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유학 중심지로 떠오른 영월군… 골프·승마·스키 등 특화된 교육으로 경쟁력 강화
농촌 유학 학생수 꾸준히 늘어
6개 초·중학교로 확대
농촌 유학 참여 학교엔 1억 지원
정성원 기자
입력 2024.07.22.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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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로 농촌유학을 온 학생들이 동강에서 자연의 소중함을 알리는 이색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영월군은 ‘광고 천재’로 불리는 광고 기획자 이제석씨와 함께 농촌유학 활성화와 청정 동강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이 같은 퍼포먼스를 제작했다. /영월군 제공
광산 산업이 호황이던 지난 1967년 강원 영월군의 인구는 13만명에 육박하며 시(市) 승격 논의가 오갈 정도로 활기를 띄었다. 그러나 1989년 정부의 석탄합리화 정책 발표 이후 영월의 인구는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 1999년엔 인구 5만명선이 붕괴됐고, 2018년엔 인구 4만명선까지 무너졌다. 이로 인해 지난 2022년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K-지방소멸지수’에선 소멸우려지역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이를 대응하기 위해 최명서 영월군수는 지난 2018년 취임 이후 인구 감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놨다. 그 중 가장 주목받는 정책이 바로 농촌 유학이다. 이 정책은 도심 학생의 전입으로 유도해 자연스럽게 인구를 증가시키고, 학령인구 감소로 폐교 위기에 처한 지역의 작은 학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취지로 시작됐다.
최명서 영월군수는 “교육 때문에 고향을 떠나는 악순환을 끊고 도시 학생을 유입해 인구를 늘리겠다는 목표로 농촌 유학을 구상하게 됐다”고 했다.
◇영월군, 농촌 유학 중심지로 발돋움
영월군은 지난 2020년 농촌 유학을 처음 계획했다. 이 사업은 ‘작은 학교 희망만들기’란 이름으로 추진됐다. 지역 사회가 작은 학교에 특성화된 교육 환경을 제공해 학령 인구 감소와 지역 인재 유출을 방지하자는 데 목표를 뒀다. 또 이를 통해 도심 학생들의 지역 유입과 정착을 유도하고자 했다.
2021년엔 전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전·입학 학생 유치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 결과 부산, 경남 남해, 세종 등 다양한 지역에서 유학 문의가 이어졌고 2022년엔 15명의 학생이 신천초로 전학해 오는 성과를 거뒀다.
농촌 유학을 희망하는 학생 수가 꾸준히 늘면서 신천초 한 곳에서만 운영되던 농촌 유학 프로그램은 지난해 옥동초·녹전초·마차초·무릉초·녹전중 등 지역 6개 초·중학교로 확대됐다.
엄경옥 영월군 교육체육과장은 “농촌 유학이 큰 호응을 얻어 지난해 강원도교육청, 서울시교육청과 농촌유학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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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유학 참여 학생들이 농촌 체험을 즐기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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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군 김삿갓면 예밀포도마을에 마련된 유학생 가족 거주 시설의 모습.
◇골프, 스키, 승마… 특화된 교육으로 경쟁력 강화
농촌 유학을 운영하는 학교들은 각기 다른 특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도시에선 경험할 수 없는 농촌 체험부터 원어민 교사와의 1:1 영어 수업, 골프, 스키, 승마 등 양질의 교육을 학생들에게 제공한다. 이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녹전초는 학생들의 문해력 향상을 위해 독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마을 주민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이 직접 밭이나 논에서 농사를 짓고 작물을 수확해 볼 수도 있다. 신천초와 옥동초, 마차초는 영어 교육에 초점을 뒀다. 방과 후 원어민 교사와의 1:1 영어 수업과 함께 놀이를 통해 재미있게 영어를 배우는 ‘영어 놀이 학교’도 운영 중이다. 학생들을 위해 화상 영어 학습도 지원하고 있다. 방학 중엔 영어캠프와 학생들이 직접 해외로 나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다채로운 문화·예술 프로그램 운영도 눈에 띈다. 신천초는 드론 축구와 승마, 마차초는 스키와 인라인, 무릉초는 서예와 연극, 피아노, 기타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녹전중에선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우기 위한 문화예술교육으로 골프, 밴드 동아리, 기타 동아리, 댄스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최성원 녹전초 교무부장은 “특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 외에도 소수 정예로 진행되기 때문에 학생 개개인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지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농촌 유학, 인구 감소 극복의 핵심 열쇠
농촌 유학을 통해 지난 2022년 47명의 학생과 학부모가 영월을 찾았다. 지난해엔 119명, 올해는 161명이 영월군민이 되는 등 도시를 떠나 영월로 전입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매년 늘고 있다.
이런 성장은 영월군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가능했다.
영월군은 농촌 유학에 참여하는 학교에 최대 1억원의 교육 경비를 지원하고 있다. 교육 경비는 교육 과정 운영에 사용돼 아이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한다. 읍·면별 농촌 유학 추진협의체도 구성해 영월로 유학 온 도시 지역 학생과 학부모들의 적응을 돕고 있다. 월 40만원의 주거비도 지원한다.
농촌유학 가정의 거주도 책임진다. 영월군은 김삿갓면과 무릉도원면, 북면, 산솔면 등 4개 면에 27가구의 농촌 유학 가정 거주 시설을 마련했다. 리모델링을 통해 가족이 생활하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꾸몄다.
영월군은 강원도교육청과 협의해 농촌 유학 대상 학교를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또 정부 공모 사업을 연계해 유학 가정들이 거주할 수 있는 주거 시설도 늘려갈 방침이다.
최명서 영월군수는 “지자체와 학교, 마을 공동체가 힘을 모아 유학생 가정의 지역 정착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많은 학생이 영월을 찾아오고, 오래 머물고 싶어 하는 ‘농촌유학 성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