탯줄 감긴채 버려진 소희 앞날은 별처럼 빛나길…
어른들의 생각과는 별개로 아기들은 저마다 자율적으로 자라는 것 같습니다. 어떤 아기는 태어날 때 우량아여서 계속 잘 자랄 것 같으면서도 병치레가 많은가 하면 주먹만한 얼굴과 가는 팔 다리로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지만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 가는
아기도 있지요.
사랑방의 소희가 바로 그런 아기랍니다. 소희가 아기집에 온 날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지난 봄, 아직 한겨울의 추위가 샘을 부리던 3월15일 오전 한 여학생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집 앞에 아기가 버려져 있는데 어떻게 하냐구요. 일단 가까운 파출소에 빨리 신고를 하도록 했더니 낮 12시쯤 아기집에 아기가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경아저씨의 품에 있는 아기를 본 순간 저는 아찔했습니다. 아기를 뺏다시피해서 급한 김에 의자에 누이고 몸을 싸고 있는 빨간색 헝겊을
벗겨보니 글쎄, 아기는 기저귀도 차지 않은 알몸에 미끈미끈한 태지와 함께 생생한 탯줄이 몸 뒤로 감겨 있었습니다.
혹시 파상풍이라도 걸렸을까 싶어 급히 응급으로 소독만 하고 가까운 산부인과로 가서 탯줄을 자르고 깨끗하게 소독을 하고 항생제 주사도 놓았습니다.
아기는 아침 7시쯤 발견됐지만 여학생이 어찌할 줄 모르다 2시간 뒤에야 아기집에 전화를 했으며 이후 다시 5시간 만에 우리 품으로 온 것이었습니다. 그 사이 조금만 세심하게 아기를 관찰했다면 미처 탯줄도 자르지 못한 신생아란 사실을 알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에, 너무나 생명에 대해 무지한 현실에 분노가 일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론
아무도 몰래 아기를 낳아야만 했고, 어쩌면 태를 잘라서 묶어야 한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을 아기 엄마를 생각하면서 한없이 슬펐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어른들의 걱정이었습니다. 태어난 생명은 주위 환경이 어떻든 살고자 하는 강한 생명력으로 하루가 다르게 커갔습니다. 소희는 파상풍에 대한 걱정은
벌써부터 씻어주고 방긋방긋 잘 웃고 튼튼하게 자라 백일사진도 그 어느 공주님보다
더 예쁘게 찍었답니다.
비록 처음 세상을 만났을 때는 어렵고 힘들고 슬프기까지 했지만 소희의 앞날은 아름다운 별같이 빛나는 나날들이 되길 소원합니다.
정혜원/대전 늘사랑아기집 총무 (042)634-00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