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20일 차-20240914(토)- Moraine Lake Rockpile Trail
9:00출발. 오늘도 뉘 주머니의 카드가 봉사한건지 난 그저 받아먹기만으로 미안하고 고마워서 문쪽에 앉았기에 시키지도 않았지만 커피배달을 자청한다.
10:00에 1,198고도니 무등산 정상 위를 달리고 있다. 차창밖 풍경을 제대로 보려면 물구나무 서듯 고개를 거꾸로 돌려야 구름안개 속 켜켜이 쌓인 스카이라인을 볼 수 있다. 수묵화를 본 듯한 선경의 세계에 푸욱 빠져든다.
비는 계속 내리는데 먼하늘에 구름이 개이고 햇볕이 비춘다. 일행 중 한분이 날이 갤거 같다는 일성에 가아드 박은 희망 고문을 하지 말란다. 오는 비는 올지라도 갤 거라는 희망을 갖는건 얼마나 좋으냐.
10:30분 레이크 루이스 스키 리조트다. 박대장의 발권으로 모두 출입밴드를 손목에 걸었다. 매표소 앞옆에 순환안내가 붙어있다.
11:00탑승시작 10분 후 출발. 고도계가 1,660고지를 가르킨다. 탑승한 2층버스는 레이크 루이스 돌고 모레인 레이크로 향한다. 세인들의 평으로는 레이크 루이스보다 더 아름답다고 칭송받는 캐나다 로키의 순수한 별종 모레인호수.
피크닉 테이블에서 박대장이 끓인 라면국물에 각자 아침식후 챙겨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그나마 난 양우산이 있어 테이블에서 먹지만 일행들은 숲 사이에 서서 먹는다. 아무튼 이 박대장은 단 한 끼도 매식을 하지 않는다.
모레인 레이크에서 내려 역시 우중에 비옷과 우산을 챙겨들고 산행할 사람과 머물사람이 나뉜다. 이곳에서 방수가 아닌 내 모자에 샤워캡을 씌워 또 대박났다. 동행한 일행들이 골프라운딩을 하면서도 샤워캡을 저리 이용할 줄 몰랐단다. 하나하나 배울게 너무 많다며 나를 추켜세운다. 모두 머레인 레이크 앞에서 인증샷 찍어 냐느라 바쁘다.
내가 언뜻 보기엔 이번 캐나다로키 일행 와싱턴의 박대장을 비롯하여 13명은 성공한 한국이민자들이다. 어찌 처음에 힘들지 않겠냐마는 현재는 아메리칸드림을 이겨낸 사람들이다. 그 안에 한국에서온 유일한 홀로 여행자가 내가 함께 한다. 여행 내내 보호받고 있는 이 기분은 뭐라 표현하기가 예매하지만 그냥 좋으면 좋은 것이다.
젖은 이까와 할아버지 수염이 나풀대는 좁은 산행길이다. 머래인 호수 수변으로 걷다가 박대장이 말한 시작의 반대편지점의 계곡 위로 오른다. 두 개의 유두처럼 생긴 뽕끗 솟은 산봉우리 사이로 하얀 빙하가 흐른다. 이 장관에 감탄하며 모두가 사진을 찍어댄다. 누가 어떻게 찍어도 작품이 될만한 풍경이다. 어쩜 물안개에 젖은 산봉우리가 그 신비함을 자랑하듯 감춘다. 고도를 높일 때마다 색의 마술을 펼쳐내 보이는 물빛을 조망하며 라치 벨리로 향한다. 하지만 우중이라 목적지까지 가기엔 위험이있다. 그리고 아래 기다린 분들을 위해 박대장의 안내대로 적정한 곳에서 돌아선다. 정상까지 등정하면 10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진 텐피크의 웅장함이 병풍처럼 이어달리는 선경이라는데 우중으로 위험하단다.
20여일 동안 박대장과 트레킹을 함께하면서 느낀건 트래일러로써 박대장이 많이 알고는 있다. 그런데 지내고보니 이곳 캐나다로키는 누구나 아무데나 모두가 명산이고 명경호수며 기가막히게 좋은 빙하와 산이 널려있다는 것이다. 언어만 어느정도 능숙하다면 로드트레블러 루나처럼 다녀보는 것도 좋을 거 같은데 투숙할만한 산장 예약은 내 능력밖일거 같다. 그러니 여행사에 의존할 밖에. 아무튼 캐나다 로키는 가는 곳마다 명물이라는 거.
다시 셔틀 버스를 타고 레이크 루이스로 돌아오는데 날이 매우 춥다. 일행 중 나를 포함한 네 명만 버스 2층에 앉아 풍광을 찍으며 주차장으로 이동한다.
내일이면 캐나다로키 트래킹을 마치는 날로 전날밤인 14일 저녁을 또 다른 부부조가 전체 일행에게 한 턱 쏘는 날이다. 나의 솔직한 심정은 개인에게 부담되는 멋지고 훌륭한 밥보다 투어비에 포함된 박대장의 소박한 집밥이 좋다. 이럴땐 그냥 모른척 넘어가고 하자는 대로 한다. 골든 시내의 어느 식당. 요리는 캐나다의 특별요리로 엘크스테이크, 버팔로(?)소 요리 등이라는데 으음~~~ 1인 가격이 3~4만원에 주류는 따로다. 와중에 찍힌줄도 모르는 독사진이 있다. 누가 찍은 건지도 모르지만, 그 손에 감사할지어다. 이 사진을 보니 몇해전 체르마트의 고르너그라트와 마터호른 생각이 난다. 그때 복장과 똑 같다.
모두 숙소로 이동하여 자신의 폰에 담긴 일행들의 사진을 단체톡방에 쏟아 놓는다. 가방을 대충 정리 후 석별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거실 패치커 앞에 삼삼오오 모였다. 오늘 패치카의 불씨는 내가 당겼다.
그러던 중 오늘 저녁식사까지 제공한 부부가 내게 남은 여행이 얼마나 되느냐 묻는다. 딱 열흘이 더 남았다 하니 간식 봉지와 물티슈, 소독 티슈 등등 여행에 필요한 물건을 한보따리를 내민다. 오호호 이러니라니~~~ 정말 어찌할 바를 몰라 감사의 마음으로 기념 사진 한 컷 했는데 그 밤에 더한 일들이 벌어졌다. 일행들 죄다 여행때 사용하고 남았다며 모두 내게 몰아준다. 자그마치 다섯봉지가 넘어 따로 가방을 하나 만들어야할 정도가 됐다.
이런것이 한국정서리라. 그놈의 정 때문에 이 밤도 가슴이 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