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교수의 카자흐스탄 견문록 - 중앙시장에서 만난 고려인 아주머니들

[zhanna]

 

중앙시장에 가면 고려인 할머니가 많이 앉아계시다는 박 사장의 말을 믿고, 9번 전기버스를 타고 갔습니다. 얼마 전에 간 실크 웨이와는 달리, 재래시장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었습니다.

1층을 아무리 돌아다녀도 고려인 할머니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배가 고파 우선 바나나 한 개(20뗑게 ; 160원)를 사서 먹었습니다. 더 사먹을까 하다가, 고려인 할머니 가게를 찾아서 팔아 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주린 배를 움켜 안고 계속 돌아다녔으나 안 보였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100뗑게어치 살구를 사서 먹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또 한 바퀴 돌았으나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산딸기 50뗑게어치를 사 먹었습니다.

지친 몸으로 어찌어찌 헤매다 보니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보였습니다. 구경이나 할 요량으로 올라가서 둘러보는 내 눈 앞에 반찬이며 음식 만들어 파는 가게가 즐비했는데, 그곳으로 눈을 돌려 가게 주인을 보는 순간, 누나같은 얼굴이 확 들어왔습니다. 고려인인 것을 그냥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 한 줄 전체가 고려인 차지 같았습니다. 시장권을 고려인이 많이 점유하고 있다더니 그런 모양입니다.

내가 다가가자, 둥글둥글하게 생긴 40-50대 아주머니가, 내가 달라고도 안했는데, 이것저것 음식을 젓가락으로 집어서 먹으라고 하였습니다. 내가 사양하자, "잡숴요. 잡숴." 이러면서 막무가내로 종이에 담아서 내밀었습니다. 감격스러운 고려말이었습니다.

내가 한 입 먹었더니 계속해서 고기며 채소 반찬이며 한데 조합하여 젓가락과 함께 권했습니다. 과일로만 배를 채운 상태라, 그냥 받아서 먹었습니다. 더 주려고 하기에, 이제 그만 달라고 했습니다.

먹고 나서, "할머니들은 어디 계셔요?" 했더니, "할머니 없어요." 하는 것이었습니다. 재차 물었으나 대답은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들 돌아가셨다는 대답이었습니다. 기대가 무너지는 순간이었으나, 가방에서 제보자들 선물용으로 준비했던 복주머니 하나를 건넸더니 좋아했습니다. 내가 제스쳐를 써서, 거기에 돈도 넣고 이것저것 넣는 것이라고 했더니 막 웃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