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유술에 대해서 비평을 하거나 나에 대해서 비평을 할 때는 나는 그것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그러나 내가 살아가면서 나의 미간을 찌푸리게 하는 것 중 하나가 타 무술인들이 나의 제자들에 대해서 기본기가 어떻고 실력이 어떻고 왈가왈부하는 비평을 가할 때이다.
공권유술의 실력을 비교한다면 "나보다 나의 제자들이 훨씬 좋다’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그리고 나의 제자들이 나보다 월등히 높은 실력으로 향상될 때 나는 보람을 느낀다.
나에게는 5명의 네제자(內弟子)가 있다. 모두들 나에게는 소중한 사람들이지만 그중에 특별히 관심이 있는 네제자(內弟子)는 단연코 채승협(32세)공권유술 4단이다. 공권유술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다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채사범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눈이 옆으로 쫙 째지고 악다문 입이 그리 좋은 인상은 아니다. 그의 몸은 두리 뭉실하고 암팡지고 튼튼하며 특히 머리를 짧게 깎게 되면 조폭의 행동대원 같이 보여 쉽게 호감을 가질 수 있는 첫인상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무술에 대한 이해도가 깊고 발차기와 수기, 메치기, 그라운드테크닉에 모두 능통하여 대련이면 대련, 체력이면 체력 어느 하나 남들보다 뒤지는 법이 없다. 외모와는 달리 성격도 서글서글하니 좋고 상대의 실력에 상관없이 남들에게 언제나 친절을 베푸는 성격이다.
그런 채사범이 22살의 어린청년으로 도장을 찾아와 가르침을 받고 싶다고 한지가 어언 10년 전의 이야기다.
그는 도장의 수련생을 거치지 않고 바로 네제자(內弟子)로 공권유술에 입문을 했다.
네제자(內弟子)란 스승의 철학과 사상을 배우고자 입문하여 도장에서 먹고 자고를 하며 수개월 또는 수년, 때에 따라서는 수십년동안 무술수련에 매진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도장의 옥상에 위치한 비좁은 옥탑 방에서 생활하며 그렇게 7년을 보냈다. 도장의 청소와 빨래를 하고 온갖 허드렛일을 했다. 그는 스승의 수족이 되어 움직이고 스승이 불편한 것이 없을까 헤아려 행동하였다.
삼시세끼의 밥을 직접 지어먹으면서 남는 시간에는 공권유술의 연마에 집중하였다.
왕년(往年)이라는 단어를 찾거나 소 시적에 한 가닥 했다는 사람들도 조차도 경험해보지 않는다면 아마 이러한 현상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돈을 버는 것도 아니요, 명예를 쌓은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하루하루가 즐거운 것도 아니다. 스승에게 칭찬받는 일보다 꾸지람을 받고 기합 받는 일이 더 많은 이러한 생활을 웬만한 사람들은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줄행랑을 치게 된다.
채사범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묵묵히 수련에 매진했다.
나는 이날이태까지 10년지기 제자들과도 독대로 술을 마시거나 커피를 마시며 쓸데없이 수다를 떨어본 적이 없다.
또한 평생을 무술을 수련하면서 도장에서 수련하는 여자수련생과 개인적으로 밥을 함께 먹거나 술자리를 해본 적이 없다. 그럴 필요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었다. 그걸 보고 생활하는 제자들도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지사로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날 채사범이 도장에서 수련하는 아가씨와 눈이 맞았다.
사무실로 찾아와 윤주라는 아가씨와 사귀고 싶다고 허락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윤주 또한 나의 제자였기에 그에 대해서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숙명여대 영문과를 갓 졸업한 윤주는 성격이 온순하고 교양있는 가정에서 바르게 가정교육을 받은 요사이 보기 드문 여성이었다. 벌써부터 사귀고 있었으면서 허락을 해달라고 한 것인지, 아니면 그냥 그 아가씨가 마음에 들어 작업을 해보려고 허락을 구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나는 그동안의 불문율을 깨고 흔쾌히 승낙을 하였다. 왜냐 하면 채사범의 성격상 경솔하게 행동하지 않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에는 ‘이 아가씨와 결혼을 할 생각입니다’ 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2년후 채사범은 윤주라는 아가씨와 결혼을 하고 싶다고 승낙을 구했다. 결혼에 골인하여 4월에는 떡두꺼비같은 아들을 출산할 예정이다.
채승협 사범이 도장에서 생활한 것처럼만 사회에 나서 일한다면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어떠한 직업을 가져도 그는 충분히 인정받을 사람이다. 그런 그가 공권유술 도장을 개관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그가 그동안 갈고 닦은 기술이나 인품들을 고려할 때 어쩌면 당연한 결정임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선다.
지금으로부터 8년전 원주지부의 전찬준관장은 좋은 실력과 강한 카리스마에도 불구하고 체육관 경영에 참패를 겪고 있었다. 더욱이 그해 그의 아버지가 간경화에 걸려 서울의 대학병원에 입원하여 문병을 갔을 때 그가 하는 소리를 들었다.
“어쩌면 아버지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는 저의 간을 아버지에게 이식해야 하니까 준비하고 있으라는 의사의 소견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이식 수술 없이 아버지의 건강이 호전되어 건강을 되 찾으셨지만 집안의 큰 우환에도 불구하고 그는 태연히 도장의 수련생 걱정을 하였다.
그의 아버지는 하나 뿐이 없는 아들이 온갖 고생을 하며 도장을 경영하는 것을 못마땅해 하셨다. 그 때문인지 이제는 도장을 그만 두고 고향인 횡성으로 내려오라는 권유를 자주 하셨다.
신당동에 있는 감자탕집에서 늦은 밤까지 나는 전찬준관장과 함께 있었다.
“아버지가 도장을 그만두라고 하는데 저는 그만두지 못하겠습니다. 아버지에게 6개월 동안 관원이 40명이 안되면 그때는 깨끗이 도장을 그만둘 것이라고 약속을 했습니다.”
일반 태권도 관장님들이 보았을 때 관원40명은 아주 우습지도 않는 인원이겠지만 전찬준관장에게는 너무나 절실하였다. 그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지만 눈빛은 언제나 무술인의 눈빛 그 자체였다.
“아버지 생일이 내일 모레인데 아버지를 뵈러 고향에 내려가지도 못합니다. 하다못해 조그만 선물이라도 사가지고 가야 할 텐데 고향에 올라갈 차비도 없습니다.”
그 소리를 듣는 나의 심정은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이 밀려왔다.
많은 돈은 아니었지만 수중에 있는 돈을 모두 털어서 그에게 주면서 아버지를 뵈러 고향에 다녀오라고 했다.
그를 보내고 나는 택시비가 없어 걸어서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동안 나는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스승을 잘못 만나서 그가 생고생을 하는 것 같았고 도장경영이 어려운 것이 모두 나의 잘못인 것만 같았다.
이후로 나는 나의 모든 제자들에게 ‘공권유술에 올인 하라!’라는 말을 절대로 하지 않았다. 타 무술과 겸업을 해도 좋고 공권유술 간판을 걸지 않아도 괜찮으니... 제발 많은 관원을 유치해서 남들 먹고 살만큼이라도 살아달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나를 위하는 일이고 당신을 위하는 일이라고 믿었다.
다행히 지금은 공권유술이 알려져서 마니아 층이 형성되고 도장을 오픈하면 절대적 독점권을 행사할 수 있어 무술인으로써 윤택한 생활을 할 수가 있다. 이것은 과거 이러한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채사범의 도장경영이 90%이상의 성공을 믿고 있지만 10%의 실패를 우려하는 것은 어쩌면 나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지금의 한국의 무술산업은 지도자의 실력과 인품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관장이 학부모를 잘 현혹시키느냐에 따라 도장성공의 열쇠가 결정지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채사범은 학교 앞에서 장난감 마켓팅 할 줄도 모르고, 도장에서 음악줄넘기나 외발 자전거 를 가르킬 줄도 모른다. 온라인 오락기계를 들여놓거나 도장에서 짬뽕 공으로 축구를 시키지도 않는다. 그가 할 줄 아는 것이라곤 자기가 공권유술을 배운 것처럼 무술의 참뜻이 담긴 교육을 지도하는 것이다.
지금의 공권유술 인지도면 충분히 채사범이 성공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나의 제자로 인하여 두 번 다시 통한(痛恨)의 눈물을 흘리지 않는 것뿐이다.
첫댓글 제가 어찌 그날일을 잊겠습니까... 그날 회장님 앞에서 참 많이 울었던 생각이 납니다 .. 슬퍼서 울고 또 한참 울다보니 서러워서 울고 그러다 내가 불쌍해서 울고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로인해 아버지를 한분 만난게 아닌가 합니다 어제 여관방에서 링거를 나주시던 모습에 또 눈물이 흘렀습니다 .. 스승의 뒷 그림자를 어찌 밟을수 있겠습니까 ... 제가 고쳐 죽어도 회장님 이하 고문님 또 우리사랑하는 동생 채사범 잊지못할것입니다 .. 정말 열심히 노력하여 공권유술 뿐많이 아닌 무술계가 무술인들로 어루어지는 터를 만들고 싶습니다 . 호신
전 본부장...
자네가 리플 단글을 10번도 더 읽어 보았네..
전찬준 본부장님 요즘 면역력이 많이 떨어지신 것 같습니다. 몸이 우선 건강해야 일도 잘 되는거니까 건강관리 잘하세요. 호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