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지 않은 경력’에 마음이 트인 법무사 '신흥식'
-한자·유교·신학 능통 몸에 밴 동양학 ‘묵직’
초등학교 학력이 전부였던 사람, 친구들이 중학교에 다닐 때 지게를 지고 산에 나무하러 다녔던 사람, 거지같은 모습을 보고 친구들이 피했던 사람, 그가 신흥식 법무사이다.
신흥식 법무사의 이력은 특이하다. 중학교에 가지 못하고 지게를 지고 나무를 하러 다니면서도 천자문 구절을 소리 내어 외우고 다니는 소년 신흥식을 보고 아버지 친구 분이 서당에 보내라는 권유를 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아들을 서당에 보냈다. 서당에서 천자문, 동몽선습, 명심보감을 거쳐 통감을 배우는 동안 문리(文理)가 트였다. 그리고 서울에 올라가서 5년 동안 신문배달을 하다가 군대에 다녀왔다. 명동에 있는 15층 건물에 신문배달을 하는데 수위가 엘리베이터를 못 타게 해서 15층까지 걸어서 올라다니며 신문을 돌렸다. 그래서 가끔 그 때 일을 생각하면 ‘그 때 그 수위는 아직도 수위를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군대를 전역하고 신문배달이 다시 시작되었다. 신문배달을 하면서 서울고등검찰청 공무원 시험에 응시했다. 공무원은 학력제한이 없었기 때문에 응시가 가능했다.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그는 당당히 합격했다. 공무원 생활 2년 만에 중학교와 고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이어서 방송통신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하게 된다. 그 후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 서울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하고 목회자가 되어 시골의 작은 교회에 부임한다. 그리고 서울고등검찰청을 사직하고 법무사 사무실을 열었다. 그에게 법무사 사무실은 또 다른 목회 현장이다.
그의 책상 위에는 번역 중인 고문서들이 놓여 있다. 그는 틈틈이 한문을 번역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에게 언제든지 달려가는 유학자 법무사이다. 그가 우리나라 역사를 관통하고 있는 유학자인 때문일까? 느릿느릿 말하는 그에게는 크게 끌리는 매력이 있다.
“아산 사람들은 참 정직하고 순수합니다. 얼굴이 그렇게 밝을 수가 없어요. 살수록 정이 듭니다.”
신흥식 법무사에게 듣는 아산 이야기는 참 신선하다. 어쩌면 우리는 신흥식 법무사에게서 사서삼경을 배우고, 논어와 맹자를 배우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소학과 동문선습을 배우기 위해 신흥식 법무사를 찾아가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그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동안 한 방문자가 있었다. 방문자가 갈 곳은 법무사 사무실이 아니라 변호사 사무실이다. 그러나 신흥식 법무사는 변호사 비용이 없는 가난한 방문자에게 최선을 다해 상담하더니 이것저것 서류를 작성해 준다. 아마도 법원에 낼 서류인 것 같다. 순간 가난한 방문자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고, 몇 번씩 허리 숙여 인사한다.
신흥식 법무사, 그는 참 따뜻한 사람이다. 그리고 사람에게 예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사람이 가장 귀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다. 신흥식 법무사를 잘 알고 있는 장기승 도의원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신흥식 법무사님은 참 특별하신 분입니다. 제가 좀 건방을 떨 때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 제가 그 분 앞에 서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법무사님에 대한 일화가 참 많습니다. 언젠가는 법무사님이 길에서 만난 아주머니를 모시고 왔다고 합니다. 가게를 하던 분이었는데 무척 속을 썩고 있었나 봅니다. 그런데 길에서 만난 낯선 사람을 사무실로 모시고 와서 직원들에게 도울 수 있는 길을 찾아보자고 하시더라는 겁니다. 실제로 그 분이 도움을 받았고요. 신흥식 법무사님은 차가 없이 걸어서 다니시는데 출근길에 길에서 장사하시는 분들이 파는 사탕이라든가 과자 같은 것을 거의 매일 사주신다고 해요. 작은 일이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요. 길에서 장사하시는 연세 많으신 분들을 귀하게 여기시는 참 따뜻한 분입니다.”
신흥식 법무사는 직원들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는다. 직원들이 한결 같이 정직하고 성실하고 능력이 있다고 말한다. 정말 그렇다면 그것은 아무래도 신흥식 법무사의 성실함과 정직함과 능력이 더 먼저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렇지 않다고 손사래를 친다. 그런 그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
박은자 (동화작가 pulbat@hanmail.net)
(온양신문, 2010년 10월 20일. 수,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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