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 실체
아리스토텔레스는 있는 것 즉 우시아에 관심을 갖는다. 그에게 있어서 실재는 이 사람, 이 나무, 이 나무 조각 등 그가 보는 것과 만질 수 있는 것이다. 실재는 그것이 다른 어떤 이름을 갖는다고 할지라도 그에게는 개별적이고 현실적으로 실존하는 하나의 사물, 즉 그 자체로 존속할 수 있는 그리고 그 자체로 정의될 수 있는 판명한 존재론적 단위이다. 그는 그러한 성격들을 "하나의 주체 속에 항상 주어지는" 것으로 기술하는데 이것은 항상 어떤 실재적 존재에 "속하지만" 그들 자체가 "하나의 존재"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우시아나 실재는 자체 속에 하나의 사물이 있기 위해서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갖고 있으므로, 우리가 존재의 우연자들이라고 부르는 그러한 부가적 규정들에게 존재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있다는 것이 현실로 있다는 것 즉 하나의 현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나의 현실이 무엇인가를 말하는 것은 전적으로 상이한 명제였다. 그에게는 있는 것, 있는 것의 실체, 사물인 바의 무엇. 간단히 말해 어떤 사물의 "무엇임"이 바로 그것의 존재이다. 그는 사람이 아니라 이 사람만이 실재한다고 본다. 그는 이 사람에게서 실재적인 무엇은 어떤 사람에게서도 그 사람인 바의 무엇이라고 결론짓는다. 그는 개개의 본질은 어떤 개별자를 통하여 그리고 그것 안에서 실존한다는 것이다. 말하는 사람이 개별화와 개별성을 먼저 구분하고 있어야만 하며 실존이 본질보다 적지 않은 필연성을 갖고서 본질보다 더 깊숙하게 현실적 존재의 구조에 기여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베로에스의 경우는 철학이 실재에 관한 추상적이고 객관적인 해석인 만큼 철학은 실존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 반대로 종교가 일차적으로 개인들과 이들의 개인적 구원에 이르는 구체적 문제에 관련되어 있는 것만큼 종교는 실존을 무시할 처지가 못 된다. 그는 이데아만으로는 어떠한 실존도 설명할 수 없다. 그들 자체는 있으나 실존하지 않는 반면에 신들은 그들이 무엇이든지 간에 적어도 실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질은 오직 그의 실종을 이미 수용한 한에서만 존재라는 명칭을 받을 가치가 있다. 자신의 실존과 분리된 채로는 본질 자체는 단지 한갓 가능자일 뿐이다. 즉 하나의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가능적인 존재일 뿐이다. 아베로에스는 무엇이 실존이며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파악한다고 상정되는가 하고 묻는다. 아비첸나는 그것이 하나의 우연자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얼마나 많은 종류의 우연자들이 있는가를 알고 있고, 그들이 어떤 것이라는 것과 실존이 그들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아베로에스의 세계는 진실로 아리스토텔레스적 실체들로 구성된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들 각각은 자연히 모든 존재들에 속하는 존재와 통일성을 부여받았다. 그래서 도대체 어떠한 구분도 실체, 실체의 통일성, 실체의 존재사이에서 행하여져서는 안 된다. 새로운 어떤 것도 결코 우연히 발생치 않는 우주-이러한 것이 아베로에스 자신의 우주이다.
브라반트 시거의 전체적 논거는 명백하게 실체 자체의 현실성이 존재자체의 현실성의 전체라는 점을 수반한다. 즉 문제되는 실체가 구체적이지 않는 것이라면 있다는 것은 순수 형상이라는 것이 되고 문제되는 실체가 구체적인 것이라면 현실과 질료의 실체적인 한 단위라는 것이 된다. 양자의 모든 경우에 있어서 실체들은 그들의 형상의 덕으로 있는데 이 형상이 정의에 의할 때 현실이다. 아리스토텔레스와 아베로에스의 세계는 있는 그대로의 세계로서 항상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세계인 것이다. 전체적으로 실존에 무관한 까닭에 실존의 시작과 끝에 관해서 또는 심지어 그러한 세계가 현실적으로 있는지를 아는 문제에 관해서 조차 아무런 물음이 생겨날 수 없다. 세계는 있다. 그리고 더 이상 말해질 만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분명히 그러한 세계에 즈음하여 창조에 관해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아베로에스와 그의 제자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교설 내에서 신이 단지 세계의 제 1원동자일 뿐만 아니라 세계의 제1의 형성자이기도 함을 주장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존재가 갖는 참된 본성을 확인함에 있어서 원동력자, 형성자, 창조자 사이의 이러한 미묘한 구분보다 더 훌륭하게 우리는 돕는다고 생각될 만한 것은 없다. 만약 그가 신이 세계의 제1원동자 이외의 다른 것이 아니었더라면 그분은 존재라는 말의 어떠한 의미에 있어서도 존재의 원인이 될 수가 없다. 그는 신은 실체들의 영원성 이외에는 다른 어떤 것도 보증하지 못한다. 그분 자신이 영원히 지속하는 실체 즉 하나의 실체적 현실일 뿐 다른 어떤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