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메르켈 총리 / 독일의 유명 워킹 슈즈 '가버'(작은 사진)
“백만장자를 위한 신발보다는 소비자 100만 명을 위한 신발을 만든다. 편하면서도 가격이 합리적인 신발을 추구한다. 그게 우리 성공의 비결이다.”
독일 여성 구두회사 ‘가버’의 아킴 가버(Gabor·43) 회장은 유럽에서 ‘컴포트 슈즈 홍보대사’로 불린다. 발이 편한 여성화로 유명한 가버는 1949년 창립 이래 전 세계에서 2억3390만 켤레가 넘는 신발을 판매한 회사다. 전 세계 매장만 450여개. 2009년 매출액은 4300억 원이다.
지난 6일 서울 압구정동 한 신발 편집매장에서 만난 가버 회장은 “10년 전만 해도 가버의 주시장은 유럽이었지만 최근엔 아시아·미국에서 팔리는 신발이 전체 매출의 30%가량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가버의 탄생은 전쟁의 비극과 맞물려 있다. 2차세계대전 이후 독일에는 발 기형환자가 급증했고, 기존 신발을 불편해하는 여성이 늘어났다. 1949년 독일 바름슈테트(Barmstedt)에 살던 요하킴과 베른하르트 가버 형제는 재봉틀 한 대를 빌려 신발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킴 가버 회장은 요하킴 가버의 아들이다.
두 형제가 처음 내놓은 신발은 아고(Ago) 발레리나 슈즈였다. 신발에 포근한 양말을 덧대 만든 듯한 일명 ‘사케토 공법(Sacchetto method)’은 큰 호응을 얻었고, 1952년부터 매년 20만 켤레씩 팔려나갔다.
가버 회장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우리 신발 애호가”라며 “발 기형환자, 노인, 당뇨병 합병증 환자용 신발로 출발했지만, 사회 활동을 하는 여성이 늘면서 대중에게도 큰 인기를 큰 얻었다”고 말했다. 가버는 루프트한자, 핀에어, 체코항공, 발틱항공, 요르단항공 승무원들이 신는 공식 신발이다. 가버는 최근 발 크기에 비해 발볼이 상대적으로 넓은 아시아 여성을 위한 ‘아시아 핏(Asia Fit)’ 디자인도 시작했다.
가버 회장은 “외형적인 디자인 뿐 아니라 친환경 원료로 만들었는지, 알레르기 테스트를 마친 가죽을 썼는지, 신발을 붙이는 아교에 인체에 해로운 물질은 없는지까지 따져야 좋은 신발을 고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