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루의 지리산 들레길 걷기, 제3구간 남원 인월 - 함양 금계
산들은 저마다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있지만, 오늘날 일부 유명 산들은 여기에 더해 둘레길까지 에둘러 있다. 한라산
을 중심으로 한 제주도 둘레길과 북한산과 도봉산을 에두르는 북한산 둘레길처럼. 국립공원 지리산도 마찬가지. 지리산
둘레길도 천왕봉과 주능선을 중심으로 사방의 산자락을 따라 한 바퀴 에둘렀다. 남원에서 시작해 시계방향으로 함양 산
청 하동 구례군을 돌아 다시 남원으로, 전북 경남 전남 3도를 아우르는 천왕봉 바라기 둘레길이다. 지난 주말 이 길 제3구
간을 걷고 왔다. 전라북도(남원)와 경상남도(함양)의 접경에 자리한 3구간은 지리산 북쪽을 에두르고 흐르는 람천이 뱀사
골을 내린 만수천을 받고, 다시 벽소령 아래 음정골과 백무동을 내린 덕천천을 합류해 큰 내 임천이 되어 흐른다. 아름다
운 산하(山河)를 한꺼번에 보면서 걷는 코스다.
오전 11시, 인월면 중군 마을. 비는 그쳤지만 잔뜩 흐린 하늘이 꽤나 음산하다. 비는 밤새 전국적으로 내렸었다. 인월 옥
계교에서 시작되는 3구간은 구간 거리가 길어서 지난 2구간 때 미리 더 걸은 터라 중군 마을에서 트레일을 시작한다. 중
군 마을은 고려 말 황산대첩을 이룬 이성계 장군이 운봉읍 황산(荒山)에 주력군을 두고 이곳에 중군(中軍)을 둔 데서 유
래한 마을이다. 덕두산 자락을 가로질러 산내면 장항마을을, 람천 장항교를 건너 대정리로 간다. 서룡산 아래 완만한 산
자락 마을을 지나는 이 길 주변엔 주렁주렁 매달린 사과와 감들이 붉어 남녘의 늦은 풍색(楓色)을 대신하고, 길섶 따라
끝없이 늘어선 노란 산국(山菊)들은 지나는 길손들을 일일이 반긴다. 멀리 건너 보이는 덕두봉과 삼정산을 뒤로하고 한
굽이 산자락 길을 가로질러 중황마을로 간다. 남원 최동단 산촌이다. 마을로 내려서자 시계가 확 트인다. 삼봉산 줄기 등
구재 아래에 낮게 앉은 백운산은 가까이서 천왕봉을 가로막고, 강 건너 삼정산은 조금 멀리서 지리산 서북능선 쪽을 가
리지만 그사이 연하봉에서 덕평봉으로 이어지는 드높은 지리산 주능선은 한눈에 들어온다. 마을은 온통 펜션 마을, 하나
같이 모두 지리산 최고의 뷰 포인트를 뽐내고 있었다. 등구재에 오른다. 거북등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등구재는 남원과
함양으로 오가던 옛길 고개. 두 고장의 새색시 가마도 넘나들었던 옛 고개라고 전한다. 등구재 넘어 첫 마을은 마천면 창
원리, 삼봉산 아래 임도를 돌아 창원 윗길로 들어서니 이번엔 드높은 지리산 천왕봉이 앞산처럼 가까이 다가온다. 상봉
(천왕봉) 동쪽은 중봉 하봉이며, 서쪽은 제석봉 이리. 천왕봉 북사면은 가파르게 칠선계곡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감나무
많은 창원마을을 뒤로하고 마지막 구비 금대산 짧은 산길을 가로질러 금계(金鷄) 마을을 찾는다. 길차게 자란 솔숲이 범
상치 않고, 칠선계곡 내린 의탄천을 받아 세(勢)를 더 불린 임천은 경호강을 향해 도도하게 흐르고 있었다. 산행길, 가까
이 보면 이러한 산 멀리서 보면 저러하고, 멀어질수록 그 모양들이 또 달라진다. 산형보보이(山形步步移)란 말 새록했던
제3구간 둘레길이었다.
촬영, 2021, 10, 16.
▼지리산 둘레길, 제3, 4구간 안내도 / 자료- 지리산 둘레길 함양센터 제공
▼남원 인월면 중군 마을 입구
▼중군정 / 고려 말 이성계 장군이 황산대첩 때 황산에 본진을, 이곳에 중군(中軍)을 두었던 곳
▼중군 마을 안내도 및 마을 유래
▼남원 산내면 장항마을 입구
▼람천 변 산내면 대정리와 산내면 우체국
▼대정리 마을 60번 도로를 건너가는 둘레길
▼대정마을 언덕에서 본 지리산 서북능선 끝 봉우리 '덕두봉'
▼ 둘레길, 대정리 사과 농원
▼ 산국
▼ 대정리 언덕에서 본 지리산 삼정산
▼둘레길 옆 감나무
▼매동마을 갈림길
▼둘레길, 대정마을에서 중황리로 가는 산길
▼지리산 둘레길 '길섶' 안내판(원안) 지점
▼묵은 경작지(논)에 우거진 솔숲
▼ 둘레길, 산내면 중황리 입구
▼중황마을 언덕에서 본 지리산 주능선이자 백두대간 마루금 - 1
▼중황마을 언덕에서 본 지리산 주능선이자 백두대간 마루금 - 2
▼ 중황리 언덕길에서 본 삼봉산
▼ 중황마을에서 본 등구재와 백운산
▼필자의 제3구간 인증 / 등구재를 배경으로.
▼등구재 가는 길의 연못 데크
▼등구재를 오르는 트레커들
▼중황리 등구재 쉼터
▼등구재에서 본 삼정산
▼지리산 둘레길 제3구간, 등구재
▣ 등구재
삼봉산 능선의 남원 산내면 중황리와 함양 마천면 창원리 경계에 있는 고개로 경상도와 전라도를 이어주는 고개임
▼등구재 넘어 마천면 창원리 임도 입구
▼ 둘레길, 창원리 언덕에서 본 지리산 / 중황리에서와 달리 천왕봉과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 추수 후 가을갈이하는 마천면 창원리 농부
▼둘레길, 창원마을 느티나무 쉼터
▼함양 마천면 창원리 생태마을 전경
▼ 창원리에서 금계리로 넘어가는 둘레길 산길
▼금대산 자락 금계마을 송림 너머로 본 지리산과 칠선계곡으로 가는 의탄리
▼ 마천면 금계마을 동구길
▼임천 금계 다리
▼금계리 앞 임천
▼ 함양 마천면 금대산 자락 금계리, 지리산 둘레길 함양 센터
첫댓글 지리산 둘레길 3구간을 걸으면서 깊어가는 가을을 흠뻑 채웠습니다.
알찬 내용으로 소개한 후기 잘 보았습니다 .
감사합니다.
네, 댓글 감사드립니다.
같은 길 함께가며 그 길의 아름다운 풍경들
같이 볼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