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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으로 유명한 개성의 부잣집 딸로 태어나 갖은 맛난 음식을 먹으며 자란 최 회장은 서울 99칸 기와집 마나님이던 시어머니의 까탈스러운 입맛을 수발하며 요리 솜씨를 숙성시켰다. “이 아까운 솜씨를 왜 썩히느냐”는 주변의 성화에 못이긴 최 회장은 1980년 삼청동에 개성 비빔밥과 국밥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을 냈다. 손님들은 최 회장의 손맛을 이내 알아봤고, 음식점은 문을 여는 날부터 미어터졌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식집은 불고기·갈비집 등 고깃집, 허름한 설렁탕·해장국집, 아니면 기생이 나오는 고급 요리집이 전부였다.
용수산을 한정식집으로 확장하고 싶었던 최 회장은 가족끼리 오거나 손님 접대를 할 때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외국인에게도 자랑스럽게 한국음식을 대접할 수 있는 집을 만들고 싶었다.
최 회장은 어릴적 친정 아버지를 떠올렸다. 미식가였던 아버지는 차가운 것은 차가운 대로 뜨거운 것은 뜨거운 대로 제때 드셔야 했고, 어머니는 이를 위해 몇 번이나 부엌을 오가야 했다. 그는 ‘우리 한식에도 서양요리나 중국요리처럼 순서대로 내오는 방법을 도입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떠올렸다.
개성식 음식을 차례차례 내오는 용수산은 손님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고,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전해지면서 크게 성공했다. 코스식 한정식집이 하나둘 늘었고, 이제 한정식집에서 코스식 서빙은 대세가 되었다.
- 1-A 2번 강은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