좋고, 또 그게 효도이다!하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오늘 하루 일과를 장모님에게 시시콜콜 보고하며 말을 건네는 아내의 목소리를 어렴풋이 들으면서.......잠이 든다.
첫댓글 때로는 그렇게 일상에서 벗어나....... 멀미도 해 보시고.. 차도 잘못 타 보시고.. 참 재미있는 하루를 멋지게 그려 놓으셨습니다.......... 한참을 웃었습니다...~~..
아, 웃어도 주시는구나...ㅎㅎ 감사합니다~ 韓方에서는 脾胃가 약해지면 멀미를 한다는데... 지리산 왕복버스 8시간도 별 탈 없었는데....그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