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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리】
춘향모 술잔 받어들고,
도련님도 이삼배 잡수시었구나.
알심있는 춘향모가
알심있는 : 보기보다 속에 든 야무진 데가 있는
향단이 불러서 자리 보전시켜 놓고
향단이 데리고 건넌방으로 건너가고,
춘향과 도련님 단둘이 앉았으니
그 일이 어찌 될 일이냐!
이 날 밤 정담이야 서불진혜요 언불진혜로다.
서불진혜(書不盡兮) : 글로 다 쓸 수 없다.
언불진혜(言不盡兮) : 말로 다 할 수 없다.
盡은 “다할 진”. 兮는 아무 의미가 없는 조사임.
하루 가고, 이틀 가고, 오륙일이 지나가니
나 어린 사람들이 부끄럼은 훨씬 멀리 가고
정만 답쑥 들어
하루는 안고 누워 둥굴면서
사랑가로 즐겨 보는디,
나 어린 : 나이 어린
답쑥 : 가득. 흠뻑
【진양조】
“만첩청산 늙은 범이 살진 암캐를 물어다 놓고,
이는 다 덥쑥 빠져 먹든 못허고, 으르르르르르르 어헝 넘노난 듯,
만첩청산(萬疊靑山) : 사방이 겹겹이 둘러싸인 깊은 산
단산 봉황이 죽실을 물고 오동 속을 넘노난 듯,
북해 흑룡이 여의주를 물고 채운간으 넘노난 듯,
구곡 청학이 난초를 물고 세류간으 넘노난 듯,
단산(丹山) : 중국의 전설에서 봉황이 사는 붉은 구멍이 있다고 하는 산
죽실(竹實) : 대나무 열매 속에 든 씨. 봉황이 먹는다고 한다.
북해 흑룡(北海 黑龍) : 흑룡은 검은 용을 가리킨다. 전설에 의하면, 길이가 3미터 이상 되고 앞발은 두 개 있지만 뒷발은 없으며, 꼬리를 질질 끌면서 걷는다고 한다. 음양오행사상에서 흑(黑)은 북쪽에 위치하는 것이고 흑룡은 현무(玄武)와 같이 북쪽을 지키는 신성한 용으로 여겨졌다. 흑룡과 마찬가지로 북해는 추상적으로 북쪽에 있는 바다를 의미할 뿐 구체적인 지명은 아니다. 북쪽 바다에 있는 용이기 때문에 흑룡인 것이다.
채운간(彩雲間) : 여러 가지 고운 색깔의 구름 사이
구곡청학(九曲靑鶴) : 깊은 산속에 사는 신선이 타고 다니는 푸른 학. 이 새가 한번 울면 세상이 편해진다고 한다. 얼굴은 사람 같고, 새의 부리에 날개가 여덟 개이고, 다리가 하나이다.
세류간(細柳間) : 가는 버드나무가지 사이
내 사랑, 내 알뜰, 내 간간이지야. 오호어 둥 둥 니가 내 사랑이지야.
간간(衎衎) : 마음이 간질간질하게 재미있는 사람이나 물건. 衎은 ‘즐길 간’
목락무변수여천의 창해같이 깊은 사랑,
삼오신정 달 밝은디 무산천봉 완월 사랑,
목락무변수여천(木落無邊水如天) : 나뭇잎은 지고 끝이 없는 물이 하늘같이 넓다
창해(滄海) : 넓고 큰 바다
삼오신정(三五新正) : 삼오(三五)는 ‘보름’을 달리 이르는 말이다(3x5=15). 그래서 삼오야(三五夜)는 보름날 밤이다. 新正은 정월이니 삼오신정(三五新正)은 정월대보름을 말한다.
무산천봉(巫山千峰) : 무산의 수많은 봉우리. 무산(巫山)은 중국 무산현에 있는 산으로 12봉이 솟아 있는데,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져 경치가 아름답다. 예로부터 시문(詩文)에 많이 인용되며, 초(楚)나라 양왕(襄王)이 꿈에 무산의 신녀(神女)와 맺어졌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완월(玩月) : 달구경
생전 사랑이 이러하니 사후 기약이 없을소냐!
너는 죽어 꽃이 되되 벽도홍 삼춘화가 되고,
나도 죽어 범나비 되되, 춘삼월 호시절에 니 꽃송이를 내가 덤쑥 안고
너울너울 춤추거드면 니가 날인 줄 알으려무나.”
벽도홍(碧桃紅) : 천도복숭아 나무에서 피는 꽃
삼춘화(三春花) : 봄 석잘 동안 피는 꽃
덤쑥 : “담쏙”의 오기. 손으로 탐스럽게 쥐거나 팔로 정답게 안는 모양.
“화로허면 접불래라, 나비 새 꽃 찾아간즉, 꽃 되기는 내사 싫소.”
화로(花老) : 꽃이 시들다
접불래(蝶不來) : 나비가 오지 않다.
즉, 꽃은 시들면 나비가 찾지 않고 다른 새로운 꽃을 찾아갈 테니 꽃이 되기는 싫다는 것이다.
“그러면 죽어 될 것 있다. 너는 죽어 종로 인경이 되고, 나도 죽어 인경 마치가 되어, 밤이면 이십팔수, 낮이 되면 삼십삼천, 그저 댕 치거드며는 니가 날인 줄 알려무나.”
“인경 되기도 내사 싫소.”
인경 : 종로의 보신각 종
마치 : 망치
이십팔수(二十八宿) : 야간 통금을 위하여 밤 10시에 28번 종을 치던 것. 옛날에는 본래 해와 달과 여러 혹성들의 위치를 밝히기 위하여 황도(黃道 : 지구가 태양을 도는 궤도)에 따라 하늘을 28구역으로 구분하였는데, 이것을 상징하여 28번 종을 쳤다.
삼십삼천(三十三天) : 아침에 통금 해제를 알리기 위하여 종을 33번 치던 것. 33번의 의미는 불교에서 말하는 욕계(慾界 : 마음을 가진 모든 중생이 사는 세계로, 지옥·악귀·축생·아수라·인간·육욕천을 함께 이른다. 여기에 사는 중생에게는 식욕, 음욕, 수면욕이 있어 이렇게 이른다)의 둘째 하늘인 도리천이 33개로 구성된 것을 상징한다.
“그러면 죽어 될 것 있다. 너는 죽어 글자가 되되,
따 ‘지’(地), 따 ‘곤’(坤), 그늘 ‘음’(陰), 아내 ‘처’(妻), 계집 ‘여’(女)자 글자가 되고,
나도 죽어 글자가 되되,
하늘 ‘천’(天), 하늘 ‘건’(乾), 날 ‘일’(日), 볕 ‘양’(陽), 지아비 ‘부’(夫), 사나이 ‘남’(男), 기특 ‘기’(奇), 아들 ‘자’(子)자 글자가 되어, 계집 ‘여’변에가 똑같이 붙어 서서 좋을 ‘호’(好)자로만 놀아를 보자.”
‘좋을 호(好)’자는 ‘女 + 子’로 이루어진 글자이다. 여자가 아들을 안고 있으니 이 아니 좋은가 하는 뜻에서 ‘좋을 호’인 것이다.
【아니리】
얘, 춘향아. 우리 한번 업고 놀자.”
“아이고, 부끄러워서 어찌 업고 논단 말이요?
건넌방 어머니가 알면 어떻게 허실라고 그러시오?”
“너으 어머니는 소시 때 이보다 훨씬 더 했다고 허드라.
잔말 말고 업고 놀자.
【늦은중중몰이】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사랑이로구나,
내 사랑이야. 이이이이, 내 사랑이로다. 아매도 내 사랑아.
아매도 : 아마도, 아무래도
니가 무엇을 먹으랴느냐? 니가 무엇을 먹으랴느냐?
둥글둥글 수박 웃봉지 떼뜨리고, 강릉 백청을 따르르르 부어, 씰랑 발라 버리고, 붉은 점 웁벅 떠 반간진수로 먹으랴느냐?”,
웃봉지 : 웃껍질
떼뜨리고 : 떼어내 버리고
백청(白淸) : 빛깔이 희고 품질이 좋은 꿀.
씰랑 : 씨는
웁벅 : 듬뿍
반간진수(半間眞水) : 진수(眞水)는 다른 것이 섞이지 아니한 순수한 물이다. 반간진수(半間眞水)는 ‘반쯤 되는 진수’
“아니, 그것도 나는 싫소.”,
“그러면 무엇을 먹으랴느냐? 니가 무엇을 먹으랴느냐?,
당동 지지루지허니 외, 가지, 당참외 먹으랴느냐?”
당동 지지루지 : 짧고 뭉뚝하며 길쭉하게 생긴 모양.
당참외 : 중국 참외
“아니, 그것도 나는 싫소.”,
“그러면 니 무엇을 먹으랴느냐? 니가 무엇을 먹으랴느냐?
앵도를 주랴, 포도를 주랴, 귤병, 사탕에 혜화당을 주랴? 아매도 내 사랑아.
귤병 : 귤을 꿀이나 설탕에 졸여 만든 중국음식
혜화당(醯化糖) : 엿
그러면 무엇을 먹으랴느냐? 니가 무엇을 먹을래? 시금털털 개살구, 작은 이도령 서는디 먹으랴느냐?”
“아니, 그것도 나는 싫어.”,
“아매도 내 사랑아. 저리 가거라, 뒤태를 보자. 이리 오너라, 앞태를 보자. 아장아장 걸어라, 걷는 태를 보자. 빵긋 웃어라. 잇속을 보자. 아매도 내 사랑아.
【아니리】
이 애, 춘향아.
나도 너를 업었으니 너도 날 좀 업어다오.”
“도련님은 나를 가벼워서 업었지만 나는 도련님을 무거워서 어찌 업는단 말이요?”
“내가 널더러 무겁게 업어 달라느냐? 내 양팔을 니 등 위에 얹고 징검징검 걸어다니면 다 그 안에 좋은 수가 있느니라.”
춘향이가 이제는 아조 파급이 되야서
도련님을 ‘낭군’자로 업고 노는디,
파급 : ‘파겁(破怯)’의 오기. 익숙하여 두려움이나 부끄러움이 없어짐.
【늦은 중중몰이】
둥둥둥 내 낭군, 어허 둥둥 내 낭군.
도련님을 업고 보니 좋을 ‘호’자가 절로 나.
부용, 작약에 모란화, 탐화봉접이 좋을 ‘호’,
소상 동정 칠백리, 일생에 보아도 좋을 ‘호’로구나.
둥둥 두허둥둥 어허둥둥 내 낭군.”
부용(芙蓉) : 연꽃
탐화봉접(探花蜂蝶) : 꽃을 찾는 벌과 나비. ‘찾을 탐, 꽃 화, 벌 봉, 나비 접’
소상 동정(瀟湘 洞庭) : 소상강 동정호는 이미 여러 번 나옴.
도련님이 좋아라고,
“이 애, 춘향아, 말 들어라. 너와 나와 유정 허니 ‘정’자 노래를 들어라.
유정(有情)하니 : 정이 있으니, 다정하니
담담장강수 유유원객정, 하교불상송허니 강수에 원함정,
담담장강수(澹澹長江水) : 긴 강물은 맑고 고요하게 흐르는데
유유원객정(悠悠遠客情) : 멀리 떠나는 나그네의 섭섭한 정은 그칠 길이 없구나
이는 당나라의 시인 위승경(韋承慶)의 시 “남행별제(南行別弟 : 남쪽으로 동생을 이별하다)”에 나오는 구절이다. 전문은 다음과 같다
淡淡長江水(담담장강수) 긴 강물은 맑고 고요하게 흐르는데
悠悠遠客情(유유원객정) 멀리 떠나는 나그네의 섭섭한 정은 그칠 길이 없구나
落花相與恨(낙화상여한) 떨어지는 꽃도 더불어 서러워라
到地一無聲(도지일무성) 땅에 흩날려도 아무 소리 없구나.
하교불상송(河橋不相送) : 하수의 다리 위에서 서로 보내지 못하니
강수원함정(江樹遠含情) : 강가의 나무가 멀리 정을 머금었구나.
이는 당나라의 시인 송지문(宋之問 656-712)의 시 “별두심언(別杜審言: 두심언을 이별하다. 두심언은 두보의 할아버지로 역시 시인이다)‘에 나오는 구절이다.
송군남포불승정, 무인불견에 송아정, 하남태수의 희유정,
송군남포불승정(送君南浦不勝情) : 남포에서 임을 떠나보내자니 애끓는 정을 이길 수 없다.
무인불견(無人不見)에 송아정(送我情) : 님은 가고 없어 보이지 않으니 나의 마음을 보낸다.
하남태수(河南太守)의 희유정(喜有情) : 하남태수는 즐겁게도 옛정을 간직하고 있다. 중국 한나라의 문인이었던 가의(賈誼)는 하남태수 오정위(吳廷尉)의 추천으로 높은 관직에 올랐는데, 주변의 모함으로 지방으로 쫓겨났다. 그러나 그를 아꼈던 하남태수는 여전히 그에 대한 좋은 감정을 버리지 않고 잘 지냈다고 한다.
삼태육경에 백관조정, 주어 인정, 복 없어 방정,
삼태육경(三台六卿) : 삼태는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 육경은 이조, 호조, 예조, 병조, 형조, 공조의 판서
백관조정(百官朝廷) : 조정에서 일하는 모든 관리
주어 인정, 복 없어 방정 : 주면 사람의 인정이요, 복이 없으면 주어도 받지 못하니 방정맞다.
일정 실정을 논정허면, 니 마음 일편단정, 내 마음 원형이정,
양인 심정 탁정타가, 만일 파정이 되거드면 복통절정 걱정 되니,
진정으로 완정허잔 그 ‘정’자 노래라.”
일정실정(一情實情) : 진실한 마음
논정(論情)허면 : 정을 따진다면
일편단정(一片丹情) : 하나로 모아지는 붉은 정
원형이정(元亨利貞) : 하늘이 갖추고 있는 4가지 덕 또는 사물의 근본 원리를 말한다. 《주역(周易)》의 첫머리〈건괘(乾卦)〉에서 유래하는데, 모든 일이 형통하려면 크고 통달하고 알맞고 곧아야 한다다는 것이다.
양인 심정(兩人 心情) : 두 사람의 마음
탁정(託情) : 서로 정을 주고받음
파정(破情) : 정이 깨짐
복통절정(腹痛絶情) : 정을 끊는 아픈 마음
완정(玩情) : 정을 나눔.
첫댓글 오~~ 사랑가~~!!!
사랑가 풀이 넘 감사합니다
배우고 싶포요~~
소리공 수업때 배울 소리예요
@소리 空 오호~!!!
배울 소리를 미리 풀이 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배우고 싶당!!
사랑은 좋은거예요^^
사랑가 부터 하시죠~~~
진짜 배우고 싶네요
재미있겠당~~~풀이 가 재미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