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649] 만인이 사랑한 '러브'의 비극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입력 2026.09.14. 23:36업데이트 2026.09.14.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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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인디애나, 러브, 1976년 제작, 폴리크롬 알루미늄, 약 365.8 × 365.8 × 182.9 cm, 미국 필라델피아 러브파크 소재, 필라델피아시 소장, 폴 브래디 사진.
예술가가 대중의 사랑을 받고 돈을 번다고 비난을 받는다면, 과연 예술은 무엇일까. 미국 미술가 로버트 인디애나(Robert Indiana·1928~2018)의 ‘러브’는 세계 각지의 공공 조각에서부터 포스터, 머그잔, 열쇠고리에 이르기까지 셀 수 없이 복제되어 널리 퍼져 있다. 선명한 글자체, 강렬한 색채, 장난스레 기울어진 ‘O’에 이르기까지 인디애나의 ‘러브’는 만인의 ‘사랑’을 받아 왔다. 언제 봐도 세련되고 경쾌하다.
작가가 친구들에게 손수 보내던 카드에서 시작된 이 도안은 1965년 뉴욕 근대미술관에서 크리스마스 카드로 만들어 판매하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인디애나는 저작권 관리에 소홀했다. 예술가로서 작품에 ‘상표법’을 적용하는 것에도 회의적이었다. 1973년에는 ‘러브’가 우표로 발행되어 3억 매가 판매됐지만, 인디애나가 받은 돈은 고작 1000달러가 전부였다.
결과적으로 ‘러브’는 무분별하게 상품화되어 판매됐고, 정작 작가가 얻은 수익은 미미했다. 주류 미술계에서는 인디애나가 진정한 예술가가 아닌 그래픽 디자이너에 불과하다며 깎아내렸다. 그가 뉴욕을 떠나 메인주의 섬에서 고립 생활을 택한 데는 평단에서 받은 상처가 한몫을 했다.
인디애나가 세상을 뜨기 하루 전이었다. 그의 작품을 관할하는 미술 재단이 말년에 작가를 돌봤던 간병인과 출판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8년의 공방 끝에 지난 4월 재단은 그들이 작가와 외부와의 소통을 차단하고, 상품을 무단으로 제작 판매해 부당한 이익을 챙겼다며 1300억원대의 손해배상 평결을 받아냈다. 과연 인디애나에게 예술이란, 아니 사랑이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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