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더 라스트…' 퍼즐같은 구성-현악라이브 눈길

'더 라스트…' 퍼즐같은 구성-현악라이브 눈길 '넌센스…' 수녀들 젊어지고 남자배우 등장 번역 뮤지컬의 텃밭을 가꿔온 국내의 대표적인 두 단체가 신작무대로 봄단장에 나섰다. 신시뮤지컬컴퍼니의 '더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The Last 5 Years)'와 대중의 '넌센스 잼버리(Nunsense Jamboree)'. 신시뮤지컬컴퍼니가 95년 '그리스'이후 소극장 뮤지컬로 선보이는 '더 라스트…'는 오는 28일부터 4월27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대중의 '넌센스' 최신 버전인 '넌센스 잼버리'는 4월4일∼5월18일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이 두 작품은 특히 퍼즐 같은 구성방식('더 라스트')과 소재의 일탈성('넌센스 잼버리')으로 단선적인 뮤지컬식 드라마를 뛰어넘는 기발함이 공통점이다. '더 라스트'는 없는 것이 더 많아 좋은 뮤지컬로 관심을 끈다. 단 두명의 남녀주인공 외에 출연진이 없다. 또 타악 퍼포먼스로 승부하는 국내 뮤지컬시장에서 '분위기 메이커'인 타악기를 배제, 라이브로 연주되는 현악기-피아노의 서정적 선율이 전부다. 대사도 거의 없다. '오페레타 뮤지컬'이라고 불릴 만큼 노래만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 무대의 공백을 살려줄 두 주인공으로 '오페라의 유령'의 히로인 이혜경과 '갬블러' '렌트' 등으로 꾸준히 낯을 익힌 극단 신시 단원 성기윤이 캐스팅됐다. 제목 그대로, 남녀가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고 이별한 5년간을 회상하는 내용이다. 재미있는 건 남자와 여자의 시계가 서로 반대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남자는 여자를 처음 만나서 헤어질 때까지의 일을, 여자는 제이미와 헤어진 순간부터 처음 만난 날을 돌이키는 방식이다. 두 사람이 현재에 만나는 순간은 단 한번. 두 사람의 결혼식 날에야 만날 뿐이다. 같은 날을 서로 다르게 회상하는 방식에서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오!수정'을, 장소-시간에 대한 힌트를 통해 수수께끼 같은 장면들이 서로 접합되는 아이디어는 최근 오두리 토투의 영화 '히 러브스 미'를 떠올리게 할 만큼 공연무대에서는 드문 시도다. 공연 첫 노래가 마지막에 헤어진 후 부르는 곡이고, 마지막곡은 이들이 처음 만나 첫키스 후 부르는 작별노래가 된다. 처음부터 관객은 이들의 이별을 인지한 상태. 엔딩신에서 첫키스 후 설렘을 보여주는 여자의 노래가 더 큰 여운을 남긴다. 개사-연출을 맡은 한진섭씨는 "보기엔 소담하고 예쁜 뮤지컬이지만 단순히 낭만적 사랑의 동화는 아니다. 결혼 이후 소설가로 성공가도를 달리는 남자와 배우로서의 꿈이 좌절되는 여자가 서로 문화와 꿈의 차이로 이혼하게 되는 과정을 섬세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극본과 음악은 '퍼레이드'(98년)로 토니상을 받은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 연출은 '오페라의 유령' 원연출자인 해롤드 프린스의 딸 데이시 프린스가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원작은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지난해 3월 개막, 브로드웨이에서는 드물게 소규모 뮤지컬로 호평을 얻었다. 공연문의 (02)577-1987. 91년 국내에 선보인 뮤지컬 '넌센스'는 식중독으로 급사한 동료수녀들의 장례비를 위해 공연을 준비하면서 다섯명의 '웃기는 수녀'들이 벌이는 갖은 해프닝으로 대중의 인기를 모았다. 그간 이 '시스터 액트'에 참여했던 배우만 146여명. 양금석 박정자 윤석화 양희경 신애라 임상아 등 인기 여배우들이 거쳐갔던 작품이다. '넌센스2'에 이어 '넌센스3'에 해당되는 이번 작품은 수녀들의 나이가 모두 30대로 젊어지고, 신부 역의 남자배우가 처음 등장한다. 컨트리 가수를 소망하던 앰네지아 수녀가 컨트리 뮤지컬 '넌센스 잼보리'에 출연해 기적적으로 성공하기까지 에피소드를 담았다. 전수경 김선경 박해미 김미혜가 수녀로, 류정한이 버질 신부로 출연한다. 최근 '아가씨와 건달들'로 감칠맛나는 코믹연기가 무르익을 대로 익은 전수경, '오페라의 유령'의 라울역으로 발탁되며 귀공자풍 외모와 연기를 보여줬던 류정한의 능청스런 신부역이 관심거리다. 연출 현경석. (02)766-8551. /김은진기자 (출처: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