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프].. 유일하게 거저 얻은 수작!
2006년 여름부터 일본/영미권 미스터리*스릴러물(원서포함)만 300만원 넘게 사들이고^^ 매주 1권정도 (주로 주말에 짬을 내어) 읽어왔습니다. 그렇게 책을 몰아서 사다보니 인터넷서점 이벤트도서도 꽤 많이 당첨 되었는데 그중에 하나가 [이프]였습니다. (국내 추리문학계 활동이 어떤지도 몰랐고 마냥 입소문 쫓아서 사게된 도서들이 거의 일본/영미쪽이라 "밀클"에서 한국편 시리즈가 나와도 그저그렇겠지.. 솔직히 무시했었습니다;;) [이프], 몇몇 까페지인들이 부추기다! 그러던 중 네이버의 여러 추리문학 관련 까페들.. 밀클, 모클, 일미문줄 등 통해 [이프]의 후기를 많이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나서야 저도 접했습니다. 황홀했습니다. 모클이나 밀클 등 대부분의 도서를 구입해서 가지고 있고 조금씩 읽고 있는데 어느 외국작품 못지 않은 흡인력과 개연성을 가지고 있더군요. [이프]의 탁월한 점, 아쉬운 점 [이프]를 읽으면서 제일 좋았던 점은 미스터리/서스펜스적 기법이었습니다.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누가 어떻게 죽게 될지 조마조마하고 이들의 사연이 나중에 어떻게 귀결될지.. 정말 "끝을 보고파서" 끝까지 달리게 되더군요. 그리고 자살에 이르는 방식도 매번 같은 것이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장도엽에 이르기까지 점점 더 ''자살자''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모습도 좋았습니다. 마지막 몇몇 인물, 김인해나 장도엽의 "진실"은 "중요한 기억의 왜곡이나 망각"이라는 사건의 공통분모가 드러난 이후의 일이라 저에게는 -반전이 아니라- 유추 가능한 일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좋았던 점이 반전만을 위한 반전이 아니라 이 장치들이 결국 소설의 개연성과 치밀함을 높이는데 기여했다는 것입니다. 인물/사건/전개 등에 있어서 영화나 미니시리즈로 제작되어도 좋을 만큼 분량도 컴팩트 했고 소설의 흐름도 굳이 편집자가 개입되어 손 안 봐도 좋을 만큼 이미 영화적이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너무 쉽게 공포영화의 장면을 떠올리는 묘사나 서술이 오히려 "공포소설"답지 않았습니다. 이미 죽은 자들이 다시 하늘이나 사무실 천정에서 떨어지거나 모니터 등에서 기어나와 발목 등을 잡는 장면은 늘 쓰이는 영화적 장치들이라 식상하더군요. 오히려 김인해나 장도엽의 케이스처럼 (소설 속의 진실과 상관없이) 인해의 아버지가 벽장에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 거나 도엽의 아내와 화상입은 딸을 그가 혹시 살해했을지도 모른다.. 는 상황적 설정이나 분위기 자체가 훨씬 무섭고 또 이것이 미스터리하게 진행될 때 -저에게는- 몇 배 더 공포감을 주더군요! [이프], 한국추리문학의 촉매 문학이라서 -어쩌면 제 취향이 그래서 인지 모르겠습니다만- 분위기나 상황에서 드러나는 공포감이 더 자극적이더군요. 영화라면 음향이나 시각효과 등을 통해 무서움을 쉽게 배가시킬 수 있지만 문학은 오히려 더 "독자의 상상 자극"이라는 정공법으로 관객을 이끌어나가야한다고 봅니다. 그들에게 너무 쉽게 소리나 영상을 제공하기 보다는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장르문학이 (요즘처럼 책 안 팔리고 안 읽히는 시절에) 문학을 문학답게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영화/TV의 몇몇 신이나 특수효과처럼, 보는 관객이 개입할 시간적 여유도 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읽고 생각하고 다시 읽어서 감정과 감동을 스스로 찾아내도록 하는 그 우직함이 문학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래서 장르문학 중에서도 미스터리/스릴러물이, 올 한 해 홍수처럼 쏟아진 유명한 외국작품/작가 속에도 이제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하는 (저에게는 분명!) 한국작가의 노력이, 아니 존재자체가 그래서 눈물 겹고 감동적입니다! * 어려운 사정 속에서도 (생활도 해야하고 가정도 꾸려야하고, 그것도 한국의 현 정치/경제/문화적 상황에서) 구상하고 집필하고 탈고하고 출판하고 홍보하는 한국작가/출판인/편집자의 수고에 랜드마크로서의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이종호작가와 [이프]가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