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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청풍 자드락길 2코스와 3코스의 출발지점인 능강교는 찾기가 쉬웠다.
청풍호를 바라보고 조성된 ES콘도 바로 옆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당초 가려고 했던 곳은
청풍 자드락길 2코스 능강교-정방사코스였다.
하지만 2코스로 올라가다가 채 100m도 안가서 발길을 되돌렸다.
사찰로 가는 길이라 그런지 입구부터 콘크리트로 말끔히 포장됐기 때문이다.
아스팔트길이나 콘크리트길은 '마이 힐링로드' 회원들이 추구하는 길이 아니다.
아무리 경관이 좋다고 한들 평지도 아니고 산길에 사람보다 차가 편리한 인공구조물이
깔려있다면 무엇하러 먼곳까지 와서 걷겠는가.
우리 일행이 3코스인 능강교-얼음골로 발길을 옮긴것은 적절한 선택이었다.
‘자드락길’은 '낮은 산기슭의 비탈진땅'을 의미한다.
금수산 능강계곡을 따라 돌이 촘촘히 박힌 산길을 올라가면서 이 말의 의미를
떠올렸다.
금수산은 이름이 말해주듯 ‘비단 물결로 수놓은 산’이라는 말이 나올만큼 아름다운 산이다.
하지만 3코스를 걸으면서 화전민의 애환이 서려있는 척박한 땅이라는 것을
느꼈다. 풍광이 수려하다고 해서 먹을것이 풍부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솔길의 비탈진땅에는 그 옛날 화전민의 집터와 그들이 일군듯한 계단밭의
흔적이 산재해 있었다.
예전에는 청풍호수와 울창한 숲때문에 하늘밖에 안보이는 이곳에서 화전민들은
밭을 개간하고 약초를 캐고 버섯을 따서 생활했을 것이다.
겨울에 폭설이라도 내리면 몇 개월은 산밑 마을에 내려가지도 못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바위를 휘돌면서 흐르는 계곡물소리를 듣고 절벽에 켜켜히 쌓인 기암괴석을
감상하며 걷고 있지만 화전민들에겐 생계를 유지하고 실날같은 희망을 간직한
삶의 터전이었을 것이다.
3코스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것은 돌(바위)이 엄청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 처음엔 자드락의 '락'이 바위를 뜻하는 ROCK이 아닌가 착각했을 정도다.
이 때문에 돌탑이 많았다.
물론 요즘은 웬만한 산에는 돌탑이 있다.
하지만 금수산 얼음골로 올라가는 코스만큼 돌탑이 많은곳을 이제껏 보지 못했다.
숫자도 많고 규모도 클뿐만 아니라 모양도 여러가지다.
돌탑마다 쌓은 정성이 대단함을 느꼈다.
대체 누가 오랜시간과 공을 들여 저런 돌탑을 쌓았는 모르겠다.
울창한 숲에는 나무도 다양했다.
마침 우리 회원중에 대학에서 조경을 전공한 나무전문가인
다리조경 이은봉사장이 함께 와서 하나하나 세세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는 봄이면 청풍호수가에 핀 벚꽃이 장관을 이루도록한 장본인이다.
제천시 조경공사를 많이 하면서 이지역 경관을 돋보이게 하는데 나름대로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는 나무만 보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나무의 특성과 쓰임새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하니 함께 걷는 사람들은 즐거웠다.
피톤치드가 강한 향기를 내뿜고 낙엽이 마치 이불처럼 쌓여있는 산길
중간중간에는 계곡을 가르지르는 나무다리가 걸려있었다.
다리밑에는 바닥이 훤히 보이는 차고 맑은 물살이 낙엽을 안고 숨가쁘게 흘러가는
광경을 보는것은 계곡트레킹의 묘미다.
얼음골까지 갔다가 내려오는 길이 아쉬웠다.
하지만 다시 천천히 오던길을 내려 가면서 계곡옆 기암괴석과
야생초도 눈에 들어왔다.
늦은 점심은 청풍면에서 먹었다.
면사무소 직원이 일러준 장평가든의 청국장은 토종청국장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식품위생분야에서 20여년간 공직생활을 하면서 음식문화에 일가견이 있는
신송희 회원은 제대로된 청국장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눈도, 입도, 마음도 즐거운 트레킹이었다.
이은봉 회원은 다음 번개트레킹 장소로 청원군 문의면 가오리를 추천한뒤
점심은 문의면 소재지 부근 자신의 시골별장에서 준비하겠다고 공약했다.
집 정원에 갔다놓은 바비큐장비를 활용해 짚풀삼겹살과 토종닭 삼계탕으로
내겠다는 그의 말에 회원들은 전원 참가할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