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림논단. 지역신문 수술이 필요하다
온전한 4년 임기의 군수를 맞이하는 일이 새삼스럽게 느껴지다니 그간 거창의 군정이 주민들에게 얼마나 믿음을 줬을까 싶다. 반쪽 임기 군수를 세 번이나 거친 거창으로서는 이홍기 신임군수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고 취임에 맞춰 기대 섞인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선거기간에 있었던 반목과 불신을 신임군수가 통 크게 보듬고 가야 한다며 짐짓 화해를 권하기도 하고, 선거기간에 있었던 일들일랑 더 이상 들추지 말고 군민화합에 앞장서야 한다고 부추기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선거는 대통령 중심제에, 소선거구제에, 지자체장 정당공천까지 더해서 전형적인 승자독식 시스템이다. 이 때문에 선거운동은 과열되기 마련이어서 후보자 상호 간의 인신공격과 비방이 자주 등장한다. 이런 네거티브 선거운동은 주로 선거전에서 열세에 놓인 후보가 선거판을 흔들어 역전의 기회를 잡기 위해 자주 이용하지만, 실제 선거에서 성공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래서 선거가 끝난 후 대부분의 승자는 선거기간에 있었던 자신에 대한 공격이 악의적인 경우에조차 승자의 아량으로 문제 삼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렇게 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또 후보자 상호 간의 명시적인 화해와 용서, 또는 선거전의 종료와 함께 암묵적으로 불문에 부치는 관행은 어느 한편 당사자가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누구라도 끼어들어 시시비비를 가려보자 할 이유가 크게 없다. 지역사회가 선거로 인해 한바탕 요동치고 난 터라 더 이상 선거로 인한 소모적인 싸움은 없었으면 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바람이기 때문이다.
선거 후에는 이런 분위기에 편성해서 비록 선거는 끝났지만 마땅히 책임질 일이 있는 경우에조차 군민화합, 화해를 유난히 강조하며 선거기간 동안의 부당한 처신을 가리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 이번 선거에서 이런 경우를 지적하라면 바로 지역신문사들이다.
선거기간 동안 거창의 지역신문들의 기사를 보면 눈 밝은 이가 아니라도 어떤 신문사가 어느 후보를 편드는지 단박에 알아챌 만했다. 하지만 이것 자체는 문제시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역신문도 언론기관으로서 신문사가 지향하는 가치관에 따라 어떤 가치를 추구할 수 있고 그것을 지면을 통해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후보들의 정책과 정견을 소개하고 비교하고 평가해서 후보자들 간의 차별성을 드러내게 하여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을 돕는 일은 오히려 언론의 본령에 속하는 일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여론조작이며 결탁이다. 각 신문사가 개별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여 앞다투어 결과를 발표하였고, 조사결과는 조사를 주관한 신문사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그냥 다른 것이 아니라 해당 신문사가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후보자의 지지율이 유독 높은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신문사들이 엄정한 여론조사방법론에 따라 조사할 경우 실제 결과와는 무관하게 조사설계의 차이에 따라 표준편차의 범위 안에서 조사회차에 따른 오차가 있을 뿐 이처럼 특정 신문사에 따라 특정 후보의 지지율이 연속적으로 유독 높게 나타나는 이유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
한마디로 신문사들이 여론조작을 통해 각각 특정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왔다고밖에는 볼 수 없는 것이다. 금품선거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신문사들이 이렇게 특정 후보의 선거운동을 노골적으로 도왔다면 그 동기가 도대체 무엇이겠는가?
신문사가 지역사회의 공기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채 지방선거의 와중에서 경거망동하였다면 이들 신문사들을 군민들의 세금으로 먹여 살릴 이유가 전혀 없다. 거창군이 해마다 지급하는 군정홍보비 명목의 언론사 지원금을 앞으로도 계속 지급할지 재검토해야 한다. 진정으로 군민들의 신뢰를 받는 신문사만이 살아 남도록 난립한 거창의 신문시장에 군민들의 채찍질이 필요한 때다.
유영재(푸른산내들 정책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