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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호] 나를 미치게 한 독일의 인터넷 2004.11.15 00:42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정말 편리해 졌다.
무엇보다 인터넷이 있어 그 편리함을 2배로 향유할 수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지금 이 글도 인터넷을 통해 여기 독일에서 한국에 있는 독자들에게 전해지니 그 얼마나 편리한 세상인가?
그러면 독일의 인터넷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먼저 독일에도 우리나라처럼 여러 회사가 있다. 우리나라의 한국통신처럼 인지도 있는 회사는 당연 도이취 텔레콤이다. 다른 회사에 비교하여 약간 비싸편이지만 서비스나 이용이 편리하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특히 많이 이용한다. 먼저 인터넷은 직접 가까운 지점에 가서 신청을 하면 신청을 한 후 빠르면 2주(보통 대도시) 늦으면 1달, 아주 시골은 2달 가까이 걸린다고 한다. 내가 사는 여기 프라이부르크도 2-3주면 개통이 되는데 나의 경우는 그 때가 행사기간이었기 때문에 4주 정도 걸렸다. 기다리는데 얼마나 지루한지 하루하루를 짜증속에서 지내야 했다.
더구나 신청할 때 담당자가 분명히 2주면 된다고 말했기 때문에 더 그랬다. 인터넷이 설치되기 전까지는 학원에서 내 노트북을 가지고 가서 사용하거나 학원이 문을 닫는 경우 인터넷 까폐를 이용했다. 여기는 피시방의 시간당 사용료는 우리나라보다 4~5배 비싸다. 그래서 피시방에서 오래 있을 수 없고 또한 한글이 지원되는 곳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여기서는 아주 특이한게 인터넷을 설치할려면 TV안테나선이나 다른 매체를 통하여 인터넷을 하는 특수한 경우가 아닌한 반드시 일반전화를 설치하여야 한다. 기숙사에서는 텔레비젼 안테나선을 통하여 인터넷을 한다고 하는데 비용은 저렴하지만 속도가 매우 늦다.
일반전화 설치는 약 1주일 정도 걸린다. 우리는 하루 이틀이면 가능한데 여기는 기본이 1주일인 것이다. 먼저 전화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면 모든 전화회사는 기본적으로 도이취텔레콤의 전화선을 이용하기 때문데 다른 회사 전화를 쓰더라도 기본요금인 회선 사용료는 도이취텔레콤에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다른 전화를 이용할 경우 기본료와 전화 사용료 지불하는 곳이 다르게 되는 것이다. 물론 다른 회사들이 전화요금이 더 저렴하다. 일반공중전화에서 한국으로 전화하면 요금이 상상외로 비싸다. 더구나 한국의 핸드폰에 전화할 경우 5유로가 2분정도면 다 소진된다. 그러나 가정용 전화에서는 우리나라 바나나카드처럼 외국전용 카드를 구입해서 사용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우리나라 국내의 휴대폰에서 전화하는 것 처럼 저렴하다. 하지만 핸드폰에 하는 요금은 여전히 비싸다.
인터넷을 신청하면 보통 그 자리에서 모뎀을 준다. 우리나라는 2년이상 약정을 하면 모뎀을 공짜로 주지만 여기는 미리 약정을 잘 하지 않고 모뎀을 돈을 주고 사야 한다. 하지만 보통 모뎀은 아주 싸게 판다. 일반모뎀은 1유로에 팔고 무선 모뎀도 50유로 이내에서 살 수 있다. 나의 경우는 운이 좋게도 행사기간에 구입하여 무선모뎀을 1유로에 구입하였다.
그러니까 그 때가 지난 5월말이었는데 우연히 우체국에 들렀다가 구경삼아 옆에 있는 행사장에 갔는데 점원이 지금 행사기간이라 아주 유리하다며 나더러 인터넷에 가입하라고 권유하였다. 그 때 나는 다음달에 한국에 다녀올 일이 있어 일을 보고 와서 인터넷을 설치할 예정이었는데 무선모뎀도 싸게 구입할 수 있고 더구나 3개월동안 기본요금을 받지 않는다고 하여 이리저리 머리를 굴렸다. 그러나 바로 판단하기 곤란해 며칠 시간을 달라고 하자 점원은 모레까지 행사기간이니 잘 생각해 보라고 했다.
집에 돌아와 이리저리 계산해 보고 바로 구입하는 것이 더 싸다고 생각해서 바로 계약을 하기로 했다. 나는 모뎀 가격때문에 고민했는데 행사기간이라 무선모뎀이 단돈 1유로라 무척 기분이 좋았다. 내 주소와 통장번호를 가르쳐주고 계약서에 서명하니 계약이 끝났다.
나는 무선모뎀을 들고 집으로 왔다.
베를린 같은 대도시에는 인터넷에 대해서 잘 모르는 한국인들을 위해서 한국인들을 상대로 인터넷 설치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 있는데 우리돈으로 한 5만원정도면 해결된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이 있는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는 인터넷을 신청하면 회사에서 직원이 나와서 모뎀을 장착해주고 잘 연결되는지 테스트를 해주고 간다. 하지만 여기는 다르다.
인건비가 비싸서 그런지 직접 부르지 않는한 아무도 나오지 않고 그냥 우편으로 필요한 것을 보내준다. 설치설명서와 함께. 한마디로 '니가 알아서 하고 안되면 우리를 불러라.'인데 직원을 부르면 무조건 하루 일당인 우리돈 15만원이상을 줘야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독일인들을 부르지 않고 값싸고 말이 통하는 한국사람을 찾는 것이다. 더구나 한국어와 독일인터넷 사이에 충돌이 있어서 어떤 경우에는 독일직원이 와도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돈만 받아간다.
지금(2004. 11) 도이취텔레콤의 인터넷 버전이 5.0인데 이상하게도 5.0은 우리컴퓨터와 충돌을 일으켜 인터넷을 하는데 문제가 있다. 그래서 일부는 4.0버전을 그래로 사용하기도 한다. 도이취텔레콤에 물으니 자기들도 문제점을 파악중이라고 한다.
나는 다행이도 무선모뎀이라 초기버전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없이 혼자서 잘 설치할 수 있었다.
계약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다음의 이야기이다. 나는 무선모뎀을 싸게 구입해서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그 좋은 기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짜증으로 변했다.
5일정도 지나 인터넷 설명서와 운영CD가 도착했다. 그러나 1주일이면 온다던 모뎀과 전화선을 연결하는 스플리터는 올 줄을 몰랐다. 2주일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기다리다 지친나는 나는 계약을 한 지점에 찾아갔다. 그 사람도 이상하다고 하면서 회사에 전화를 했다. 너무 늦지 않느냐며 빨리 해달라고 따지는 듯 했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갔다. 2일후 스플리터가 도착했다. 역시 직접 항의를 하니까 여기도 통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전화가 왔다. 자동응답시스템에서 온 전화였다. 내용은 며칠 후 인터넷이 개통된다는 것이었다. 아니 모뎀에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까지 다 보내주고도 아직 개통이 안된다니 벌써 3주가 다 되었는데... 다음 날 나는 모뎀, 스플리터, 전화선을 연결하고 소프트웨어도 모두 설치하여 인터넷 연결여부를 테스트했다. 그러나 설명서에 적힌대로 몇번을 해도 1차 연결은 되지만 인터넷에 직접 연결되지는 않았다. 1시간이 지나고 2시간이 지났다. 그렇게 반나절이 지나갔다. 나는 엄청 짜증났다. 왕짜증!!! 무슨 이런 나라가 다 있담...
다시 그 직원을 찾아갔다. 3주가 지났는데 어찌된 거냐고 물었다.
그 사람말이 신청자가 많아서 늦어니 담주 월요일 오후면 개통이 될 것이라고 했다.
더 따지고 싶었지만 그 담당자가 잘못한 것도 아니니 더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기다리기로 했다. 다음날도 혹시나 테스트해봤다. 마찬가지로 연결되지 않았다. 2틀후 다시 시험삼아 해봤는데 드디어 연결이 되는 것이 아닌가? 담당자가 말한 것 보다 3일 앞서서...
기다린 만큼 기쁨도 컸다. 더구나 무선 모뎀과 함께 유선모뎀도 같이 쓸 수 있어 엄청 편리했다.
하지만 그 기쁨은 한달을 가다가 멈추었다.
어느날 인터넷 요금 청구서가 날라왔는데 내역을 자세히 살펴보니 아니 계약할 때 3개월간 기본요금을 받지 않는다고 했는데 5유로 정도만 할인되고 그대로 청구되었다. 매달 20유로이다.
그래서 도이취텔레콤 서비스센타로 전화를 했다. 여자직원이 전화를 받았는데 그런 계약을 한적이 없고, 그런 조건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순간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뛰어나와 내가 계약했던 뚱뚱한 독일인을 찾아갔다. 그러나 이게 무슨일인가? 휴가중이라고 했다. 화가 났지만 참고 집으로 왔다.
이틀 후 다시 갔다. 무언가 내가 잘못 알 수도 있으니까 일단은 진정하여 지난 계약서로 팜플렛을 보여주며 어떻게 된거냐고 물었다. 그 사람은 계약내용은 정확하고 조건도 일치한다면서 자기가 전화해서 알아주겠다고 했다. 다행히 내가 팜플렛을 버리지 않고 보관해서 다행이었다.
그 사람도 한참 전화를 했다. 담당자가 착오하여 처음부터 입력을 잘못하여 계약내용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전화통화가 끝나고 그 직원은 말했다. 약간 문제가 생겨서 그런데 이번달은 그대로 내고 다음달 부터 3개월동안 기본료를 내지 않도록 조치를 했다는 것이었다.
순간 이걸 믿어야 하는가?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한번 믿기로 했다.
그리고 고맙다는 말을 여러번 하고 왔다. 혹시 거짓말이면 양심의 가책을 받으라고...
다행이도 다음달 청구서에는 기본료가 빠져 있었다.
그러면 인터넷 요금 체계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이야기를 마치고자 한다.
기본적으로 전화 기본요금이 한달에 20유로이고 인터넷도 기본요금이 있는데 보통 20유로이다. 그리고 인터넷은 계약 내용에 따라 사용한 시간만큼 내는 방식이 있고, 한달 정액제로 쓰는 방식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당연히 정액제가 유리하다. 인터넷을 오래쓰니까. 한달 정액제는 한달 요금이 약 20유로 가까이 된다. 그래서 인터넷을 사용할 경우 전화는 한통화도 안쓴다고 하더라도 한달 기본적으로 60유로가 내 통장에서 빠져나가게 된다. 우리돈으로 따지면 9만원에 가까운 금액이니 상당히 비싸다.
그래도 매일 피시방 가는 것 보다는 저렴하고 편리하니 그냥 사용할 수 밖에 없다. 대학생이 되면 대학의 무선인터넷을 공짜로 사용할 수 있다. 노트북을 가지고 가면 무선인터넷용 소프트웨어를 깔아주고 연결할 수 있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준다. 하지만 사용지역과 사용시간이 정해져 있다.
나를 짜증나게 한 독일의 인터넷...하지만 지금은 무사히 잘 사용하고 있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인터넷으로 한국의 친구들에게 휴대폰에 메세지도 보내고서울의 가족과 메신저를 하면서 웸캠으로 아이 커가는 모습도 보고 있다.
독일의 인터넷은 나로 하여금 인내가 무엇인지 가르쳐주었다.
첫댓글 ㅎㅎ내 딸도 인터넷땜에 많이 힘들었다고 하더라구요.. 지금은 휴대폰을 노키아 것을 샀는데 고장이 나서 판 곳에 갔더니 딸이 고장낸 것인지 기계 자체가 망가진 것인지 알아본다고 가져가서 3주후에 연락 준다고 했대요 정말 황당하더라구요.. 역시 우리나라 전자제품과 AS가 최고!!!!
ㅎㅎ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