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부 이론에서 행동으로
12. 보수가 원하는 것
진보 진영은 보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보수 세력 내에도 분열, 다툼, 반감, 심지어 증오가 존재한다. 그런데 이로 인해 보수 세력이 서로 갈라서고 있을까?
분파는 다양한 부분을 한데 접합하는 체계를 이룰 수도 있다. 그리고 이는 보수 세력을 약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견해가 공유되는 접합 지점에서 보수 세력을 오히려 더 강하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모든 분파의 보수주의자들이 진보 진영의 모든 입장에 열렬히 반대한 사례들이 많다. 그들의 결의는 모든 보수주의 분파의 공통 기반이 그들이 가장 중시하는 도덕적 틀과 일관되게 부합함을 깨달을 때, 또 그들이 공통 기반을 찾았을 때 더더욱 강해진다.
보수주의의 핵심인 엄격한 아버지의 도덕에는 복잡한 특징과 자연적 변이들이 존재한다. 여기서 진보주의자들이 보지 못하는 것은, 이 다양성이 보수주의 전반에 상당한 힘을 부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분열 지점은 도덕적 이론이 아니라 관심 영역에 있으며, 이 차이는 상호 보완적이어서 이들은 하나로 뭉친다. 많은 진보주의자들은 보수의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급진적인지 과소평가하고 있다.
종합하면, 우익은 엄격한 아버지 이데올로기를 전 세계에 주입하고자 한다. 그 세부적인 사항은 보수주의자의 영역에 따라 조금씩 변화할 수 있지만 여기에는 대체적인 경향성이 존재한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자.
• 하나님 ┃ 보수주의자들은 자기들의 생각을 하나님에 대한 관점에서 풀어나간다. 이 관점 덕에 보수주의 이데올로기는 자연스럽고 선하게 보인다. 하나님은 궁극의 엄격한 아버지로서 온전히 선하고 강하며, 자연의 위계에서 꼭대기에 위치한다. 자연의 위계에서 도덕성은 힘과 관련이 있다. 하나님은 선한 사람들이 지배하길 원하며, 덕(virture)은 힘으로 보상받는다. 하나님은 법(율법)을 만들고 옳음과 그름을 결정한다.
• 도덕적 질서 ┃ 전통적 권력관계는 자연의 도덕적 질서를 규정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것은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우위, 자연에 대한 인간의 우위, 아이에 대한 어른의 우위, 비서구 문화에 대한 서구 문화의 우위, 다른 나라에 대한 미국의 우위를 의미한다.
• 도덕 ┃ 보수적 도덕 체계(엄격한 아버지 도덕)를 보존하고 확장하는 것이야말로 최고로 중요한 일이다. 도덕은 도덕적 권위자로부터 규칙이나 율법의 형태로 다가온다. 이는 자신의 자연적 욕망을 통제하고 도덕적 권위를 따르는 내면적 규율을 요구한다.
• 경제 ┃ 희소한 자원을 둘러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도 규율이 필요하며, 이 경쟁은 도덕에 기여한다. 도덕 규율은 경쟁에서 이기고 부유해지기 위한 규율과 같다. 부유한 사람들은 선한 사람이며 자연적 엘리트가 되는 경향이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부유해지기 위해 필요한 훈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가난한 것이므로 당연하며 그들은 부자를 위해 일해야 한다. 따라서 부자와 빈자 사이의 엄청난 틈이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것은 자연스럽고 선한 일이다. 시장이란 규율을 준수하고 부를 쌓는 사람들을 위한 기제인데, 이 기제가 잘 작동하느냐는 얼마나 ‘자유로우냐’에 달렸다. 자유 시장은 도덕적이다. 이것은 모두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좇는다면 모두의 이익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경쟁은 선한 것이다. 부유한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투자함으로써 사회에 이바지한다. 이러한 부의 양극화는 궁극적으로 공공선에 기여하는데, 이는 절제된 사람에게 상을 주고 무절제한 사람들에게 규율과 노력하는 법을 배우도록 강제하기 때문이다.
• 정부 ┃ 사회보장 프로그램은 비도덕적이다. 부자가 되려면 규율을 준수해야 하는데 사회보장 프로그램은 사람들에게 직접 벌지 않은 것을 공짜로 줌으로써, 규율 준수를 배워야 할 동기를 빼앗는다. 따라서 사회보장 제도는 없애야 한다. 민간 영역에서 수행할 수 있는 일이라면 정부는 이를 모두 폐지해야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적절한 일은 국민의 생명과 사유 재산을 보호하고, 자격을 갖춘(규율을 준수하는) 국민들이 가능한 한 쉽게 이윤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보수적 사회 문화 및 종교와 더불어 보수적 도덕(엄격한 아버지 도덕)을 장려해야 한다.
• 교육 ┃ 교육은 (보수주의)도덕을 보존하고 확산하는 목적에 복무해야 한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모범이나 가르치는 내용에 있어서 엄격해야 한다. 따라서 교육에는 훈육이 따르며, 무절제한 학생들에게는 벌을 주어야 한다. 얼마나 잘 훈육되었는지 테스트하기 위해 시험을 치르며, 시험에 통과한 학생은 상을 받고, 통과하지 못한 학생은 벌을 받는다. 학교는 사회의 자연스런 부의 양극화를 반영하게 된다. 물론 탁월한 절제력과 재능을 지닌 학생들은 장학금을 받고 더 좋은 학교에 들어가야 한다. 이로써 사회적 엘리트를 자연 계급으로 유지할 수 있다.
• 의료보장 ┃ 자녀를 돌보는 것은 부모의 책임이다. 부모가 자녀를 돌보지 못하면 그들은 개인적인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산전·산후 검진 보장과 어린이·노약자 의료보장은 개인이 책임질 문제이지 납세자가 책임질 문제가 아니다.
• 동성 결혼과 낙태 ┃ 엄격한 아버지 모형을 보존하고 확산하는 것이 보수주의의 최고의 도덕 가치이므로, 동성 결혼은 보수주의 가치 체계 전반에 대한 공격인 동시에 자신의 정체성이 엄격한 아버지 가치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공격이 된다. 낙태는 보수주의 가치와 보수주의자로서의 정체성을 위협한다. 한편, 진정으로 생명 옹호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들은 수정된 순간부터 생명이 시작되며 생명이 궁극적인 가치라고 믿는 동시에, 산전·산후 검진, 빈곤층 어린이에 대한 의료보장, 유아 교육을 지지하고, 사형과 전쟁에 반대한다. 그들은 임신중절 문제를 더 넓은 도덕적·정치적 의제에 대해 지지를 얻기 위해 정치적 쐐기로 이용하는 보수주의자들과는 다르다.
• 자연 ┃ 신은 인간에게 자연에 대한 지배권을 주었다. 자연은 번영을 위한 자원으로서, 인간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라고 있는 것이다.
• 기업 ┃ 기업은 사람들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투자자와 경영진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할 때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기업이 이익을 얻으면 사회도 이익을 얻는다.
• 규제 ┃ 정부 규제는 자유 기업 체제를 방해하므로 최소화해야 한다.
• 민주주의 ┃ 일반적으로 선거, 삼권 분립, 군대에 대한 민간의 통제, 자유 시장, 기본적인 시민 자유, 언론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 등이 보장되면 민주주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엄격한 아버지 가치는 민주주의에, 즉 사적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자신의 삶과 사회를 변화시킬 힘을 개개인에게 부여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 문화 전쟁 ┃ 엄격한 아버지 도덕은 보수적으로 선한 사회가 무엇인지를 정의한다. 보수적으로 정의된 선한 사회의 개념 자체가 자유주의적·진보주의적 사상과 정책의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러한 위협은 어떠한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싸워 물리쳐야 한다. 이는 사회의 근본 바탕이 걸린 문제다. 엄격한 아버지 도덕이 정치적 힘을 얻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분열이 필요하다. 첫째는 경제적 분열인데, 이는 ‘자격 없는’ 빈민들이 계속 빈민으로 남아서 ‘자격 있는’ 부자들을 부양하는 양극화된 경제를 의미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힘을 유지하기 위해 보수 세력은 보수적인 빈민의 지지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은 물론 개인적·사회적·종교적 이익에 반하여 투표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는 곧 보수 세력 내의 서로 다른 관심 영역에 따른 분파처럼 보이는 것이 실제로는 보수주의 전체를 위한 힘이 됨을 의미한다. 보수 세력이 지배하려면 이 모든 관심 영역의 보수주의가 다 필요하다.
보수 지식인들이 한 일은 가정과 종교에서의 엄격한 아버지 도덕과 보수주의 정치 및 비즈니스 사이에 프레임과 언어를 통해 연결고리를 놓은 것이었다. 이 개념적인 연결 고리는 부유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감정적으로 아주 강력한 힘을 확실히 발휘하므로 경제적 사익을 넘어설 수 있다.이를 달성하기 위해 보수 지식인들이 취한 방법은 문화적 내전이었다.
두뇌집단 지식인, 언어전문가, 작가, 광고에이전시, 미디어전문가들이 오랫동안 작업한 끝에 보수는 사고와 언어의 혁명적 변화를 이루어냈다. 언어를통해 그들은 자유주의자들이 (정책은 대중친화적임에도)나약한 엘리트이며 세금이나 축내는 비애국자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13. 진보 세력을 하나로 묶는 것
진보 세력을 하나로 묶는 것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먼저 진보 세력을 갈라놓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진보주의자들을 갈라놓는 몇 가지 흔한 변인이다.
• 지역의 이익 ┃ 어쨌든 내 지역의 관심사를 우선순위에 놓는다.
• 이상주의 대 실용주의 ┃ 실용주의자는 기꺼이 타협해서 가능한 최선의 패를 얻으려 하지만, 이상주의자는 이를 수정주의 내지는 변절이라고 비난한다. 실용주의자는 “완벽은 최선의 적”이라며 이를 비판한다.
• 이중개념주의 ┃ 극단 진보주의자는 대체로 진보에 가깝지만 일부 보수적 관점을 갖고 있는 이중개념 소유자를 보수적이라고 비난하고, 이중개념 소유자는 극단 진보주의자를 독단적이거나 극단적이라고 비난한다.
• 급진적 변화 대 점진적 변화 ┃ 급진주의자는 점진주의자를 진정한 진보가 아니라고 비난하고, 점진주의자는 급진주의자가 비실용적이며, 자신들의 명분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 투사 대 온건파 ┃ 투사들은 목소리가 크고 공격적이고 가혹하며, 엄격한 아버지의 수단을 동원하여 자애로운 목적을 추구하고, 온건파들을 겁쟁이들로 본다. 온건파는 투사들이 다른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고 우리 명분에 반발하게 하는 역효과를 불러온다고 생각한다.
• 서로 다른 유형의 사고과정 ┃ 진보적 가치는 사회경제, 정체성정치, 환경주의, 시민자유, 영성, 반권위주의 등 각기 다른 관심영역에 비중을 둘 수 있다. 각각의 사고과정은 어떤 명분을 추구할지, 우선순위를 어떻게 매길지, 정치적자본을 어떻게 활용할지, 돈을 어디서어떻게모금하고 어디에 쓸지, 누구에게 관심을 가질지 등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끼친다.
각각의 진보 세력 안에 이 변인들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조합되어 있음을 고려하면, 진보주의자의 유형은 천문학적인 수가 된다. 때문에, 이런 변인들에 의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진보 세력을 결집시키며, 어떻게 하면 이를 터놓고 논의할지를 이해하는 일은 더더욱 중요하다.
정책 프로그램은 결집을 가로막는 주요 원인이다. 프로그램이 구체적인 형태를 띠자마자 차이점이 불거지기 때문이다. 진보 세력은 주로 정책과 프로그램에 대해 말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사람들 대부분은 세부 정책에 대해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우리가 어떤 이상을 대변하는지, 우리의 가치가 자신의 가치와 부합하는지, 우리의 원칙이 무엇인지, 이 나라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지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
공적 담론에서는 가치가 정책을 이기고, 원칙이 정책을 이기고, 정책 방향이 구체적 프로그램들을 이긴다. 이들이 적절히 조율만 되면 가치, 원칙, 정책 방향이야말로 진보주의를 결집시킬 수 있다.
• 첫째, 가치는 기본적인 진보적 전망에서 나온다.
• 둘째, 원칙은 진보주의의 가치를 실현한다.
• 셋째, 정책 방향은 가치와 원칙에 맞아야 한다.
■진보의 기본 가치 ┃ 진보의 기본 가치는 사회를 서로 돌보는, 책임 있는 공동체적 가치다.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서로를 돌보며, 자신과 동료 시민들을 위해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곳이다. 민주 정치란 모두를 위해 공적 자원을 제공하는 정부를 통하여 이 돌봄과 책임에 근거해 행동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사적인 것은 공적인 것에 의존한다.
■진보주의의 원칙 ┃ 진보주의는 이러한 가치들을 공유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가치에서 유래한 정치적 원칙 또한 공유하고 있다.
• 형평성 ┃ 시민과 국가는 서로에게 의무가 있다.
• 평등 ┃ 정치적·사회적 평등을 보장하고 정치권력의 불균형을 막기 위하여 최선을 다한다.
• 민주주의 ┃ 시민 참여를 극대화하고 정치·기업·언론의 힘이 집중되는 것을 최소화한다. 언론의 윤리기준을 극대화한다. 선거자금을 공적으로 지원한다. 공교육에 투자한다. 기업을 주식소유자(stock-holder)가 아닌 이해관계자(stakeholder)3)의 통제 아래 둔다.
•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정부 ┃ 정부는 미래를 위해 필요하고 민간 부문이 할 수 없거나 하지 않는 일을 효율적이고 윤리적으로 수행한다.
• 윤리적 기업 활동 ┃ 기업은 앞의 가치에서 정의한 공공선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면 안 된다. 그들은 사업에 드는 비용을 외부로 돌리거나 공공에 떠넘기지 말고 고스란히 지불해야 한다. 기업은 자기들의 생산품이 공공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고용인들을 단순한 ‘자원’으로 취급하기보다 공동체의 일원이자 기업의 ‘자산’으로 보아야 한다.
• 가치에 기반을 둔 대외 정책 ┃ 국내 정책을 지배하는 가치는 대외 정책에도 가능한 한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
■정책 방향 ┃ 진보주의의 가치와 원칙이 주어지면, 진보주의자들은 기본적 정책 방향에 대해 합의할 수 있다. 정책 방향은 개별 정책보다 더 상위 개념이다. 진보주의자들은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합의하는 편이다. 진보주의자 다수가 합의하는 정책 방향들이다.
• 경제 ┃ 혁신에 기반을 둔 경제에 투자함으로써 모두가 번영을 누릴 기회를 제공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경제는 지속 가능해야 하고 기후 변화나 환경 파괴 등을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
• 안보 ┃ 군사적 힘과 강력한 외교적 동맹, 현명한 국내 정책 및 대외 정책을 통해 자국에서 안전을 구가해야 한다. 그리고 국제적 역할과 위상은 세계 민중들의 삶이 개선되도록 도움으로써 높여야 한다.
• 보건 ┃ 모든 국민은 우수한 의료보장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 교육 ┃ 활기차고 예산이 넉넉하며, 확대되는 공교육 체계, 모든 아동과 학교에 대해 최상의 기준을 충족시키는 공교육 체계를 수립한다. 이 체계에서 교사들은 학생들의 지성과 인격을 함양하고, 학생들은 교실에서 국가의 자랑과 오점을 모두 아우르는 진실을 배워야 한다.
• 유아기 교육 ┃ 유아의 뇌는 상당 부분 이른 시기에 형성된다. 따라서 우리는 유아기에 양질의 교육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 환경 ┃ 우리와 아이들을 위한 깨끗하고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을 보장한다. 즉 마실 물, 숨 쉴 공기, 건강하고 안전한 음식을 보장한다.
• 자연 ┃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미래 세대를 위해 보존해야 하며, 낙후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 에너지 ┃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공공 보건 향상, 자연환경 보존,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해 재생 가능한 에너지에 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
• 개방성 ┃ 효율적이고 개방적이고 공정한 정부, 시민들에게 진실을 말해주고 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정부를 만든다.
• 평등한 권리 ┃ 인종, 민족, 성별, 성적 지향을 비롯한 모든 영역에서 평등한 권리를 지원한다.
• 보호 ┃ 소비자, 노동자, 은퇴자들을 위한 보호를 유지하고 확대한다.
모두의 번영은 시장이 거두어야 하는 효과다. 따라서 부유층은 기하급수적으로 부를 축적하지만, 시민 대부분은 기하급수적으로 부를 잃고 이와 더불어 삶의 성취와 자유까지 빼앗기고 있는 데 대항하여, 가능한 한 가장 많은 사람들의 ‘번영’을 위한 시장을 구성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더 나은 미래를 바라고 맞이할 자격이 있다. 최상층 부자와 엘리트들을 위해 세금을 감면하는 것은, 모든 영역에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도 있는 정책의 예산을 삭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모든 사람들의 더 나은 미래가 훨씬 적절한 목표다. 보수주의 프로파간다는 작은 정부가 낭비를 없앤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실제로 사회보장 프로그램을 제거하는 것을 의미한다. 효율적인 정부야말로 우리 정부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이룩해야 하는 것이다.
기업의 지배를 받아선 안 되며, 인민의,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정부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
진보주의자는 가정과 공동체 모두의 최상의 가치인 상호 책임을 바탕으로 살아간다. 이 상호 책임은 권위 있고, 평등하며, 쌍방향적이고, 돌봄과 (개인적·사회적) 책임과 헌신에 근거한다.
그러나 우리가 이런 가치를 공유한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이러한 가치는 입 밖으로 내어 말하고 이름을 붙이고 퍼뜨리고 논의하고 공표하고 일상의 공적 담론의 일부로 만들어야 한다. 보수적 가치들이 공적 담론을 지배하는 동안, 진보적 가치는 회자되지 않으면 사라져버리고 만다. 즉 보수적인 거대 미디어 기업에 의해 우리 뇌에서 휩쓸려 나가버린다.
밖으로 나가서 큰 소리로 언제 어디서든 이에 대해 이야기하라. 이 가치들을 대중에게 명확히 알리고 논의할 기회가 있는 캠페인에 자원하라.
14. 자주 하는 질문들
‘엄격함’과 ‘자상함’을 대비하는 개념은 언제부터 생겨났는가?
영국인들이 아메리카로 건너와 식민지를 건설하기 이전의 영국에서만 해도, 퀘이커교도들은 하나님을 너그러운 존재로, 청교도들은 하나님을 엄격한 아버지로 보는 종교관을 지니고 있었다. 종교에서 엄격함의 관점과 자상함의 관점을 구분 짓는 연원은 성서 시대와 그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두 가지 개념의 구분은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프레임을 재구성하자는 말은 개념을 조작하자는 말처럼 들린다. 프레임을 짜는 것은 여론 조작이나 프로파간다와 어떻게 다른가?
프레임을 짜는 것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우리는 내뱉는 모든 문장을 특정한 방식으로 프레임에 넣으며, 우리 자신의 신념을 말할 때 상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프레임을 사용한다. 보수가 ‘세금 구제’ 프레임을 사용할 때, 아마 그들은 정말로 과세를 고통이라고 믿을 것이다.
그러나 프레임은 조작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강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공사를 ‘4대강 살리기’라고 부르는 것은 조작적인 프레임이다. 이 말은 보수 세력의 약점을 은폐하기 위해 지어낸 것이다. 대중들이 생태계를 파괴하는 공사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그 반대의 뜻을 지닌 프레임을 암시하는 이름을 갖다 붙인 것이다. 이는 순수한 조작이다.
여론 조작은 프레임을 조작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뭔가 부끄러운 일이 일어나거나 폭로되었을 때, 결백한 프레임을 뒤집어씌우려는 시도다.
프로파간다는 프레임을 조작적으로 사용하는 또 하나의 예로, 정치적 통제권을 획득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대중들이 진실이 아닌 프레임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프레임의 재구성은 여론 조작도 프로파간다도 아니다. 진보는 자신의 신념을 프레임을 사용하여 전달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여기서 프레임이란 자신의 도덕적 관점의 참 모습을 표현하는 프레임을 말한다.
왜 진보는 ‘쐐기 쟁점’을 사용하지 않는가?
보수 세력은 아이디어를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법에 대해 고심해온 반면, 진보 세력은 그러지 않았다. 진보 세력도 쐐기 쟁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한 이슈는 우리 주위에 널려 있다.
깨끗한 공기와 깨끗한 물을 예로 들어보자. 공기와 물을 오염시키는 우리 주위의 여러 독성 물질로 주의를 돌릴 수 있다. 이것은 자기 자신과 자녀의 건강을 염려하는 보수주의자들을 단순히 정부 규제를 반대하는 보수주의자들로부터 분리할 수 있는 효과적인 쐐기 쟁점이 될 수 있다. 또한 이 쟁점은 환경 규제가 건강을 위한 것이며, 규제를 반대하는 것은 곧 건강을 위협하는 일이라는 프레임을 창출해낼 수 있다.
진보주의의 이상은 종교적 믿음에 부합하지 않는가?
보수주의 기독교에서 믿는 하나님은 징벌을 내리는 하나님이다. 이는 곧 죄를 지으면 지옥에 가고, 죄를 짓지 않으면 상을 받고 천국에 들어간다는 의미다. 하지만 누구나 삶의 어느 시점에서 죄를 짓게 마련인데 도대체 그들은 어떻게 천국에 갈 수 있을까?
보수주의적 기독교에서 그리스도는 ‘엄격한 아버지’의 조건 하에 모든 사람들에게 천국에 갈 수 있는 기회, 즉 구원의 기회를 주었다. 그 조건이란, 예수를 구원자, 즉 도덕적 권위자로 영접하고 목사와 교회의 도덕적 권위를 따르면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수는 자신이 고통 받음으로써 쌓은 도덕적 신용을 가지고 우리의 빚, 즉 죄를 청산해주고 천국에 들어가도록 해준다. 단, 규칙을 따를 경우에 한해서 말이다.
자유주의적 기독교에서 믿는 하나님은 본질적으로 인정 많은 신으로, 사람들을 돕고 싶어 한다. 자유주의적 기독교의 핵심 개념은 ‘은총’인데, 이는 일종의 은유적 ‘보살핌’으로 이해된다. 자유주의적 기독교에서 은총이란 우리가 노력해서 버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에게 조건 없이 내려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 은총을 누리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은총을 받아들여야 하며, 하나님에게 가까이 가야 한다. 우리는 은총으로 충만할 수 있고, 은총으로 치유될 수 있고, 은총을 통해 도덕적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 다시 말해 은총은 은유적인 보살핌이다.
보살핀다는 것이 돌보아주는 것이듯, 자상한 부모가 우리에게 타인을 보살피고 도덕적 존재가 되도록 가르치듯, 우리가 부모에게 가까이 가지 않으면 보살핌을 받지 못하듯, 보살핌을 받으려면 보살핌을 받아들여야 하듯, 자유주의적 기독교에서 보살핌의 모든 것은 은총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보살핌은 조건 없는 사랑과 함께 오며, 은총은 하나님의 조건 없는 사랑에서 나온다. 하나님을 은유적인 의미에서 자상한 부모로 볼 때 그 종교는 보살핌의 종교가 된다. 보살핌의 종교에서 우리의 영적 경험은 우리가 타인과 세계와 어떤 관계를 맺느냐와 관련이 있으며 우리의 영적 실천은 타인과 공동체에 어떤 봉사를 하느냐와 관련이 있다.
‘전략적 계획’이란 무엇이며, 그것이 일반적인 정책 결정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전략적 계획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유형은 이른바 ‘미끄러운 비탈형 계획’이다. 미끄러운 비탈형 계획이라는 개념은 겉보기에 아주 간단해 보이는 단 한 걸음만 내딛음으로써, 우리가 의도하는 프레임 전체를 대중의 눈에 들게 하는 것이다. 그 생각은 일단 첫 걸음을 떼면, 그 다음 걸음, 그 다음 걸음을 내딛는 것은 훨씬 더 쉽고 심지어 필연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전략적 계획’의 또 다른 예를 보자. 보수는 사회보장 프로그램을 하나씩 폐지하려고 하다가, 결국 사회보장 프로그램 전부를 한 번에 폐지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바로 감세를 통한 방식이다. 감세는 전략적 계획이다. 세금을 깎으면 정부 적자가 늘어나고, 이를 테면 빈곤층 아동들을 위한 의료보장이나 마비 환자들을 위한 보조 같은 사회보장 정책이 제시되어도 거기에 투여할 예산이 없다. 따라서 보건, 교육, 환경 규제의 시행 등 전반적인 사회보장 보조금이 깎이게 된다. 동시에 그들이 생각하는 선한 사람들, 주로 부유한 사람들은 감세로 인해 상을 받게 된다.
프레임에 맞지 않는 사실이 거부된다면, 그건 논쟁할 때 사실을 말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인가?
물론 아니다.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사실이 공적 담론의 효과적인 일부가 되기를 바란다면, 그 사실을 적절한 프레임에 넣어야 한다. 우리는 어떤 사실이 도덕적·정치적 원칙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를 알아야 하며, 이러한 사실에 대한 프레임을 가능한 한 가장 정직하고 효율적으로 구성해야 한다. 사실에 대한 프레임을 정직하게 구성하면, 다른 사실을 담고 있는 다른 프레임까지도 자동으로 따라올 것이다.
15. 보수주의자들에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주위에 있는 보수적인 친척들(특히 노인들)에게 다른 사람을 도왔던 가장 자랑스러운 경험을 여쭈어보라. ‘그들이’ 타인에게 느끼는 감정이입과 책임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면 할수록, 여러분은 그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그들을 개종시키려 들지 마라. 그냥 마음을 열고 긍정적 관계를 유지하라. 여러분이 그들에게 존중과 애정을 보여준다면, 그 중 일부는 우리 편이 될 것이다.
• 여러분이 응대하는 보수주의자에게 반드시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라. 상대방에게 존중을 표하지 않으면 아무도 우리의 말을 듣지 않는다. 그들의 말을 경청하라. 그들의 말에 단 한 마디도 동의할 수 없더라도,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아야 한다. 진심으로 대하라. 비열한 언행을 삼가라. 그쪽에서 우리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그래도 어쨌든 상대방을 존중하고 다른 뺨도 돌려대라. 여기에는 남다른 품성과 긍지가 필요하다. 품성과 긍지를 보여주어라.
• 소리 지르면서 싸우지 마라. 급진 우익은 문화 전쟁을 필요로 한다. 소리를 지르는 것은 그러한 문화 전쟁의 담론 형식이고, 교양 있는 담론은 ‘보살핌 도덕’의 담론 형식이다. 토론이 예의를 갖추기 시작하면 우리가 이긴다. 우리를 소리 지르게 만들면 그들이 이긴다.
• 정당한 분노를 품을 줄 알아야 하지만 표출은 절제된 방식으로 해야 한다. 절제력을 잃으면 그들이 이긴다.
• 정상적인 보수주의자와 역겨운 이념가를 구분하라. 대부분의 보수주의자들은 인격적으로 훌륭한 사람들이다. 우리는 그들에게서 사람됨과 친절함과 호의의 감정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 침착하라. 침착함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다는 표시다.
• 유머 감각을 발휘하라. 선량한 유머 감각은 자기 자신을 편안하게 느끼고 있다는 표시다.
• 흔들리지마라. 항상 공세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절대로 수세적인 태도를 취하지 마라. 침착한 목소리를 유지하라. 징징대거나 불평하지 마라. 언행에서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라. 절제력을 잃지 말고 열정적 확신을 전달하라. 말의 억양이나 어조를 높이는 식으로 약점을 드러내지 마라.
• 보수 세력이 그려내는 자유주의자의 모습은 허약하고, 항상 화가 나 있고(따라서 자기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강인하지 못하고 마음이 약하며, 비애국적이고, 충분한 정보를 알지 못하고, 엘리트주의적이다. 여러분에 대해 이러한 고정관념을 가질 만한 기회를 주지 마라. 이런 고정관념을 상대편이 그것을 들고 나올 때 그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라.
• 예의 바른 처신으로 강인함과 침착성과 통제력을 보여주어라. 논리적인 능력, 현실 감각,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 기본적 사실에 대한 지식, (우월감이 아닌)평등의 감각을 가져라. 최소한 당신에게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진지하게 경청해야 할 상대로서 당신을 존중해야 한다는 인상을 청중들에게 심어주어야 한다. 사실 이 정도가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을 인정하고, 상대편이 당신의 말을 얼마나 진지하게 경청하는지를 겨루는 게임에서는 품위 있게 비기는 것이 승리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 세상에는 많은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대화를 진행하면서 우리가 할 일은 품위 있고 존중받는 위치를 확보하고 이를 지켜나가는 것이다.
• 완고한 보수주의자들을 개종시킬 수 있다고 기대하지 마라.
• 두 가지 모형을 다 지니고 있으면서 상황에 따라 다른 모형을 사용하는 이중개념 소유자들을 대상으로 하면 상당한 진전을 거둘 수 있다. 그들이야말로 최상의 청자다. 이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우리가 할 일은 마음의 영토를 확보하는 일이다. 우리의 목표는 그들의 삶에서 ‘보살핌’이 우세한 부분을 찾아내는 일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그들에게 가장 마음을 쓰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마음 쓰는 대상에 대해 어떤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지, 그러한 책임을 어떻게 실천하는지 물어볼 수 있다.
이렇게 해서 그들의 마음속에서 ‘보살핌의 모형’을 최대한 활성화한다. 보살핌의 모형이 활성화하면 그것을 정치에 연결해보라. 예를 들어 그들이 집에서는 자상하고 정치에서는 엄격한 면모를 보인다면, 집과 가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그것을 정치적 쟁점에 연결해서 이야기해보라. 진정한 가정의 가치란 우리의 부모가 늙은 후에도 의료비나 약값 때문에 집을 팔거나 미래를 저당 잡힐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 상대방의 주장을 부인하는 흔한 실수를 저지르지 마라. 대신 프레임을 재구성하라. 프레임으로 구성되지 않은 사실은 우리를 자유롭게 할 수 없다. 사실을 진술하는 것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 프레임이 사실을 이긴다. 프레임은 유지되고 사실은 튕겨나간다. 언제나 프레임을 재구성하고 사실을 ‘나의’ 프레임에 맞추어라.
• 일단 나의 프레임이 담론으로 수용되면, 내가 말하는 것은 모두 그냥 상식이 된다. 왜? 이미 자리 잡은 일상의 프레임 안에서 사고하는 것이 바로 상식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 상대편의 시각에서 프레임이 구성된 질문에는 절대로 대답하지 마라. 언제나 나의 가치와 나의 프레임에 맞도록 질문의 프레임을 재구성하라.
• 진심으로 말하라. 정말로 지지하는 가치에 근거한, 내가 정말로 옳다고 믿는 프레임을 사용하라.
• “이러이러하다면 더 낫지 않겠습니까?” 같은 수사적 질문을 던지는 것은 유용한 방법이다. 단 이러한 질문은 우리 편의 프레임을 전제하고 있어야 한다. “도로와 다리의 움푹 팬 구멍들을 수리하면 더 낫지 않겠습니까?” 또는 “모든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아서 질병이 퍼지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에게 더 좋지 않겠습니까?” 또는 “유치원에 다니는 모든 아이들이 취학 준비를 할 수 있다면 더 낫지 않겠습니까?”라고 묻는다.
• 각본이 짜여 있는 상황을 멀리 하라. 맹렬 보수 성향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보수적인 사회자가 프레임을 정하여 강요하는 상황으로 우리를 몰아넣으려 한다. 이런 상황으로 내몰리면, 우리는 판을 통제할 수도, 우리 편의 사례를 제시할 수도, 말발이 설 정도의 존중을 받을 수도 없다. 게임의 규칙이 이미 정해져서 바꿀 수 없으면 뛰어들지 마라. 그래도 뛰어들고자 한다면, 프레임을 재구성하고 휘둘리지 마라.
• 이야기를하나 들려주고, 그 이야기가 당신의 프레임에 맞는 경우에는 다양한 이야기를 찾아라. 효과적인 이야기를 점점 더 많이 끌어 모아라.
• 언제나 가치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라.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안보, 번영, 기회, 자유등의 가치중에서 내가 유도하고자 하는 프레임에 부합하는 것을 고른다. 가치의 차원에서 논쟁에 이기고자 노력하라. 나의 입장이 누구나 지지하는 가치를 드러내는 프레임을 골라라.
• 항상 준비하고 있어라. 보수가 사용하는 기본적인 프레임을 파악하고, 이것을 바꿀 다른 프레임을 준비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감세를 주장하는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 “세금을 없애야 한다.” “우리는 자기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정부보다 더 잘 알고 있다.” 이 경우에는 이렇게 프레임을 재구성하라. “정부는 납세자의 돈을 가지고 매우 현명하게 투자해왔다. 장거리 고속도로가 그 한 예다. 당신은 세금 환급금을 가지고 고속도로를 건설할 수 없다. 그것은 정부가 건설한 것이다. 그리고 납세자가 투자한 돈으로 구축한 인터넷도 있다. 당신은 인터넷을 개인 용도로 구축할 수 있는가? 우리가 성취한 과학적 진보의 대부분도 납세자의 돈을 정부가 대규모로 투자해서 나온 것이다. 컴퓨터 과학도, 인공위성 체계도 다 납세자의 돈으로 개발한 것이다. 당신이 개인 돈을 아무리 현명하게 쓴다고 해도, 그러한 과학적·의학적 발전을 이루어낼 수는 없다. 그리고 당신이 세금을 환급받아 자기 군대를 얼마나 고용할 수 있겠는가?”
• 전략적인 쐐기 쟁점을 이용하라. 상대편이 어떻게 말해도 그 자신의 신념과 배치될 수밖에 없는 사례를 들어라. 학자금 빚이 그 좋은 예다. 우선 상대방이 기회의 평등과 기회의 사회를 믿는지 물어라. 이는 (‘결과의 평등’에 반대하는) 보수 세력이 계속해서 주장하는 것이다. 이 경우 이렇게 프레임을 재구성하라. “가난하지만 재능 있는 많은 학생들은 대출을 받아야만 대학에 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대출은 금리가 6퍼센트에서 12퍼센트에 달하며, 많은 학생들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산더미 같은 빚을 짊어지게 된다. 대출 금리를 저렴한 수준으로 인하하더라도 정부는 일정한 수익을 낼 수 있으며, 그로 인한 손실은 부유층의 탈세를 가능하게 해주는 조세 허점을 막아서 메울 수 있다. 그러면 학생들은 산더미 같은 빚을 지지 않고도 대학을 나올 수 있고, 그 후에 버는 돈을 대출 상환에 쏟아 붓는 대신 결혼하고 집을 사고 아이를 갖는 데 쓸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렇게 시장에서 돈이 쓰이면 경기가 살아나고 일자리도 창출될 것이다. 당신은 가난한 이들도 학자금 빚을 감당하고 경기를 살릴 수 있는 기회의 평등을 원하는가, 아니면 억만장자들을 위한 불공정한 탈세 도피구를 보호하고 기회의 평등을 말살하길 원하는가?”
• 상대편의 진짜 목적이 그가 말하는 바와 일치하지 않는다면, 그는 정직하지 못한 것이다. 예의 바르게 그의 진짜 목적을 지적해주고 프레임을 재구성하라. 예를 들어보자. 상대편이 작은 정부의 미덕을 찬양하기 시작했다고 하자. 그러면 보수 세력이 정말로 작은 정부를 원하는 것이 아님을 지적하라. 그들은 군대나 정보기관, 검찰기관이나 재무부, 그리고 회사법을 지지하는 법원들을 없애길 원치 않는다. 그런 것이야말로 그들이 선호하는 큰 정부다. 그들이 정말로 없애고자 하는 것은 사회보장 프로그램, 즉 사람들에게 투자하고 서민들의 자조를 돕는 프로그램이다. 그러한 입장은 사람들이 서로 돕는 공동체의 사상과 모순된다.
• 상대편이 자기가 말하는 바와 반대의 뜻을 가진 언어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쟁점이 바로 상대방의 약점임을 파악하라. 그가 말하는 바를 정확히 기술하는 언어를 사용하여 우리 방식대로 논의의 프레임을 구성하라. 예를 들어보자. 상대편이 ‘건강한 숲 사업계획’을 환경에 대한 균형 잡힌 접근법이라고 들고 나왔다고 치자. 이 법안은 사실은 ‘모두 베기(clear-cutting)’를 허용하고 장려하고 있기 때문에 숲과 숲 서식지에 사는 생물을 파괴하며, 따라서 ‘건강한 숲’이 아니라 ‘한 그루도 남기지 말고 다 베기’라고 고쳐 불러야 한다고 지적하라. 대중들은 숲을 사랑하며 나무를 모두 베기를 원치 않고, 그런 엉터리 이름을 붙이는 것은 그 쟁점에 대한 상대편의 약점을 드러내는 것임을 지적하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보존하길 원하지, 파괴하길 원하지 않는다.
• 우리의 목표는 우리의 가치, 즉 가장 훌륭한 전통적인 가치에 의거하여 하나로 통일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상기하라. 우익 이념가들은 더러운 문화적 내전을 일으켜 우리의 분열을 조장하려 한다. 그들은 내분과 싸움, 중상, 비방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점잖은 담론과 예의 바르고 협력적인 대화를 통해서만 이길 수 있다. 왜? 이것이 의사소통의 차원에서 ‘보살핌 모형’이 작용하는 방식이며, 우리의 과제는 보살핌 모형을 불러내어 유지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정말로 중요한 네 가지 지침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상대를 존중하라.
▶ 프레임을 재구성하여 대응하라.
▶ 가치의 차원에서 생각하고 발언하라.
▶ 자신의 신념을 말하라.
해제; 삶을 지배하는 프레임
- 나익주(한겨레말글연구소)
레이코프는 인지언어학 분야에서 뛰어난 연구 성과를 내어놓았는데, 특히 은유가 본질적으로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 과정의 문제이며 인간의 인지 과정의 많은 부분이 본질상 은유적이라고 주장하는 개념적 은유 이론으로 유명하다.
1991년 미국과 이라크 사이에 걸프전이 발발하기 직전, 레이코프는 「전쟁과 은유」라는 논문에서 당시 미국의 보수적인 행정부와 언론이 은유를 사용하여 어떻게 이 전쟁을 정당화하는가를 보여주면서, “은유가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언어학자이면서도 정치 현상에 대해 분명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자신의 스승 촘스키와 비슷한 길로 접어든 것이다.
“부유층에게 특혜를 주는 ‘세금 인하’는 사실상 서민 납세자의 돈을 기업의 투자자나 부유층에게 넘기는 것”이라는 레이코프의 비판은, 한국의 현실에도 적용된다.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한다는 야당이 ‘세금폭탄’을 들먹이면서 정부의 개편안을 비판하는 방식은, 세금에 대한 공포 이미지를 조장하고 확산하려는 보수의 프레임에 걸려 “제 발등을 찍었다.”
복지를 실현하는 데에는 반드시 일정한 재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세금은 우리 모두에게 더 나은 미래를 가져다줄 공동의 자산’이다. 세금 부담이 높아지기 때문에 아예 복지를 하지 말자는 보수주의자들의 주장에 맞서서, 적어도 국민들에게 ‘돈이 없으면 자녀를 교육할 수도 없다.’거나 ‘돈이 없으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는다.’는 공포로부터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들이 조금씩 세금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인식을 확산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국민들의 불만은 세금 인상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너무 많이 깎아주었던 대기업과 초고소득계층의 세금 비율을 자신들에게 그 부담을 전가하려 한다는 데 있다. 초부유층에게서 걷든 서민에게서 걷든 정부가 세금을 더 많이 걷으려 한다는 것은 세금이 폭탄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꼭 필요한 공동 자산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레이코프가 정치적 세계관의 출발점을 설명하기 위해 동원하는 [국가는 가정] 은유를 통해 들여다보면, 가정을 유지하는 데에는 최소한의 운용비가 들어가며, 이 비용은 가정의 구성원(식구들)이 공정하게 나누어 부담한다. 국가를 가정으로 볼 때, 국가를 운영하는 비용은 당연히 가정의 유지비용이며 이 비용은 모든 국민이 공정하게 나누어 부담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세금이 우리 모두의 더 나은 미래와 행복을 위한 필수적인 공동 자산’이라는 프레임을 널리 전파해야 한다. 그래야만 (질병 치료비 부담의 공포든, 생계유지의 공포든, 교육비 부담의 공포든)공포로 뒤덮인 현재의 우리 사회를 더 나은 사회로 바꾸어나갈 수 있다.
‘비만’에 대한 보수와 진보의 인과관계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살펴보자.
진보는 식품 산업이 비만의 증가를 초래했고 이것은 다시 당뇨병의 확산으로 이어졌으며, 이로 인해 건강관리 비용의 부담이 늘어났다고 주장한다. 또한 식품 산업의 로비활동으로 식단을 바꾸어 비만과 당뇨병을 예방할 수 있는 정부 규제가 사라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에는 식품 산업, 비만, 당뇨병의 확산, 건강관리 비용, 식단(의 건강한 정도) 등의 복합 체계가 들어 있으며, 이러한 복합 체계는 개인이 통제하기 어려워 정부의 조치가 필수적이다.
반면에 보수는 “사람들은 절제력이 없어서 너무 많이 먹고, 운동을 거의 하지 않으며, 좋지 않은 음식을 먹기 때문에 살이 찌게 된다. 이것은 개인이 선택하고 개인이 책임질 문제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건강 상태와 건강관리 비용을 개인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이것이 바로 소비자가 이끌어가는 건강보험이 가장 현명하고 가장 효율적인 선택인 이유다. 만일 당신이 자신을 보살핀다면 당신의 건강관리 비용은 줄어들 것이고, 만일 당신의 건강관리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면 이것은 더 잘 먹고 체중을 줄여야 할 동기다.”라고 주장한다. 이 논리에는 유기적 인과관계가 전혀 없으며, 절제와 행동, 비용, 혜택이 모두 개인적 책임의 문제일 뿐이다. 비만과 당뇨의 유전적 요인이나, 해로운 음식의 마케팅 요인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또한 식품 산업계의 마케팅 요인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아이들에 대한 공세적 마케팅이 아이들의 비만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분명하지만, 그러한 인과적 영향은 개인적 책임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고려할 필요가 없다.
보수는 엄격한 아버지 가정에서 최고의 가치로 삼는 권위와 순종에 근거하여 자신들의 세계관을 형성하고, 진보는 자상한 가정에서 가장 중시하는 가치인 책임과 보살핌에 근거하여 자신들의 세계관을 형성한다.
보수는 신이 인간에게 자연을 관장할 권리를 주었기 때문에 아무런 제약 없이 자연 자원을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무분별한 자연환경 파괴를 규제하는 법안에 반대한다. 또한 사회보장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보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직접 벌지 않은 것을 공짜로 줌으로써, 훈육을 받아 절제력을 기를 동기를 빼앗아가기 때문에 폐지하거나 최소한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다. 보수는 또한 국민의 건강관리에 대해서도 공공적인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에 들어가는 세금이 납세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현재와 같은 시장주의 체제의 의료보험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총기 규제가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어떤 총기류를 사용하여 자신과 가족을 보호할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며, 보수는 어떤 형태의 총기 규제에도 반대한다.
반면, 진보주의자들은 정반대의 입장을 취한다. 먼저 낙태는 필요한 경우(예: 성폭행에 의한 임신)에는 허용하고, 총기 소지는 전면적으로 금지하며, 동성 결혼은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환경 보호에 대해서도 아름답고 깨끗한 자연환경을 온전히 보존하여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고 주장하면서 환경 규제 법안을 적극 지지한다. 또한 일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든지 가난한 삶을 강요당하지 않도록, 정부가 최저 임금을 보장하고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을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다. 또한 모든 시민이 치명적 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로부터 위협을 받지 않을 자유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총기 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국민의 건강관리는 근본적으로 보호의 문제이기 때문에 공공성을 강화한 공적인 의료관리 체제를 주장한다.
한국에서만 쟁점이 되는 것도 있는데, 바로 분단 한반도의 한쪽인 북한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념 대결’의 프레임이다.
이러한 대결 프레임의 확산이 국민들을 극단적인 분열로 내몰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아야 한다.
진보가 이제라도 자신의 가치와 정체성에 충실한 프레임을 사용해야 한다. 보수가 쳐놓은 프레임에 걸려들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려면, 상대의 프레임을 활성화하는 언어는 아예 입에 올려서도 안 된다. 일단 어떤 프레임이 우리 뇌의 회로에 자리 잡으면, 다른 프레임으로 밀어내기는 아주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의 진보여, 고유의 가치와 정체성에 맞는 프레임과 언어를 만들어내라. 한국의 보수여, 지금 사용하는 언어와 프레임이 우리 모두에게 더 나은 미래와 더 많은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인지 되돌아보라. ‘세금 폭탄’ ‘의료민영화’ ‘의료관광’ ‘학교 선택권’ ‘무한 경쟁’은 과연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