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리 이야기
고모는 어릴 때부터 동물을 좋아해 돌고래를 사달라거나 코끼리를 사달라고 졸랐어요.
그래서 할아버지는 종이 찰흙으로 그것들을 만들어주곤 했어요.
고모가 초등학교 5학년 때, 할머니가 강아지 한 마리를 선물로 받아왔어요.
그 강아지는 시추 강아지였는데 ‘뽀리'라고 이름을 붙여주었어요.
녀석이 귀여워 식구들 모두가 예뻐하긴 했지만 문제도 있었어요.
텅 빈 집안에 저만 혼자 남게 되면 쓰레기통을 뒤집어 엎어놓고,
신발들을 화장실로 끌고 들어가 물어뜯어 놓고,
아예 집을 난장판을 만들어 놓았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고모가 밖에서 놀다가 들어오면서 개 한 마리를 안고 들어왔어요.
길거리에서 다니길래 불쌍해서 데리고 왔다는데
굶어서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였고 온 몸에 흙이 묻어 꾀죄죄한 퍼그였어요.
아파트에 방송을 하고 게시판에 잃은 강아지를 찾아가라는 글을 사진과 함께 써 붙여 놓았지만
몇 주가 지나도록 찾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래서 그 강아지도 키울 수 밖에 없었어요.
갑자기 할아버지 집이 개판(^-^)이 된거예요.
사람들은 귀여운 강아지를 장난감처럼 생각하고 집으로 데려오지만
살아있는 개는 장난감처럼 마음대로 할 수 없어 싫증내고 남모르게 버리고 그랬어요.
‘뽀리’만 키우는 것도 힘들었는데 두 마리를 키울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나중에 온 아이는 키우고 싶어 하는 다른 사람에게 주었어요.
‘뽀리’는 온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지냈어요.
하지만 할머니랑 할아버지에게 걱정이 생겼어요.
왜냐하면 예쁘고 귀여운 강아지도 자라나면 어른 개가 되어요.
그러면 집안에서 사람이나 개가 함께 지내는 것이 불편해져요.
게다가 개는 사람보다 오래 살지 못해 먼저 죽게 되거든요?
그러면 아직 어린 고모가 마음에 상처를 받고 슬퍼할까봐 걱정도 됐어요.
‘뽀리’가 우리와 함께 한 시간이 6개월이 됐을 무렵,
할아버지가 집에 돌아오면 제일 먼저 달려와 반가워하던 ‘뽀리’가 안 보였어요.
할머니한테 물어봤더니 집에서 도망갔대요.
할아버지는 깜짝 놀라서 ‘뽀리’를 찾기 위해 '뽀리야~ 뽀리야~' 외치며 동네를 돌아다녔어요.
그제야 고모가 쫓아 나와 말했어요.
“아빠! ‘뽀리’는 도망간 게 아니고 다른 집으로 갔어요.”
알고 보니 할머니가 ‘뽀리’녀석을 이모할머니 집으로 보낸 거예요.
왜냐하면 ‘뽀리’ 때문에 할머니에게 심각한 고민이 생겼거든요.
집안에서 ‘뽀리’털이 여기저기 막 묻어나고,
비 오는 날엔 집에서 이상한 냄새도 나요.
거기다가 저만 남겨두고 외출하면 지네 집도 아닌데 막 물어뜯어놓고, 오줌 똥 싸놓고.....
제일 큰 이유는 고모가 기관지가 약해 병이 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할머니는 이 담에 마당이 있는 집에 살게 되면 거기서 키우자고 고모와 약속했대요.
그 대신 고모에겐 커다란 달마티안 개 인형과 걸어다니며 짖는 장난감 강아지가 생겼어요.
그 달마티안 개 인형과 짖는 장난감 강아지는 지금도 고모 방에서 함께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