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희숙 선생님!
안녕하세요. 며칠 전에 전화상으로 강의 부탁드린 신 수진입니다.
쾌히 승낙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대구 달서구 이곡동에 사는 두 아이의 엄마인데요,
2년 전 <좋은 도서관 만들기 성서지역 엄마모임>이라는 동네 엄마들의 모임을 만들어 우리 동네에 제대로 된 도서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엄마들이 함께 나눈 이야기들과, 이곳저곳 발품을 팔고 다닌 결과가 "구립 성서도서관"의 건립으로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부족함은 많지만, 도서관의 건립 계획에서부터 부지선정, 설계의 전 과정에 주민들의 의견을 조금이나마 반영시켜왔다는데 저희는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올해 12월경이면 도서관이 개관을 하게 됩니다. 아마도 구에서 직영하는 형태가 될 듯합니다. 개관 후 도서관이 좋은 모습으로 잘 운영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역 주민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지역민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해낼 수 있기를 바라며 지난 2월에 저희 모임을 <도서관의 친구들>로 바꾸었습니다.
처음 시작부터, 마음만 갖고 해 온 일이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아는 게 너무 없습니다. 순수 아줌마들(?)이라 선생님 같은 분들께 이렇게 늘 도움만 요청합니다.
선생님께서 해 오신 <도서관 친구들> 활동을 통해, 저희들 모습도 그려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에게만 책 읽으라 하고, 부모는 독서하지 않는 모습, 아이들이 책을 통해 지식만 쌓기를 바라는 모습, 책을 통한 감동이 안에서만 머물러 있는 것들, 등등........... 이곳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독서풍토인데요. 선생님 강의를 통해 저희 모습을 진단하고 앞으로 방향을 설정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강의를 들으러 오시는 분들은 대개 30-40대 어머니들이고, 도서관 건립 운동을 해오던 분들도 있지만, 처음으로 참석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30-40명 정도)..........
꽃샘추위 한참이던 3월 초에 전화 받고 중순경에 이런 메일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28일에 대구에 다녀왔구요. 다른 강의와는 다르게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28일,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아침 준비해 놓고 강의복장으로 단장하고는 7시에 집을 나섰습니다. 아이 고 3 끝내고 모처럼 분주한 아침이었네요.
서울역 가서 대구 가는 7시 45분 기차타고, 또 택시로 달서구 계명문화대학에 도착하니 10시 10분이었습니다.
아담한 산자락에 포근하게 앉은 대학은 봄이 한창이었습니다.
깨끗한 도서관 건물 지하에 마련된 100석 정도의 강의 장소는 정말 훌륭하였습니다. 게다가 공짜로 빌려주시고 학교 측에서 다과까지 마련해 주시네요. 참, 대구 인심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10시 반에 시작된 강의는 12시 반에 끝이 났습니다. 어머니들과 시내 식당으로 옮겨 깔끔하고 맛난 점심까지 함께하였습니다.
강의 내용은 우리 광진 도서관 친구들 이야기와 김영석 교수님 도서관 친구들 강의 원고를 중심으로 이야기 나누었고 앞으로 <도서관 친구들>과 함께 할 구체적인 이야기까지 정리하였습니다. 물론 저희들과 뜻을 함께 하기로 하셨고 저도 힘 닿는 데까지 돕겠다 약조를 하였습니다.(사극을 너무 열심히 봤군!)
달서구 어머니들 역시 도서관 때문에 이사 못한다는 말씀하시며 정말 열심이셨어요. 게다가 비영리 지역방송국까지 있어서 저는 속으로 깜짝 놀랐습니다. 달서구가 공장이 많아 이주노동자가 많다네요. 이주노동자들과 달서구민을 위한 지역방송국, 상근하시는 분은 일곱이지만 봉사하시는 분까지 합하면 90명이 운영에 참여하신다고 하였습니다.
아마 도서관 만드는 일에도 방송국이 큰 힘이 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하는 김에 이 아름다운 달서구의 도서관 친 구들 이야기를 자료로 좀 정리하여 보관해 주십사 부탁드렸습니다. 또 다른 달서 도서관을 꿈꾸는 후배들을 위해서. 그리고 우리 자신들을 위해서도.
씩씩하고 속 깊은 엄마들과 함께 한 점심은 정말 따뜻하고 좋았습니다. 저도 힘이 막 났습니다.
40여명 되는 도서관 친구들은 12월 도서관 개관을 앞두고 달마다 월례 강연회를 열어 공부도 하고 개관 준비도 한다고 하였습니다. 제가 간 것은 월례 강좌 첫 행사였다고 하네요. 도서관 기둥에 붙어 있는 행사를 알리는 포스터가 참 예쁘다 여겼는데 자료집도 아주 예쁘게 만들어 나누어 주었습니다. 누군지 마음씨와 솜씨를 함께 갖춘 분이 계신 것 같았습니다.
강의 마치고 나오는데 입구에서 무슨 행사를 하도 열심히 설명하고 계셔서 잠시 들었더니 '책 먹는 돼지'라는 것을 분양하고 계셨습니다.
처음에 전 '책 먹는 여우'란 동화를 생각하였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책 먹는 돼지'란 예쁜 플라스틱 돼지저금통인데요. 그걸 분양받아 가서 동전이나 지폐를 가득 채워오는 것이었습니다. 8월 마지막 날 돼지를 잡아 도서관에 좋은 책을 기증할 예정이라고요. 저도 한 마리 분양받아 왔습니다.
제가 받아온 돼지는 207번! 이란 번호가 붙어 있었습니다. 벌써 206명이나 돼지를 분양받아 갔다는 뜻이겠지요. 또 한 번 놀랐습니다. 207번째 돼지를 누가 가져갔는지 알 수 있는 간단한 신상을 밝히는 분양서를 작성하고 가방에 넣어 왔습니다. 아주 통통하게 잘 키워 보내서 달서구 구민들께 작은 기쁨이 되었으면 하면서요.
강사료와 차비에 집에서 손수 만든 예쁜 비누를 선물로 받고 따뜻하고 정다운 배웅까지 받으며 역으로 와서 서울 집에 오니 6시였습니다. 서울 다 와 갈 즈음에 조용히 전화가 울렸습니다. 잘 갔는지 안부를 묻는 인사 문자........참 많은 것을 받고 배우고 느낀, 그리고 길고 뿌듯한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