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의 감로수
옛날 황금의 시대에 세상은 마치 어린아이와 같았다. 그때는 신들이나 그의 의붓형제들, 그리고 악마들 모두가 죽음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다른 생명체들과 마찬가지로 그들도 나이가 들고 결국은 죽도록 운명 지워져 있었다. 악마보다 약한 신들에게 죽음은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비슈누 푸라나>와 같은 이본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약간 다른 설명을 하고 있다. 어느 날 쉬바 신의 숭배자인 두루바사스가 인드라신에게 하늘의 꽃으로 만든 화환을 바쳤다. 그러나 인드라는 무심결에 그 화환을 자신의 코끼리에게 던져버렸다. 코끼리는 다시 그것을 땅에 팽개쳐서 발로 짓밟아 버렸다. 자신의 선물이 코끼리에 의해 무참히 짓밟혀 버리는 광경을 목격한 두루바사스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인드라와 다른 모든 신들이 그와 같은 무례한 행위로 인해 그들의 힘을 잃어버리고 말리라고 저주했다. 그의 저주대로 신들은 점점 약해져만 갔다. 이 사실을 알아차린 악마들이 그 틈을 노려 전쟁을 했다. 오랜 세월 동안 계속된 전쟁에도 불구하고 두루바사스의 저주로 인해 힘이 약해진 신들은 결코 악마들을 이길 수가 없었다. 그들은 쉬바에게 달려가 도움을 요청했지만 쉬바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할 수 없이 메루(Meru)산에 살고있는 그들의 할아버지인 창조주 브라흐마(Brahma)신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그조차도 그들을 도울 적절한 방법을 알지 못했다. 브라흐마 신은 잠시 동안 깊은 명상에 잠긴 끝에 마침내 그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 너희들은 비슈누(Visnu)신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도록 하라. 그는 우주의 질서를 유지하는 신으로 언제나 그를 믿는 자들을 도와준다. "
그들은 비슈누에게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비슈누는 그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 가서 우유의 바다를 휘저어 거기서 나온 불사의 감로수(amrita)를 마시도록 하라. 그것을 마신 자는 누구든지 결코 죽지 않을 것이다. "
원래 신과 악마는 둘 다 아버지는 같지만 어머니가 다른 이복형제들이었다. 그들의 아버지는 매우 뛰어난 리쉬(rish : 스승 혹은 요가 수행자를 일컬음)였다. 그들의 어머니 역시 매우 뛰어난 성자의 딸들로 자매 사이였다. 신과 악마는 악마가 형으로, 그리고 신이 그의 동생으로 태어났다.
비슈누 신이 말했던 우유의 바다를 휘젓기 위해서는 커다란 막대기가 필요했다. 그러나 우유의 바다는 너무나 광대하여 신들은 그것을 휘저을 수 있는 막대기를 쉽게 구할 수 없었다. 비슈누는 그들에게 만다라(Mandara)산을 옮겨다 뒤집어서 바다를 휘저으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신들만의 힘으로 그 거대한 산을 옮긴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신들은 그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악마들의 힘을 빌리기로 하였다.
신들과 악마들이 만다라 산에 도착하여 그것을 뽑아내려 하였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들은 다시 그들의 할아버지와 비슈누신에게 가서 도움을 청했다. 비슈누 신은 거대한 뱀인 아난타(Ananta)가 그들을 도와줄 것이라고 대답했다. 아난타는 쉽게 그 산을 뽑아 그들에게 주었다.
그러나 신들과 악마들이 힘을 합해도 산을 옮기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들의 힘만 가지고는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인드라가 그의 독수리인 가루다(Garuda)에게 그들을 도와 산을 옮기라고 명령했다. 결국 가루다에 의해 만다라 산은 무사히 우유의 바다로 옮겨졌다.
옮겨진 산을 가지고 우유의 바다를 젓기 위해서는 매우 긴 끈이 필요했다. 그러자 비슈누신은 또 다른 거대한 뱀인 바수키(Vasuki)에게 그 산을 둘러싸도록 명령했다. 그러나 바수키가 감싼 만다라 산은 곧 바다 속에 빠져버렸다. 그러자 비슈누는 스스로 커다란 거북이의 모습으로 변하여 그 산을 자기의 등위에 올려놓고 악마와 신들로 하여금 바다를 휘젓도록 하였다. 신들은 바수키의 꼬리 부분을 잡고 악마들은 바수키의 머리를 잡은 채 천년 이상의 긴 기간동안 우유의 바다를 휘젓기 시작했다.
마침내 우유의 바다에서 액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맨 처음 흘러나온 것은 불사의 감로수가 아니라 바다의 불순물들이 응집된 치명적인 죽음의 독약이었다. 만일 이 독약이 한 방울이라도 지상에 떨어지기만 한다면 그 즉시 신들과 악마들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들이 일시에 죽어버리고 우주 전체가 파멸되는 무시무시한 참상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신들은 다시 파괴의 신인 쉬바(Siva)에게 달려가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자 쉬바는 스스로 그 독약을 받아 마셨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삼키지 않고 목에 그대로 저장해 놓았다. 만약에 그 독약을 마셔버리면 그 역시 즉시 죽고 말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오늘날까지도 쉬바의 목은 파랗게 물들어 있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독약이 삼켜지지 않은 채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위험에서 벗어난 신들과 악마들은 계속해서 끈질기게 우유의 바다를 휘저었다. 그들이 원하는 불사의 감로수를 얻기 위해서는 여전히 오랜 기간을 끈질기게 기다려야만 했다. 쉬바가 마셔버린 독약 이후에 처음으로 나타난 것은 아름다운 암소 수라비(Surabhi)였다. 그 암소는 모든 살아 있는 생명체의 어머니가 되었다.
다음으로는 취기가 가득한 눈을 가진 술의 여신인 바루니(Varuni)가 나타났다. 악마들은 그녀를 손에 넣으려고 노력했지만 그녀는 그들보다 오히려 신들을 더 좋아했다. 신들을 향한 제사의식에서 반드시 술을 사용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사실 때문이다. 계속해서 행운의 여신인 락쉬미가 손에 수련을 들고 연꽃 위에 앉은 채로 나타났다. 그녀가 나타나자 천상의 시인들과 위대한 성자들이 그녀를 칭송하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갠지스 강과 다른 성스러운 강들도 그녀에게 다가와 자신들의 물 속에서 그녀가 목욕하기를 원했다. 세계를 떠받들고 있는 네 마리 불사의 코끼리들이 황금주전자에 성스러운 물을 담아 그녀에게 뿌려 주었다. 우유의 바다는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의 화환을 그녀에게 씌워 주었다.
그녀는 이처럼 칭송을 받으면서 비슈누의 무릎에 앉았다. 악마들은 그녀에게 호감을 사기 위해서 여러 가지로 애를 썼지만 그녀는 그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아유르 베다(Ayur-Veda)속에 들어 있는 의학체계의 창시자인 신들의 의사 단완타리(Dhanwantari)와 수많은 아름다운 여인들이 우유의 바다에서 연이어 나타났다. 그 여인들은 신들과 악마들에게 자신들을 바쳤다. 그러나 그들은 그 여인들을 거부했다. 그리하여 그 여인들은 천상에 살면서 천상의 요정들(Apsarases)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신들의 의사인 단완타리가 손에 병을 들고 나타났다. 그 병속에는 그들이 목메게 바라던 불사의 감로수가 들어 있었다. 자신들의 노력의 산물을 공평하게 나누자던 약속을 잊어버린 채 신들과 악마들은 그 병을 먼저 차지하기 위하여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싸움은 여러 날 동안 계속되었고 많은 신들과 악마들이 죽어갔다. 대지는 점점 죽음으로 뒤덮여 갔다. 신들은 악마들의 힘을 당해낼 수 없었다.
마침내 악마들이 불사의 감로수가 든 병을 차지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악마들 사이에서 자기들끼리 서로 그것을 먼저 마시기 위한 다툼이 벌어졌다. 만일 악마들이 그것을 마시고 불사의 존재가 된다면 신들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들에게도 큰 불행이 오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이러한 위험을 막기 위해서 비슈누는 자신을 아름다운 여인 모히니(Mohini)로 변화시켜 서로 싸우고 있는 악마들에게 다가갔다. 모히니는 자신의 아름다움으로 그들을 유혹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불사의 감로수를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누어주겠다고 제안했다. 모히니의 아름다움과 유혹에 넘어간 악마들은 아무런 의심도 없이 불사의 감로수가 든 병을 그녀에게 선뜻 넘겨주었다.
그녀는 양편에 신들과 악마들을 일렬로 세워놓은 채 우선 신들부터 그것을 나누어주기 시작했다. 모히니의 아름다움에 넋을 빼앗긴 악마들은 그녀가 비슈누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악마들은 곧 그녀가 자신들에게도 불사의 감로수를 나누어주리라는 기대감에 들떠 있었다.
그때 악마 중의 하나인 라후(Rahu)가 신들 속에 섞여서 함께 서 있었다. 자기 차례가 되어 모히니에게서 받은 감로수를 막 마시려 할 때였다. 그 광경을 목격한 태양의 신인 수르야(Surya)와 달의 신인 소마(Soma)가 재빨리 비슈누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러자 비슈누는 재빨리 자신의 무기인 원반으로 그 악마의 머리를 베어버렸다. 라후의 머리는 하늘로 올라가고 몸은 땅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라후는 불사의 감로수를 비록 삼키지는 않았지만 이미 입으로 마셨기 때문에 머리 부분만은 죽지 않게 되었다.
머리만 불사의 존재가 된 라후는 자신을 비슈누에게 일러바친 태양과 달을 결코 용서할 수 없었다. 그는 끈질기게 태양과 달을 쫓아다니면서 그들을 삼켜버리려고 하였다. 라후는 태양을 잡아 삼켰지만 그것이 너무 뜨거워 곧바로 뱉어내고 말았다. 또한 달은 너무 차가웠다. 그런데도 라후는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도 그들을 삼켜 버리려고 끈질기게 쫓아다니고 있다. 우리가 일식과 월식이라고 부르는 자연현상은 바로 이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인도인들은 말한다.
악마들이 모든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신들 모두가 불사의 감로수를 마신 뒤였다. 영원한 생명을 획득한 신들은 결국 악마들과의 싸움에서이길 수 밖에 없었다. 비록 힘은 약하다 할지라도 불사의 감로수를 마신 덕분에 어떠한 무기에 다쳐도 결코 죽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들은 결국 자신들의 본래 지위를 되찾을 수 있었다. 악마들을 물리친 신들은 만다라 산을 제자리에다 옮겨놓은뒤 천상에 있는 자신들의 자리로 되돌아갔다. 그들은 칼날처럼 날카로우면서도 결코 멈추지 않는 수레바퀴가 그 주위를 돌고 있는 곳에 불사의 감로수를 두었다. 아울러 눈조차 깜박이지 않는 두 마리의 뱀에게 밤낮으로 그것을 지키게 했다.
이리하여 신들 이외에는 어느 누구도 어떠한 방법으로도 죽지 않는 불멸의 존재가 될 수 없게 되었다. 그 때문에 신들은 창조된 존재 중에서 가장 위대한 존재가 되어 다른 생명체들을 지배하면서 그들로부터 숭배와 공물을 제공받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