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인간 노동
박영대 (우리신학연구소 소장)
[인권]
● 인권은 보편적이고 침해할 수 없고 양도할 수 없다?(<간추린 사회교리> 153항) 용산 참사 현장에 가보면 “용산에 가면 시대가 보인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있다. 이렇게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용산에 가면 인권이 보인다.”
● 인권 의식도 중요하지만 인권 감수성을 키워야 한다. 인권 감수성이 발달하면 인권이 침해 당하는 상황에 부딪히면 불편해지고 바로 느낄 수 있다. 그 상황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바로 시작한다.
● 방법은 어려서부터 인권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다른 사람을 자기와 같은 사람을 보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교도소에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그 옛날 평화시장에서 왜 사람을 번호로 불렀겠는가? 용산 참사도 철거민을 사람이 아니라 철거민으로 보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은 집단으로 보면서 타자화하기 때문이다.
● <가톨릭사회교리 - 주제편> 75쪽에 차별 의식을 숨기고 있는 문장은 어디일까?
● 우리에게는 장애인은 우리와 다르다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특정 부분이 우리와 다를 뿐 우리와 똑같다. 장애인도 어디든 자기가 가고 싶은 곳에 가고 싶다. 하지만 장애인에게는 이동권이 없거나 제한되어 있다. 지하철역 리프트는 장애인에게는 수치스러울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 2002년 5월 19일 발산역에서는 1급 중증장애인 윤재봉(남. 63)씨가 지하철 리프트를 이용하다가 추락하여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 성당에도 아직까지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지 않은 곳이 많다. 인천교구 용현동본당에는 성전 맨 앞좌석이 장애인 자리이다. 고해소도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드나들 수 있도록 고쳤다. 더 나아가 성체조배실도 장애인 교우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도록 고쳐야 하지 않을까? 성당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만드는 것을 지원하는 기금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 장애인도 우리처럼 성욕이 있다. 최근 노인의 성을 다룬 <죽어도 좋아>의 감독 조경덕은 장애인의 성을 다룬 영화 <섹스 볼란티어>를 만들었다.
● 성소수자도 성 지향을 빼고는 우리와 다를 바 없다. 동성애자라고 해서 모든 동성을 좋아하는 게 아니다. 성소수자 안에도 빈부격차가 있고, 진보와 보수가 있다.
● 인권 목록의 첫 번째는 임신된 순간부터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지닌 생명권이다. 미국 천주교회는 생명 수호 활동을 하면서 ‘일관성 있는 생명의 원리’를 적용하고 있다. 우리는 더 나아가 인간 생명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을 수호하는 ‘일관성 있는 온 생명의 원리’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인간 노동]
● 노동은 인간의 본래 상태에 속하는 것이며, 인간이 타락하기 전부터 있었으므로 형벌이나 저주가 아니다(<간추린 사회교리> 256항). 노동의 기쁨을 알려면 손으로 하는 노동을 직접 해보는 게 바람직하다. 일부러라도 직접 만들어서 쓸 수 있는 것은 만들어서 쓰는 게 필요하다. 되도록 적은 연장을 가지고 많은 것을 할 수 있으면 좋다. 그래야 감각과 야성이 살아나고 우리는 온전한 인간이 될 수 있다.
● 일을 해야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다. 민들레국수집 첫 번째 손님 박대성 씨는 지금 민들레국수집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알코올 중독자였던 그는 지금 술을 완전히 끊고 가끔 국수집 주인장과 함께 강연회에도 다닌다. 다른 민들레 식구들은 국수집에 나와 일을 거든다. 이를 통해 민들레 식구들은 서서히 일어선다. 노숙인이 무너지는 데는 단계가 있는데, 일을 하지 못하게 될 때 급격하게 망가진다고 한다.
● 노동은 자본보다 본질적으로 우위에 있다. 노동과 자본 사이에는 상호 보완 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간추린 사회교리> 277항).
● 신자유주의 경제는 자본 우위의 경제이다. 한밭레츠 등과 같은 다양한 대안 경제활동이 필요하다.
● 노동에 대한 성경 가르침의 정점은 안식일의 휴식에 대한 계명이다. 안식일을 기념하고 지키는 것은 자의로든 강제로든 일의 노예가 되지 않게 하고, 드러나거나 감추어진 모든 종류의 착취에서 인간을 막아주는 방패다(<간추린 사회교리> 258항).
● 주일은 자선 활동을 하고 가족과 친지들, 병자와 노약자들에게 시간을 할애함으로써 거룩한 날이 되어야 한다(<간추린 사회교리> 285항). 민들레국수집 서영남 주인장은 쉬는 날 청송교도소 방문을 한다. 쉬는 날은 노는 날이 아니라, 일상에서 벗어나 리듬을 만들어내는 날이라야 한다.
● 노동은 인간의 천부적인 권리며 소명이기도 한 가정생활을 이루는 기본이다. 노동은 생계의 수단이 되며, 자녀 양육을 보장한다(<간추린 사회교리> 294항). 노동의 보수는 각자의 임무와 생산성은 물론 노동 조건과 공동선을 고려하여 본인과 그 가족의 물질적 사회적 문화적 정신적 생활을 품위 있게 영위할 수 있도록 제공되어야 한다(<간추린 사회교리> 302항).
● 도시본당에서 봉사자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맞벌이가 늘어나고 있다. 생계형 맞벌이도 있지만 자녀 사교육비를 대기 위한 맞벌이도 많다. 우리 사회는 ‘평등(坪等) 사회’라고 한다. 모였다 하면 사는 집 평수, 자식들 공부 등수를 묻기 때문이란다. 지금처럼 사교육 시장이 크고, 거기서 먹고 사는 사람이 많은 한 교육 정책이 바뀌기 어려울 것이다. 바꾸려 해도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 용납할 수 없는 형태의 어린이 노동은 다른 폭력에 비해 뚜렷이 드러나지는 않지만 어느 것 못지않게 심각한 일종의 폭력이다(<간추린 사회교리> 296항).
● 2002년 월드컵 때 축구공을 만드는 어린이 노동이 문제가 되었다. 주로 태국에서 수입하는 깐새우에도 어린이 노동이 숨어 있다. 착한 소비가 필요하다.
● 지금의 노동운동은 대기업 중심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정면으로 다루려고 하지 않는다. 노동운동이 자기 이권이 아니라 공익을 위해 발언하고 실천할 때 국민의 지지를 받게 될 것이다.
● <가톨릭사회교리-주제편>은 “노동조합이 이룬 가장 힘든 승리 가운데 하나인‘(<간추린 사회교리 304항) 파업을 거의 해서는 안 될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현재 기업주들은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해서 파업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있다. 더 나아가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노동조합 지도부를 압박한다.
● 교도권은 다양한 직종에 고용된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옹호하고자 결사나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와 관련하여 존재하는 노동조합의 근본적인 역할을 인정한다(<간추린 사회교리> 241항).
● 가톨릭 사업체의 노사 문제를 심각하게 만드는 요인 가운데 하나는 사용자인 수도자와 사제의 노동조합관이다. 노동조합이 설립된 교구는 현재 한 곳도 없다. 맨 처음 만들어졌던 광주교구도 압력 때문에 자진 해산했다.
●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종국에는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교회 사업체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들을 보면서 복음대로 살지 않고 맘몬의 가치대로 사니까 결국 사고방식도 맘몬의 것처럼 된다는 느낌이다.
● 복음과 가톨릭 사회적 가르침에 바탕을 둔 기업 경영 원리를 협약 방식으로 정리해서 가톨릭교회 사업체나 가톨릭 경영인 운영 사업체가 가입하는 운동을 펼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