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해주 내 원자력 발전소 건설 가능성 시사
빅토르 고르챠코프(Victor Gorchakov) 연해주의회 의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주재국 정부가 극동 전략사업 중 하나로 연해주에 알루미늄 공장과 연계시켜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고자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함. 고르챠코프 의장은 현재 연해주를 둘러싸고 있는 동북아 국가들이 원자력 에너지 개발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는 상황을 직시해야 하며, 러시아의 원자력 분야 보유 기술력을 더욱 향상시켜 원유와 천연가스 이후의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함.
가. 주변국의 원자력 에너지 개발 현황
일본은 17개의 원자력 발전소에 총 55기의 원자로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전체 생산 에너지 가운에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35% 정도로 앞으로 그 비중을 40∼45%로 확대해 나갈 계획임. 본인은 일본 방문 기간 중 니가타 남쪽 약 100km에 위치한 세계 최대 원자력 발전소 현장을 직접 둘러볼 기회가 있었는데, 지진 등 재난에 대비한 시설물 구축, 자동화 시스템 등을 통한 안전성 확보 노력을 확인하였고 원자력 발전소 관계자와 주민들과의 밀접한 상호 협력관계에 대한 설명을 청취하였음.
러-일 원자력 에너지 분야 협력 관련, 세르게이 키리옌코 러 연방원자력에너지청장은 지난 2월 동경에서 이타르타스통신과의 회견 시, “만일 일본이 러시아의 우라늄 농축 서비스와 비축 농축우라늄을 필요로 한다면 이에 응할 의향이 있으며, 향후 원자력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확대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한 바 있음.
연해주를 둘러싼 동북아 모든 국가들은 자국의 원자력 에너지 개발에 매우 적극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며, 한국은 원자력 발전소를 추가적으로 건설할 계획을 가지고 있고, 중국은 현재 러시아가 참여하는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 중임. 인도의 원자력 발전소(원자로 2기) 건설 국제입찰을 러시아가 획득할 가능성이 있으며, 대만과는 핵연료 공급 협상을 진행하고 있음. 미국도 최근 들어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관한 신규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있는 상황으로, 이것은 한편으로는 미국의 대 중동 원유의존도를 낮추는 결과를, 또 한편으로는 한정된 지구상의 화석자원(50년 후 고갈 예견)을 대체할 에너지 자원 개발의 효과를 낳을 것으로 생각됨.
나. 러 원자력 에너지 개발과 연해주 내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계획
현재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전체 에너지 가운데 원자력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16.5%(프랑스의 경우 70% 이상)에 불과함. 지난 해 러시아 정부는 2030년까지 자국의 원자력 에너지 비중을 25%까지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원자력 에너지 발전 연방특별프로그램을 채택하였음. 현재, 상트페테르부르그 인근에서는 우라늄 활용의 극대화를 가져오게 될 신형 원자로 건설이 진행되고 있으며, 우라늄보다 매장량이 많은 토륨(thorium)을 원료로 하는 원자로 개발도 이루어지고 있음.
원자력 발전소와는 별도로 ‘부송화력발전소’를 극동에 건설하는 구상이 제기되고 있으며, 지난 3.2일 하바롭스크 개최 극동 연방관구 대통령전권대표부 회의 시, 카밀 이스하코프 전권대표의 '부송(付送)화력발전소' 건설 사업 유치 의향 제기에 대해 세르게이 그리소프 ‘로스에네르고아톰 콘쩨른’부사장은 “아무르조선소(콤소몰스크나아무레 소재)가 부송화력발전소 건설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음.
연해주 내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계획은 이미 구 소련시대부터 있어왔으며, 1980년 대 후반부터 2002년까지 연해주 원자력 발전소 건설 감독부가 설치, 운영되어 왔음. 지난해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채택한 극동 내 주요 사업에 연해주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 포함되었음. 연해주에는 대규모 산업단지의 부재로 당장은 전력부족 같은 에너지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나, 향후 주 내 조선업, 정유, 석유.가스화학 산업을 육성시키고자 한다면 이에 따라 급증하게 될 전력수요에 대비해야 할 것임. 하바롭스크주와 연해주에서 주종을 이루는 화력발전소는 석탄을 원료로 하는 만큼 대기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으며, 향후 청정 천연가스를 원료로 사용한다는 계획이 있으나 국제가스가격 상승으로 인해 생산비가 높음. 게다가 러시아가 지금은 원유와 가스를 충분히 사용할 수 있으나, 이것들은 어디까지나 현재의 에너지일 뿐임.
연해주 원자력 발전소 건설과 관련하여 최종 결정이 어떻게 날지는 알 수 없으나, 원자력 발전소를 알루미늄 공장과 연계시켜 건설하고자 하는 계획이 있음은 분명함. 원자력 산업은 많은 여타 산업의 동반성장을 촉진시키는 산업으로 원자력 분야에서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의 기술력(핵 원자로 안전성 확보 기술 수준면에서 독일, 일본에 이어 3번째임)을 계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임. 주민들의 공포감을 해소시킬 수 있는 조치를 취하고 여론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난 15년간 수많은 사람들이 러 극동을 떠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할 시, 미래를 대비한 (원자력) 에너지 개발은 더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임.