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 박물관은 1753년 박물학자인 한스 슬론 경이 6만 5천 점의 수집품과 4만 5천 권의 장서를 정부에 기증하면서 시작되었다. 몬태규 후작이 건축가 피에르 퓌에에게 설계를 의뢰하고 베르사유 궁전에 참여했던 화가들에게 실내 장식을 맡겨 세운 건물을 박물관 건물로 결정하여, 마침내 1759년 일반에게 공개되었다. 당시에는 엄격한 심사에 통과한 사람만 관람할 수 있어서 하루 관람객이 10여 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 후 18~19세기에 이집트, 그리스, 메소포타미아의 고고학 유물, 1801년 프랑스가 이집트 원정 때 발견해 영국이 전리품으로 가져온 로제타스톤,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의 조각군, 서아시아의 발굴 유물 등 세계 각국에서 가져온 전리품들을 이곳으로 옮겨와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박물관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비좁은 건물을 확장하기 위해 1824년부터 20년간 대규모로 개축하여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1953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소장품이 증가해 지금은 600만 점이 넘는 소장품이 있다. 1999년 관람객의 편의 시설을 제공하기 위해 박물관 중앙에 유리 천장으로 단장한 그레이트 코트(Great Court, 하이테크 건축 대가인 노먼 포스터 작품)는 박물관의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3,400권의 장서가 보관되어 있는 Reading Room은 베드로 성당보다도 더 길고 높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이곳을 이용하려면 별도의 이용자 티켓이 있어야 한다. 전설적인 현대무용의 대가인 이사도라 던컨도 10년을 이용한 후에야 이용자 티켓을 받을 정도였다고 한다.
대영 박물관은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총 3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워낙 규모가 크고 방대해서 며칠을 두고 차분히 봐야 이해가 되는 보물창고이지만, 시간이 부족한 여행객 입장에서는 불과 몇 시간 만에 봐야 하기 때문에 가이드북이나 역사 교과서에 실린 중요한 소장품이 있는 전시실을 중심으로 관람하는 것이 좋다. 1층 박물관 입구에 있는 박물관 안내 지도(무료)를 꼭 챙기자. 전시품은 크게 이집트, 그리스·로마, 서아시아, 동양 유물로 나눌 수 있다. 이집트관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네바문의 정원’과 ‘로제타 스톤’이다. 완전한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당시 이집트인들의 미적 감각을 느낄 수 있다. ‘미라’도 인기 있는 전시품 중 하나로 사랑 받고 있으며, ‘람세스 2세’, ‘아메노피스 3세’ 등 거대한 석상도 볼만하다. 정교하게 조각된 이 석상들은, 당시 왕들의 절대 권력을 실감케 한다. 기원전 15세기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보존이 잘 되어 있다. 이어지는 그리스·로마관은 꽤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8호실에 자리한 ‘엘긴 마블’이라는 조각군이 압권이다.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을 장식했던 것으로 군데군데 훼손된 부분이 있지만 섬세하고 아름다운 선이 그대로 살아 있다. 그 밖에도 수준 높은 작품을 많이 볼 수 있다. 서아시아관에는 아시리아, 바빌로니아, 수메르, 페니키아 등의 고대 유물이 전시돼 있다. 살마네스 3세의 검은 오벨리스크, 수메르 여왕이 연주했던 수금 등 인류의 다양한 문화유산을 한 자리서 만나볼 수 있다. 동양관에는 중국, 인도, 페르시아, 중앙아시아의 유물이 전시돼 있는데 가장 눈길이 가는 곳은 역시 한국관이다. 2000년 11월에 신설된 한국관에는 구석기 유물부터 조선 후기 미술품까지 25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신라 왕릉에서 발굴한 금귀걸이, 고려시대 아미타불경 채색사본 조선 지국천왕 등 우리나라에서 유출된 안타까운 전시품이 많다.
버킹엄 궁전
트라팔가 광장에서 피카딜리 서커스를 지나 더 몰(The Mall) 거리를 따라 계속 가면 영국 왕실을 상징하는 버킹엄 궁전이 나온다. 버킹엄 궁전은 영국 왕실의 사무실이자 집이며, 국빈을 맞이하는 공식적인 장소이다. 궁전 앞에는 영국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빅토리아 여왕의 기념비가 황금빛을 발하며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꼭대기에 있는 황금 천사 조각(브리타니아 여신)이 마치 궁전의 수호천사처럼 사방을 환하게 비춰 주고 있다. 버킹엄 궁전은 원래 버킹엄 공작의 집으로 지어졌는데, 1762년 조지 3세가 왕비 샤를 로테를 위해 구입했다. 그 후 조지 4세가 당대 최고의 건축가 존 내쉬에게 명하여 개축했다. 건축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 국민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개축 과정이 워낙 중구난방이어서 전체적으로 조화롭지 못한 궁전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그래도 왕실다운 격식과 중후한 분위기를 풍기는 정면은 관광객의 기념촬영에서 빠지지 않는 곳이다. 완성 후 이 궁전에 처음 거주한 사람은 빅토리아 여왕이었다. 그 후 역대 국왕들의 거처로 쓰여 명실상부한 영국 왕실이 되었다. 현재의 여왕 엘리자베스 2세도 평일에는 이곳에 머무른다. 여왕이 궁전에 있을 때는 궁전 중앙의 게양대에 로열 스탠더드(왕의 깃발, Royal Standard)가 내걸린다. 이 궁전은 대영제국의 위용을 자랑하듯 궁전 뒤쪽에 48,000평에 달하는 널따란 정원이 있고 방도 650개가 넘는다. 궁전의 실내 장식도 화려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당시 의회의 견제가 심했기 때문에 다른 유럽의 궁전만큼 화려하지는 않다. 1992년 윈저 성에 화재가 나서 이를 재건하기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그 다음해부터 매년 8~9월 동안 궁전의 일부를 공개하고 있다. 퀸스 갤러리(Queen's Gallery)는 왕실의 미술품을 전시하는 곳이다. 반다이크, 렘브란트, 푸생의 그림과 베르메르의 <음악 교실(Music Lesson)>을 볼 수 있다. 로열 뮤스(Royal Mews, 왕립 마구간)는 퀸스 갤러리와 같은 라인에 있는 건물로 버킹엄 궁전과는 별도로 떨어져 있다. 조지 4세 이래 역대 국왕들의 대관식에 사용되었던 명품 마차가 있다. 단, 이 두 곳은 가이드 투어로만 관람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현재 왕실의 모습을 볼 수 있으니 기회가 된다면 꼭 관람하자. 티켓은 궁전 오른쪽의 그린파크 캐나다 게이트(Green Park Canada Gate)에서 구입할 수 있다. 버킹엄 궁전에서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오전 11시 30분(5~7월 매일, 8~4월 격일)에 거행되는 근위병 교대식이다. 교대식이 벌어지는 동안 궁전 앞은 차량이 통제되고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그러나 근위병 교대식 일정은 왕실 주요 행사가 있거나 국빈이 궁에 머무르는 경우 예고 없이 바뀌기도 하므로 현지에서 스케줄을 확인해야 한다. 근위병 교대식을 보기 위해 몰려드는 인파가 엄청나므로 요령껏 관람하자. 근위병 교대식은 우선 세인트 제임스 궁전에서 출발해 퍼레이드를 하면서 더 몰을 거쳐 빅토리아 기념비를 돌아 버킹엄 궁전으로 들어간다. 궁전 앞에서 근위병 교대식을 끝내고 나면 다시 병영으로 되돌아간다. 그러므로 이 순서를 잘 활용하는 것이 관람의 노하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