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 허리디스크에 병발하는 질환들
1. 후관절 증후군(facet joint syndrome)
후관절은 전단력과 회전력으로부터 추간판을 보호하는 역할 외에도 기립 상태에서 축성부하를 분담하는 활막관절(synovial joint)입니다. 척추 퇴행화 과정에서 디스크의 높이(disc height)가 낮아지면서 후관절에 부하가 늘어나면 활막염이 발생하고, 극돌기의 부딪힘(kissing spine) 등이 병발하여 척추의 움직임에 제한이 나타납니다. 또한 후관절의 만성염증과 변형이 신경근을 자극하여 신경통을 악화시키고, 하지까지 연관통을 유발하여 치료를 어렵게 합니다.
그림 1 kissing spine
그림 압박 만성화에 따른 후관절염
그림 3 MRI 상 관찰되는 후관절염
그림. 후관절이 신경근을 압박하는 모식도 (맥납의 요통)
후관절 차단술의 효과입증에 대한 많은 대조군 연구에서 그 유의성은 대개 낮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무릎관절의 축소판이라고 할 만큼 정교하고 통각수용기가 밀집한 부위로서 척추 퇴행화의 다양한 병태가 혼재할 수 있는 부위이기에 낮은 유효성은 의외의 결과가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척추 분절불안정성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서 최적화 움직임을 회복하는 것만이 최선의 치료이자 예방책입니다.
2. 탈출된 디스크의 흡수(disc resorption)와 석회화(calcification)
추체사이의 디스크 관절은 섬유연골결합(symphysis)입니다. 중앙부 수핵은 88%의 물을 함유한 투명한 젤라틴(gelatin)으로서, 조직학적으로는 교원섬유(collagenous fiber), 유연골세포, 결합조직세포(connective tissue cell) 그리고 극히 미량의 성숙 연골세포군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척추가 완전히 정렬을 유지할 때 수핵은 정확히 중심점에 존재하고, 수핵을 담고 있는 섬유륜(annulus fibrous)은 동심원 섬유로 이루어져 있어 수핵의 탈출을 방지합니다.
그림. 추간판의 구조
추간판이 파열되어 수핵이 탈출될 때, 터져나온 섬유륜과 수핵의 일부는 어떻게 될까요? 1983년 Guinto에 의하여 처음으로 탈출된 디스크가 흡수된다는 사실이 보고되었습니다. 그에 따르면 디스크가 흡수되는 환자의 비율을 살펴보면 20~40%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디스크 흡수의 기전으로 제시되는 것은 후종인대의 장력에 의한 디스크 탈출의 감소, 탈수(dehydration)에 의한 감소, 디스크의 퇴행성변화에 의한 감소, 면역반응과 대식세포에 의한 디스크의 흡수에 의한 감소(resorption by macrophage phagocytosis, and immunologic reaction)입니다. 그 중 유력한 흡수의 기전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면역반응과 대식세포에 의한 디스크의 흡수입니다. 탈출된 디스크의 흡수 비율이 높을수록 척추의 퇴행성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허리디스크가 흡수되는 것으로 환자의 예후를 논하거나 치료율에 대해서 논하면 안 될 것입니다.
디스크가 탈출되어서도 흡수되지 않는 환자가 있습니다. 그것은 디스크가 탈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방사통이 없는 환자의 경우에는 디스크 흡수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즉 디스크가 탈출되어 염증반응이 나타날 때 면역반응과 대식세포에 의한 디스크 흡수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추정컨대 기나긴 시간이 흐르면서 탈수에 의한 탈출된 디스크의 크기 감소는 가능할 것입니다.
저는 1992년 한방병원 수련의 때 학위 논문으로 5년-7년이 지난 디스크 환자를 대상으로 디스크 흡수와 변화 여부를 연구(조기 한방치료를 시행한 요추수핵탈출증 환자의 C-T상 5~7년후의 추간판의 변화)하였습니다. 16명의 디스크 환자 중 14명의 디스크가 흡수되어 크기가 작아져 있었고, 50%인 8명의 환자에서는 탈출소견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완전히 흡수된 것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그림 5 추간판 탈출의 4가지 종류
그림 6 남자, 37세, 초기 컴퓨터 단층촬영소견 상 디스크 탈출비율은 42%(Medium herniation)였고, 추적 촬영시(6년 8개월 후) 디스크의 완전소실을 보이고 있다.
디스크 흡수를 확인하면서 허리디스크는 수술없이 완치할 수 있겠다는 확신에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디스크가 완전히 흡수된 환자들이 날씨가 흐리다든지, 무리한 일을 하고 나면 하지통증과 저림증 등의 신경통 증상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탈출된 추간판의 흡수는 허리디스크의 치료와 큰 연관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이중압궤증후군(double crush syndrome)으로 이상근(piriformis muscle) 단축에 의한 신경의 2차 압박 현상과 디스크-신경근의 유착 등으로 감각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디스크가 흡수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왜 통증이 남아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아마 신경이 탈신경(denervation)이 되어서 감각전달에 일부 장애가 있어서 일 것으로 막연하게 추정했었습니다.
그림 7 여자, 39세, 초기 컴퓨터단층 촬영 상 29%의 디스크 탈출비율로 석회화된 디스크 소견이 보이고 있고, 추적 촬영시(5년 1개월 후) 디스크 탈출비율은 변화 없이 디스크의 석회화 소견이 심해졌다
마지막으로 학위논문 연구 결과에 의하면 탈출된 디스크가 석회화되는 특이한 변화가 16명 중 4 명(25%)에서 보였는데, 1명은디스크 탈출 비율의 감소없이 석회화가 심해졌고, 나머지 3명에서는 디스크 탈출 비율의 감소를 보이면서 석회화 소견을 보였습니다. 여러 가지 논문을 종합해보면 추간판의 석회화는 디스크의 진공(Vaccum) 현상, 디스크 간격의 협소화, 골단판(end plate)의 경화, 골극(bony spur)과 함께 퇴행성변화의 과정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3. 척추 골단판의 퇴행성변화(end plate의 modic change)
허리디스크로 척추에 과도한 압박을 받게 되면 추체의 골단판(end plate)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이러한 변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는 것이 임상의 현실입니다. 자기공명영상사진(MRI)으로 관찰해보면 허리디스크 환자의 골단판에 아래 그림과 같은 3가지 과정을 보입니다. 이 변화 과정은 퇴행화 과정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첫 번째 단계인 골단판 퇴행성변화 type1(modic change type1)은 혈관신생(angiogenesis), 부종(edema)에 의한 연골하 부종(subchodral edema) 소견으로 통증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습니다.
통계적으로 골단판 퇴행성변화 type1이 관찰되는 환자의 48%에서 통증이 발생합니다. 연골하 부종소견이 보이는 골단판 퇴행성변화 type1의 단계에서 골단판은 급속도로 골단판 퇴행성변화 type2, 3(modic change type 2, 3)으로 진행해갑니다. 이는 적색골수(red marrow)가 조혈기능이 없는 황색골수(yellow marrow)로 변화하면서 MRI 신호강도가 변해가는 과정입니다.
골단판 퇴행성변화 type1의 단계에서는 골단판에 균열이 생기면서 혈관성 섬유조직으로 대체되기 때문에 MRI상에 "물 신호"인 T1사진에서 저신호강도(low signal), T2사진에서 고신호강도(high signal) 소견을 보입니다. 덧붙여 성인의 추간판 또한 대부분 무혈성 조직이지만 퇴행화 과정에서 혈관형성이 늘어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T1 강조 영상 |
T2 강조영상 |
|
Type Ⅰ |
low signal |
high signal |
subchondral edema |
Type Ⅱ |
high signal |
high signal |
fatty degeneration |
Type Ⅲ |
low signal |
low signal |
sclerotic change |
그림 modic change의 표
Type 1. end plate에 균열이 생기면서 혈관성 섬유조직으로 대체되면서 mri상에 "물 신호"처럼 보임(T1 - low, T2-high)
그림 8 T1-left, T2-right, L5/S1 level에서 Type 1 end plate을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 단계인 골단판 퇴행성변화 type2(modic change Type 2) 단계에서는 골단판이 지방성 골수(fatty marrow)로 대체되는 과정의 소견입니다. 그러므로 골단판은 지방(fat) 신호인 T1사진에서는 고신호 또는 중간신호 강도(high or iso signal) 소견을, T2에서는 고신호 강도(high signal) 소견을 보입니다. 이 단계는 골단판 자체에서 통증은 많지 않고, 퇴행화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hemangioma와 구분해야 함(추체에 생긴 hemangioma는 경계가 분명한 둥근 모양, modic change는 경계불분명하고, 지저분하게 추간판과 평행한 모습) T1-left, T2-right, L4/L5 level에서 Type 2 end plate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그림 9 Type 2. 이번에는 지방성 골수로 대체되면서 fat 신호처럼 보임(T1 - high or iso, T2-high)
세 번째 단계인 골단판 퇴행성변화 type3(modic change Type 3) 과정에서는 인접한 골수에 섬유화(fiborosis)와 골경화(bone sclerosis)가 일어납니다. 그러므로 골단판은 T1사진에서 저신호 강도(low signal) 소견을, T2사진에서 저신호 강도(low signal) 소견을 보이고, 컴퓨터단층촬영(CT) 상에서는 골경화 때문에 하얗게 보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퇴행화가 완전히 심해져 관절의 움직임이 제한되어가는 상태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림 10 T1-left, T2-right, L2/L3 level에서 type 1과 type 3 의 end plate 변화가 결합된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가끔 20~30대의 환자들에게서 골단판의 퇴행성변화가 관찰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경우입니다만 이러한 골단판의 퇴행성변화를 조기에 일으키는 질병이 슈어만병(scheuermann's disease)입니다. 그런데 슈어만병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가끔 젊은 환자에게서 골단판이 퇴행화되고, 쉬몰 결절(Schmorl's node) 소견이 관찰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림. 슈어만병(scheuermann's disease)
그림, Schmorl's node
이러한 골단판 퇴행성 변화의 관찰과 해석을 통해 추체의 상태가 초기인지, 만성상태인지를 알아낼 수 있고, 그 MRI영상소견과 연관지어 환자의 증상, 예후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4. 척추관 협착증(spinal stenosis)
인체의 관절은 나이가 들면 누구나 퇴행화(degeneration)라는 자연스러운 노화현상을 맞게 됩니다. 이마에 주름이 생기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그러나 선천적인 척추관 협소, 분절 안정성을 잃은 퇴행화, 허리디스크의 치료 실패 등은 심각한 통증과 기능장애를 초래하는 척추관 협착증을 야기합니다. 척추관 협착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보행 시 악화되고 허리를 굴곡하고 쪼그려 앉으면 하지 통증이 사라지는 신경인성 파행(neurogenic claudication)입니다.
추간판의 팽륜, 골극형성, 후관절에서 유래된 활액낭, 황색인대의 비후, 척추전방전위증 등 에 의해 척추관이 협소해지면 경막과 신경근, 마미도 지속적인 압박을 받습니다. 만성적인 허혈과 신경부종은 신경원의 탈수초화와 병리적 재생을 유발하여 이상감각과 통증성 경련을 만듭니다.
그림. 간헐성 파행 기전
그림. 척추관 협착을 유발할 수 있는 활액낭(맥납; P284)
더구나 환자가 기립한 상태에서는 협착된 부위에서 혈류가 정체되어 경막 바깥과 거미막 밑의(intrathecal)압력이 증가하므로 신경허혈로 인한 간헐파행을 가중시킵니다. Porter, Richard W가 제시한 신경인성파행의 정맥울혈(venous pooling)이론에 따르면 동물 실험에서 허리 동맥을 절제한 후 파행 보행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척추관 협착이 신경인성 파행의 병리 중 하나의 요인일 뿐임을 밝혀냈습니다. 이어서 Porter는 1996년 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동맥압보다 낮고 정맥압보다 높은 협착 병소가 두 분절 이상이어야 간헐파행 증상이 발생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한 레벨은 반드시 중심협착이 있어야 하고 다른 부위는 중심협착이든 신경뿌리관에 협착이 일어나든 관계가 없다고 밝혔습니다.요컨대 두 분절 이상의 협착으로 정맥이 울혈이 되면 혈액 순환과 산소 공급, 영양 공급이 감소되고, 이러한 병태가 고착됨에 따라 신경근의 부종 및 섬유화를 초래하는 것입니다.
그림. 2군데 이상의 협착 x-ray
척추관 협착증의 진단 시 일부 환자의 경우 근력약화나 감각 장애가 뚜렷하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신경학적 검사에서 이상 소견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세한 문진과 이학적, 신경학적 검진을 통해 말초신경병증, 혈관장애, 고관절 질환, 근위축성 측삭경화증과 같이 파행을 유발할 수 있는 질환들을 우선 배제진단하고 영상의학적 검진에 의거하여 확진합니다.
그림. mri
이렇게 척추관 협착증은 요추의 수많은 비가역적 병태가 결집되어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고질병입니다. 각종 보존치료로 명쾌한 호전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고 수술치료도 좋은 예후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예방만이 최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