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호) 000(이름) 선생님께 드립니다
언제라도 우리 아이들과 함께 하소서
봄볕이 산기슭에 다사롭게 내리니
겨우내 앙상했던 그 산기슭에 꽃눈 녹아 한 방울, 두 방을 맑은 물 구르니
오늘은 마음으로도 봄이 흐릅니다.
000(이름)! 00 선생님은 비굴하게 살지 말라는 굴비의 고장 영광에서 태어나, 황해의 물결이 적셔주는 풍요롭고 넉넉한 고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시고,
00에서 중고등학교를, 00교육대학을 나와 우리 아이들 앞으로 오셨습니다.
00(지역) 00초등학교에서 시작하여 00에서, 00에서 아이들과 함께하셨고, 00에서는 00, 00, 00에서 교감으로 재직하셨습니다. 그리고 교장으로 승진하여 00, 00를 거쳐 이곳 00초등학교에서 지난 반평생, 한 발자국도 밖으로 내딛지 않았던 교직생활을 마치려하십니다.
꽃보다 아름답다는 사람
그 아름다운 사람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우리 아이들
당신은 그 꽃으로도 때릴 수 없다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한평생을 함께 보내셨습니다.
그 아이들에게 온갖 사랑 베푸시고, 큰 정성 다하셨습니다.
해마다 오는 봄, 지난 시절 아이들과 함께 하던 학교의 교정에도 그 봄바람이 찾아와
나뭇가지마다 작고 앙증맞은 꽃망울을 매달고 있으려니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가길 그렇게 마흔 한 해랍니다.
지난 세월 당신이 하신 일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추운 겨울 날 꽁꽁 언 우리 아이들의 손을 녹여주는 따스한 난로였습니다.
이른 아침 우리 아이들을 교실로 맞아들이는 괘종시계였습니다.
무더운 한 여름 우리 아이들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식혀주는 느티나무였습니다.
우는 아이들 가슴에 웃음 안겨주는 마술사였고,
외로워 운동장 한 모퉁이에 숨어서 눈물 흘리는 아이의 다정한 친구였습니다.
그 꽃보다 아름다운 우리 아이들을 위해 생애의 아름다운 날들을 모두 바치셨습니다.
이제 당신은 그 아이들 곁을 떠나십니다.
하지만 그건 당신의 뜻이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이 원하는 것도 아닙니다.
무심코 흐르는 세월이 그렇게 만들었을 뿐입니다.
그렇다고 아주 가시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이 또 그렇게 당신을 떠나보내지도 않을 것입니다.
당신이 원하시면 당신은 언제나 우리 아이들의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작고 예쁜 손으로 푸른 꿈을 그리는 아이들의 크레파스가 될 수 있습니다.
종달새처럼 입을 열어 고운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의 풍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운동장을 내닫는 아이들의 운동화가 될 수도 있고, 하늘 높이 날아가는 축구공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당신이 손만 벌리면 우리 아이들을 위해 할 일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또 그렇게 당신을 기다릴 것입니다.
참새 떼처럼 재잘거리며 당신의 사랑을, 당신의 보살핌을 바랄 것입니다.
이제 당신은 아이들 곁을 떠나시지만, 아주 떠나시는 게 아니라면
작은 몸으로 교문을 들어서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부르는 노래를 멈추지 마십시오.
부디 우리 아이들에게 내민 자애로운 사랑의 손길을 거두지 마시기 바랍니다.
당신의 아이들이 뛰노는 곳에서
당신의 아이들을 사랑하는 뜨거운 피가 흐름을 멈추지 않듯
당신이 추구하신 진실과 올곧은 삶의 가르침은 지혜와 용기의 노래가 되어, 그리고 다정한 손길이 되어
우리 아이들을 당신의 품안으로 불러들일 것입니다.
우리는 잊지 않을 것입니다.
‘신나게 가르치고 존경받는 교사가 되라’는 00 선생님의 말씀!
당신의 말씀이 살아서 시간을 멈추지 않는 가르침이 되어
영원히 우리들도 아이들과 함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당신이 언제까지나 우리 아이들과, 우리들의 정겨운 친구가 되어주시길 소망하면서
이제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 조용히 접는 답니다.
‘건강하세요’ 그렇게 말씀하시며 만년 소년처럼 해맑게 웃으시던 그 아름다운 미소 어디계시더라도 잊지마십시오. 친화와 단결로 교직원을 이끌며 동고동락 하시던 그 지혜와 패기도 항시 간직하십시오.
잘 가시라는 말 대신 언제나 함께 해주길 바라는 우리 모두의 마음을 모아,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자는 말로 마치렵니다.
00 000 교장 선생님, 안녕히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