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정말 골프장이 많다. 18홀이 대부분이지만, 9홀이나 27홀도 꽤 있다. 개인이 운영하는 곳도 있고, 시티나 카운티에서 운영하는 곳도 있다. 대부분 퍼블릭 골프장으로서 누구나 전화 한통화로 예약을 하고 골프를 칠 수 있으며, 가끔 회원제 골프장도 있다.
한겨울에 처음 이곳에 오자마자 먼저 와 있던 친구의 손에 이끌려 골프장에 나갔는데, 좀 실망한 점도 있었다. 미국이라 파란 잔디를 기대하고 왔는데, 웬걸 한국과 똑같이 누런 잔디에 그린만 파랗던 것이다. 그 후 몇번 더 나가 보면서 누런 잔디에서 치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미국 퍼블릭 골프장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편리한 부킹과 가격이다. 나는 주변 1시간 거리 내에 약 25 곳의 골프장을 돌아다녀봤는데, 겨울철에는 부킹이 전혀 필요없을 정도이고, 성수기에도 조금만 미리 전화하면 예약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이곳의 골프 비용은 주중 기준으로 18홀에 20불 내지 40불 정도이다. 캐디는 물론 없다. 어떤 골프장은 같은 요금에 무제한 라운드를 허용한다. 한국 같으면 본전을 뽑기 위해서라도 36홀을 쳐보고 싶겠지만, 이곳은 가격이 워낙 싸서 본전을 뽑는다는 개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주중에 골프를 치러 가 보면 대부분 은퇴한 할아버지들이 노후를 즐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모든 골프장에서 55세 이상은 할인을 해 주며, 지역 거주민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해 주는 곳도 있다. 이들도 대부분 골프를 잘 치며, 앞조에서 플레이가 조금 늦으면 금방 항의가 들어온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는 방문비자로 이곳에 온 한국사람들이 많아서, 나는 이들과 조를 짜고 골프를 치러 다녔다. 퍼블릭 골프장 클럽하우스에도 햄버거, 핫도그, 음료수 등 간단히 먹을 것을 팔기는 하지만, 우리는 식성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김밥을 싸서 다녔다. 날씨 좋은 봄철 골프를 치고 야외에서 김밥을 펼쳐 먹고 있으면, 마치 어른들이 소풍을 나온 기분이다.
우리는 주로 1홀당 1불씩 걸고 스킨스 게임을 하거나, 1타당 1불짜리 스트로크 게임을 한다. 여기서 딴 사람이 그날 맥주를 사는 것이다. 간혹 자신의 신기록을 세운 사람은 기분에 근처 음식점에서 한턱을 내기도 한다.
이렇게 골프를 치다보니 모두들 조금씩 실력이 늘었다. 거의 초보자 실력으로 이곳에 온 강과장은 80대 후반에서 90대를 드나든다. 나보다 먼저 이곳에 왔던 친구는 얼마전 79타를 쳤고, 김박사는 이글을 했다. 우리는 미국에서 기록을 세운 이들을 위하여 싱글패, 이글패를 해 주었다. 나도 실력이 좀 는 것은 사실인데, 언제 신기록을 세워 박수를 받아볼까...
미국에서도 체육 특기자는 대학 진학하는데 아주 유리하다. 내가 아는 교민 아들이 이번에 미국 공사에 입학을 했는데, 주니어 골프대회에서 우승을 했던 덕분이라 한다. 또 한국에서 골프 때문에 이곳에 온 사람도 있다. 지금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인데, 방학을 맞아 주니어 대회 투어를 다니고 있고, 지역 대회에서 몇 번 우승을 했다. 그 학생 아빠의 얘기로는, 이정도만 되어도 미국 대학 가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한다.
이곳 연습장에 가보면 어린 학생들이 골프 연습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이 중에 더러는 특기로 배우기도 하고, 더러는 재미로 배우기도 할 것이다. 방학동안 YMCA 같은 곳에서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골프를 가르쳐준다. 특이한 것은 골프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학생이나 남자가 월등히 많고 여자는 몇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국과 차이가 없어보인다. 아직은 골프가 남자의 운동인가?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미국 PGA에서는 미국 사람들이 펄펄 날지만, LPGA에서는 꼬리를 내린다.
한국에서는 좁은 국토에 땅 값이 워낙 비싸서 그렇겠지만, 우선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골프 치기가 부담스러웠다. 평생 칠 골프를 이곳에서 다 치고 한국에서는 아예 끊어볼까? 그것이 비용도 절약되고 각종 구설수에 오르지 않는 길일지도 모른다. 과연?
첫댓글 부럽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운동, 바로 골프...골프하다 다친 사람들 많아요. 이해찬 총리부터 줄줄이....
주희가 나를 구박한다. - 아빠는 영어는 안 배우고 골프만 치러 다닌다고. 내가 대답한다. - 평생 칠 골프 여기서 다 치고 갈 거라고.
ㅋㅋㅋㅋㅋ 변호사님 주희랑 친구같은모습 보기 좋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