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농촌 교육 현실
어느새 농산촌에 있었던 많은 학교가 사라지기 시작했고 아이들의 모습 또한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현재 농산촌에 남아 있는 작은 학교들도 ‘폐교’의 불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농촌에 살고 싶어도 자녀가 다닐 수 있는 학교가 없어 거주를 포기하는 농촌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이농·이촌의 가장 큰 이유가 ‘자녀 교육’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산업화에 따른 농업의 축소는 농어촌 인구감소를 불러왔고, 자연스럽게 농산촌의 학교 역시 학생 수가 줄어 학교 규모가 축소되고 말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 2000년 2700여개에 달하던 농촌지역 학교는 2008년엔 2600개 수준으로 감소했다. 농산촌에는 이 같은 학교 외에는 특기적성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마땅한 학습시설이 없어 학부모들은 자녀의 교육을 위해 도시로 떠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소규모 학교 폐교로 이촌 심화 방과 후 교육·맞춤형교육 확대 작은학교의 장점 살리기 주목
여기에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2006년 6월부터 학생 수 60명 이하의 소규모 학교를 대상으로 통폐합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농·이촌 현상은 더욱 심화되기 시작했다. 결국 피해를 보는 쪽은 농촌 주민들이다. 농산촌 소규모 학교의 폐교는 젊은 농촌인구의 유지와 유입을 막고 농촌을 더욱 고령사회로 전락하게 만들고 있다.
이처럼 농촌과 교육의 문제는 별개로 볼 사안이 아니다. 농촌마을엔 사람이 필요하고 사람은 학교가 필요하다. 따라서 농촌과 교육이 함께 살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돌아오는 농촌’을 이끌고 있는 농촌 작은 학교에 대한 관심이 높다. 다양한 방과후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 교육의 질을 높이는 한편, 학생 개개인을 대상으로 맞춤형 교육을 실시한 결과 폐교위기를 맞았던 학교로 아이들을 전학시키기 위해 농촌으로 이주해 오는 가구가 늘어나 지역이 활력을 되찾고 있다.
작은 학교 살리기의 시작은 농촌의 활력을 되찾기 위한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 ‘농촌을 살리기 위해선 농촌 교육을 살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연구 결과가 더 설득력 있게 와 닿는다. 농촌에서 이제 학교는 마을과 아이들을 지키고, 떠나간 사람들을 다시 불러 모을 수 있는 ‘희망의 보루’인 것이다.
●전북 완주군 이성초등학교 “원어민 수업 물론 수영 등 12가지 교육 정규교과 과정으로”
이성초등학교의 신문활용학습. 학생들은 직접 신문을 읽고 오려 붙이며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향상시켜 가고 있다.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학교’, ‘지역 사람들의 자부심이 가득한 학교’, ‘지역을 유지 시키는 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전체 7개 학급에, 전교생을 모아 놓아도 150여명에 불과한 전북 완주군 이서면의 작은 농촌학교인 ‘이성초등학교’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1946년 문을 연 이성초교는 작지만 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학교다. 학교가 활성화되면서 지역사회까지 덩달아 활력을 되찾고 있는 것. 자녀를 이 학교에 보내기 위해 18가구가 이주해 오는 등 이성초교는 돌아오는 농촌을 만드는 동시에 이농·이촌 현상을 막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러나 이성초교는 지난 2007년 3월까지만 해도 폐교 위기에 놓인 농산촌의 평범한 작은 학교였다. 이 학교 교사들이 힘을 모아 학교 살리기에 적극 나서면서 이성초교가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폐교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농촌 작은 학교만의 차별화된 교육을 통해 도시 아이들이 찾아오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 교사들은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도입했다.
수업방식에도 대대적인 손질을 가했다. 1학년부터 6학년의 수업시간이 모두 같도록 만든 것. 실제 이성초교 학생들은 토요일(4교시 수업)을 제외하고는 매일 8교시 수업을 받는다. 이 학교 아이들은 영어·중국어 원어민 수업뿐만 아니라 바둑, 수영, 바이올린, 연극, 독서논술, 컴퓨터, 수영, 서예, 미술, 주산 등 12가지의 교육을 정규 교과 시간에 받고 있다. 이처럼 도시에서는 많은 돈을 들여 학원을 보내야 배울 수 있는 교육들이 이성초교에서는 전면 무료로 이뤄지고 있다는 게 이 학교가 내세우는 강력한 힘이자 특징, 또 자랑거리다.
이성초교는 비슷한 유형의 작은 학교와 차별화된 점이 한 가지 더 있다. 학교가 지역문화센터로서의 역할도 담당하고 있는 것. 학부모는 물론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국악, 미술 등을 가르치는 주중학교 및 토요학교, 평생교육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의 결실로 폐교 위기에 놓였던 이성초교는 2008년 전교생이 113명으로 5배나 급증했고 올해는 148명으로 학생 수가 늘어 학급을 늘리려 해도 교실이 부족한 상황으로 변모했다.
장현일 교감은 “학교의 노력에 동문들도 총동창회를 구성해 모금활동을 벌이는 등 지역사회가 아이들의 교육활동을 후원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학교를 통해 지역이 되살아나는 것을 보고 지역 주민들도 학교의 중요성을 확실히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 진단/이항근 회현중학교 교장 “다양한 배움기회 위해 정부 지원 필요”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교육 가능 예산·시설투자 등 지속적 관심을
“농산촌의 학교에는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위해 지속적인 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농산촌 사람들이 지역을 떠나는 원인으로 수년간 교육이 지목돼왔다. 따라서 농촌 지역 교육현장에서 근무하기만 27년, 농촌 교육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이항근 회현중학교 교장도 ‘농산촌학교 살리기’에 중점을 두고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방과후 수업의 양과 질이 보장된다면 이농·이촌 현상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 이 교장의 생각. 이 교장은 “특기적성수업 등 색다른 교육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면 농촌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면서 “이런 환경이 조성돼야 농산촌의 작은 학교들이 폐교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역 농산촌 학교는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구심점이 가능하다는 게 이 교장의 말이다. 그는 “문화 활동을 주도하고 학부모 또는 지역주민이 소통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는 곳이 학교”라며 “동창회 등에서도 ‘우리 아이, 우리 학교에 보내자’며 서로 독려한 점도 최근 농촌학교 변화에 힘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산촌 학교에 현재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지속적인 지원이다. 농산촌 학교의 교육 대부분이 무상으로 진행되지만 재정여건이 부담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교장은 “재정적인 뒷받침이 없다면 제대로 프로그램을 이어갈 수 없는 만큼 정부의 예산 지원 및 시설투자 등 지속적인 관심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북 군산시 회현중학교 “연필보다 몸으로… 체험교육 활성화 진로탐색에도 힘써”
기타 연주 중인 회현중학교 학생들. 특기적성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새롭게 배우는 재미에 흠뻑 빠져있다.
탁 트인 운동장에서 ‘땅’하는 알루미늄 배트의 울림이 봄하늘로 솟는다. 컨테이너에서는 전자기타의 ‘찡’하는 신호에 맞춰 “널 지워야 해, 기억속에서…” 갈라지는 목소리가 신선하다. 학교에서는 ‘띵띵’ 가야금줄을 뜯어 만든 청아한 음이 은은하게 퍼지고 있다.
전북 군산 회현중학교의 3블럭 특기·적성 수업 시간이 한창이다. 한 학생당 특기·적성Ⅰ(일본어·중국어·바둑·한자급수·사물놀이 등), 특기·적성Ⅱ(클래식기타·밴드·가야금·피아노·야구·탁구 등), 특기·적성Ⅲ(학부모 및 지역주민 참여·제과제빵·미용·칠보 등) 중Ⅰ·Ⅱ·Ⅲ별로 하나씩 총 3개의 특기·적성수업을 선택할 수 있다.
회현중학교의 올해 신입생 모집 경쟁률은 10.7대 1. 2010년의 경쟁률 3대 1보다 부쩍 높아졌다. 학생수도 2009년 3학급 71명에서 2011년에는 6학급 162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회현중학교의 변신은 2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새 교장이 첫 공모제로 부임하면서 강조한 것이 ‘삶의 경영’. 자기 삶을 경영하기 위해서는 연필로 배운 공부보다 몸으로 배운 공부가 중요하다는 신념에서 내세운 것이 체험활동이다. 학급야영, 도시문화체험, 명사초청강연, 자아탐색여행 등 글로 나열하기도 벅차다. 특히 농촌을 벗어나기 힘든 여건에서 교장과 함께 하는 일탈은 학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심어줬다. ‘이태원에서 외국인 5명에게 한국에 온 이유 알아오기’, ‘노인회관에게 지역 문화유산 배워오기’ 등 색다른 과제를 수행하며 자신의 활동범위를 차츰 넓여가고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 힘을 쏟는 부분이 진로탐색이다.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진로수업을 연계하고 있다. 1학년은 직업의 의미를 배우고, 2학년 때는 각 직업의 전문가를 만나고 3학년은 자기의 꿈을 보고서로 작성한다. 또 졸업식에서 직접 발표하며 꿈에 책임감을 더한다.
특성화 교과가 학교 교육과정에 포함돼 있는 것도 특징이다. 1학년은 연극수업, 2학년은 환경생태 및 독서토론, 3학년은 영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같은 농촌학교의 탈바꿈은 농촌에도 새기운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회현중학교 입학을 위해 미리 회현초등학교로 전학 온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회현중학교 학생 중 도시에서 회현면으로 이농한 학생도 10여명이나 된다. ‘집도 얼마 없는데, 집보러 오는 사람이 꽤 많은 것을 보면 우리 농촌이 살아나고 있는 것 아닐까요?’ 한 어르신의 우스갯소리는 최근 회현중학교의 변화를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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